"세상은 달라지지 않아."
그런 세상을 살아야 하는 걸까. 어차피 달라지지 않는 세상을 참고, 참으며 살아야 하는 걸까. 세상은 왜 이렇게 된 걸까 언제부터 세상은 누군가가 참고, 참아야만 살 수 있는 곳이 된 걸까그런 세상은 살고 싶지 않다고, 주운은 창밖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세상이 어째 아득해 보였다. 매일매일 숨을 쉬고 살아가는 곳이 문득 낯설고 두렵게 보였다. 하지만 그곳이 앞으로 살아가야할 세상임을 주운은 알았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주운은 말하며 23번의 손을 가만히 잡았다.
"이 세상이 사라지고 말아,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주운은 흐릿하고 싸늘한 친구의 손을, 마치 놓으면 영영 사라지기라도 할 것처럼 힘을 주어 꽉 잡았다. 사라지지 않고 싶다고,
너와 나는 사라질 수 없다고, 우리는 사라져서는 안 된다고, 주운은 손을 맞잡은 채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A는 돌아오지 않았지만 여전히 A들이 남아 있었다. B의 은적은 애써, 지워져 갔다. ...
세상의 반이 점점 희미해지거나 사라지고 있었다. 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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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위크
강지영 외 지음 / CABINET(캐비넷)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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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티비 프로그램 '놀면 뭐하니?'에서는 다양한 이야기가 전개되고 있는데 드럼 초보자의 단순한 비트에서 시작한 음악 이야기가 우리나라에서 음악을 하는 어벤져스들의 등장을 알리며 재미를 더해가고 있다. 그걸 보고 있으려니 문득 어 위크가 떠올랐다. 우리나라 장르문학을 하는 작가들의 엔솔로지 단편집인 어 위크는 또 다른 의미에서 어벤져스들의 단편집이 아니겠는가.

 

모두 여덟명의 작가가 7편의 글을 썼다. 아니, 일주일은 7일이고 작품도 7개인데 왜 작가는 8명인건가?

의아해서 봤더니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를 쓴 전건우 작가의 글은 작품에 포함을 하지 않고 일곱편의 이야기를 모아담을 수 있는 얼개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야기의 시작은 별다를 것 없어 보였다. 약간 얼간이 세친구 느낌이 나는 친구 셋이 모여 은행의 현금을 털어보자고 모였는데 허술한 계획에 구멍이 나기 시작하면서 경찰에 쫓기다가 동네 골목에 보이는 편의점으로 들어간다. 그곳에는 수상한 알바생이 있는데, 총을 들고 등장한 것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그들을 손님처럼 접대한다. 경찰에 포위된 편의점에서 나가기 위한 차량을 기다리는 동안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을 제안한다. 이렇게해서 알바생 한주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세상에 불가능한 이야기는 없다, 는 것이 이 단편집에 흐르는 주제 같다는 생각을 해 본다. 사실 7편의 단편이 모두 내 취향저격은 아니지만 그래도 한 편 한 편 읽다보면 미스터리와 SF, 역사적 사건의 이면을 보여주는 팩션도 담겨있고 현실적인 층간소음과 아파트의 부실공사를 고발하면서 동시에 비현실적인 킬러의 이야기도 있다. 박과장 죽이기는 가정폭력에 대한 이야기와 사랑에 대한 이야기가 다 담겨있고 러닝패밀리와 아비 역시 폭력적인 현실을 호러로 표현하고 있어 더욱 괴기스럽다. 씨우세클럽은 코지미스터리같은 느낌이 들지만 찬찬히 읽어보면 많은 현실이 담겨있다. 물론 솔직히 말하자면 너무 많은 것을 담고있어서 조금 집중이 되지 않았다는 나의 현실도 느끼게 하고 있긴 하지만.

정말 다양한 물건이 있는 편의점처럼 다양한 이야기가 담겨있어서 조금씩 야금야금 읽다보면 편의점에서 사 온 간식이 순식간에 사라지듯 7가지 이야기가 끝나버리고 만다.

 

이야기의 끝은 예상보다 좀 싱겁게 비현실을 인식하며 한여름밤의 꿈같은 이야기의 향연에서 빠져나오게 된다. 하지만 왠지 어 위크 편의점의 이야기는 이것으로 끝이 아니라 또 누군가 편의점 문을 열고 들어가면서 새로운 이야기가 시작되지 않을까 기대하게 된다. 이 세상 어딘가에서 문을 열고 손님을 기다리고 있을 어위크 편의점이 언제 어디에서 등장하게 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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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기대는 없었는데 의외로 재미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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끌리는 디자인의 비밀 - 2020 세종도서 교양부문 선정도서
최경원 지음 / 성안당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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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적 감각이 별로 없는 사람이라서 끌리는 디자인,이라는 말에 혹했다. 아니, 사실 그렇게 단순하다기보다는 미적 감각은 없지만 미적인 감성에는 관심이 많고 건축이나 패션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용품도 요즘은 실용성에 디자인을 더해 우리의 눈길을 사로잡는 것이 많다. - 사실 볼펜도 잘 써지는 필기감이 좋은것이 최고라고만 생각을 했었는데 지금 내 책상에는 새싹잎모양, 꽃모양, 선인장 모양의 몸체를 가진 볼펜이 꽂혀있다. 펜을 쓸때도 그렇지만 가만히 꽂아놓고 보기에도 기분이 좋아진다. 일상 소품이 이렇다보니 끌리는 디자인은 인문학적으로 어떤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처음에는 신나서 재미있게 읽었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이야기가 점점 나와 멀어지는 느낌이고 단번에 와 닿는 느낌은 적었다. 내가 알고 있던 분야와 그렇지 않은 분야에 따른 나의 이해력의 문제일수도.

 

이 책은 21세기가 되면서 건축과 패션에서의 실용적인 기능주의가 확산되어나가면서 기능주의와 디자인의 접목이 어떻게 이루어져나가고 있는지 설명을 이어가고 있다. 순수미술이 예술을 점령하던 시대가 지나고 디자인이 주를 이루게 되면서 예술의 정의가 변화되고 디자인 역시 추상과 기능 사이의 어딘가에서 살아남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첨단 금형 제작 기술로 만들어진 로스러브그로브의 생수병을 예로들어 이런 생수병은 디자인에서 자연성에 대한 사회적인 요청이나 미적 취향이 없으면 만들어질 수 없는 디자인이라는 의미를 전하며 디자인이 홀로 위대하고 뛰어나다고 되는게 아니라 디자인을 뒷받침하는 사회적 인식, 경제적 여유, 문화적 수준 등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절감하게 된다(351)는 저자의 글을 읽으면 미적 감각이라는 것은 또 무엇인지 곰곰 생각해보게 된다.

 

조금 더 기억에 남는 것은 조선시대의 달항아리이다. 비대칭형으로 만들어진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있는 것인지, 불량품인지...명확한 결론은 없지만 저자는 논리적인 근거로 비대칭형의 극적인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도자기라 말하고 있다. 정형화되지 않은 아름다움...이 현대의 디자인과 예술에 어울리는 것일까?

어쩌면 디자인 역시 예술과 떼어 생각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에 틀에 박힌 정형화된 모습을 벗어나는 것에서 끌리는 디자인은 시작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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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는 클라스 : 과학.문화.미래 편 - 불통不通의 시대, 교양을 넘어 생존을 위한 질문을 던져라 차이나는 클라스 3
JTBC <차이나는 클라스> 제작진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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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는 클라스를 처음 봤을 때, 티비에서 이러 프로그램도 볼 수 있게 됐구나, 라는 생각을 했던 기억이 난다. 광고를 보는 것이 무료해 무심코 채널을 돌리다가 원래 보려던 것도 잊어버리고 재미있어서 계속 보게 되는 매력을 가진 프로그램인데 역시 사람들은 다 비슷한가보다. 손석희 사장님의 추천사를 읽어보면 등장했다가 명멸해가는 교양강의 프로그램이 많지만 차이나는 클라스는 지금까지 계속 이어져오고 있고 그 결과물이 이번에 출판된 이 책, 그것도 세번째 책이다.

 

이 세번째 책은 과학, 문화, 미래 편이 담겨있는데 솔직히 책을 다 읽기 전까지는 그 주제에 대해 그리 크게 생각하지는 않았는데 책을 읽다보니 관심이 있는 분야에 대해 너무 짧은 것이 가장 아쉬웠다. 특히 문화 분야에는 미술과 음악, 옛 이야기를 새롭게 볼 수 있게 하는 주제 강의가 있는데 어떤 분야든 세분화하면 엄청 많아지겠지만 좀 아쉽다는 느낌이다. 기왕에 우리가 어렵게 생각하는 미술이나 클래식 음악에 대한 강의를 주제로 잡았으면 현대미술이나 우리나라의 고미술, 판소리 같은 강의도 이어서 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다.

 

아무래도 문화분야는 평소 관심이 있던 부분이라 그런지 입문정도의 강의 하나로 끝나버린 것이 아쉬웠지만 과학과 미래분야는 새롭게 알게 되었거나 대충(!) 알고 있었던 부분을 잘 정리해줘서 새로움을 알아가는 재미가 있었다. 학창시절 수업시간 이후에 인류의 기원에 대해서 별다른 생각이 없었는데 그 사이에도 진화와 유전자에 대한 연구가 계속 발전해가고 있으며 과학의 발전은 제대로만 사용한다면 인류의 미래를 더욱 풍요롭게 해 주는 것임을 다시 확신하게 된다.

가장 도움이 되는 것은 아무래도 면역에 대한 강의내용이었고 과학분야는 아무래도 윤리적인 문제와 직결되는 부분이 많아서 이 내용의 교양강의가 전공자들만이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필수적인 교양이 되어야 한다는 확신도 갖게 된다.

내게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우리 옛 이야기이고 티비강의에서는 실제 음악을 들으며 강의를 들을 수 있어서 집중하게 되는데 아무래도 책으로는 음악소리가 나지 않아 아쉬움이 있었다. 오케스트라 이야기에서 좋아하는 쇼스타코비치 이야기가 나와 좋았는데 연주자들이 연주할 때 타악기 - 사실 음악 문외한인 내게는 기타악기로만 보이기는 했지만 기다렸다가 정확한 타이밍에 쿵!하거나 땡! 띠링 하는 소리를 내는 것을 즐겁게 눈여겨 봤는데 실제 연주자들은 그 정확한 박자를 맞추기 위해 긴장하고 스트레스가 심하기도 하다는 것은 좀 놀라웠다.

 

어쨌든 티비 강의로 들을 때와 또 다르게 정리된 글로 읽으니 티비 강의는 조금 더 재미가 강한 느낌이라고 한다면 책의 내용은 우리가 알면 좋을 - 아니, 선택이 아니라 필수교양과목처럼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광범위하게 사색을 할 수 있고 가치있게 같이 살아가는 틀이 되어주는 것이란 생각이 든다. 아, 그래서 차이나는 클라스의 강의가 학생들의 논술교재로 인기라는 것일까. 우리 삶을 풍요롭게 해 주고 가치의 기준을 잡아주는 길잡이가 될 이 책의 강의는 충분히 좋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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