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달라지지 않아."
그런 세상을 살아야 하는 걸까. 어차피 달라지지 않는 세상을 참고, 참으며 살아야 하는 걸까. 세상은 왜 이렇게 된 걸까 언제부터 세상은 누군가가 참고, 참아야만 살 수 있는 곳이 된 걸까그런 세상은 살고 싶지 않다고, 주운은 창밖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세상이 어째 아득해 보였다. 매일매일 숨을 쉬고 살아가는 곳이 문득 낯설고 두렵게 보였다. 하지만 그곳이 앞으로 살아가야할 세상임을 주운은 알았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주운은 말하며 23번의 손을 가만히 잡았다.
"이 세상이 사라지고 말아,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주운은 흐릿하고 싸늘한 친구의 손을, 마치 놓으면 영영 사라지기라도 할 것처럼 힘을 주어 꽉 잡았다. 사라지지 않고 싶다고,
너와 나는 사라질 수 없다고, 우리는 사라져서는 안 된다고, 주운은 손을 맞잡은 채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A는 돌아오지 않았지만 여전히 A들이 남아 있었다. B의 은적은 애써, 지워져 갔다. ...
세상의 반이 점점 희미해지거나 사라지고 있었다. 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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