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 기도하고 먹어라 - 미친 듯이 웃긴 인도 요리 탐방기
마이클 부스 지음, 김현수 옮김 / 글항아리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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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듯이 웃긴 인도 요리 탐방기, 라는 부제가 붙어 있는 이 책은 그 누군가처럼 미친듯이 웃기지는 않다. 미친듯이 웃기지는 않지만 은근히 웃기면서 또 은근히 생각해볼거리를 던져넣는 마이클 부스의 이야기들이 그래서 좋다, 나는.

아니, 사실 마이클 부스의 이전 여행에세이는 좀 냉소적인 느낌이 더 강했어서 과연 인도 여행에서는 어떤 이야기가 쏟아져나올까 기대반 걱정반이었다. 그런데 예상보다 더 재미있다. 결코 냉소적이지도 않고 스스로에 대해 자조적이지도 않은 깔끔한 유머를 쏟아내주고 있다. 말로 설명하기는 힘들지만 글의 흐름속에 담겨있는 마이클 부스의 이야기에 집중을 하다보면 나도 모르게 키득거리며 글을 읽고 있게 된다.

 

늘 식도락을 찾아 혼자 여행을 떠나곤 했던 마이클 부스가 중년의 나이가 되어 가족과 함께 인도를 여행하게 된다. 인도의 맛있는 음식만을 찾아 여행 계획을 짜고 싶지만 그의 아내 리센은 그걸 용납하지 않는다. 처음엔 그러한 이유로 먹고 기도하고 먹어라,라는 제목이 나온 것이라 생각했는데 뜻밖에 정말 '기도'의 느낌으로 읽게 되는 부분이 있어 좀 새롭기는 했다. 아무튼 그 이전에 마이클 부스의 좌충우돌 인도 여행기는 직접적인 언급은 없지만 인도의 문화를 그대로 느껴볼 수 있게 하는 힘이 있다. 단적으로 예를들자면, 아이들의 적응력과 무감함에 놀랍다고 말하지만, 인도의 거리에서 보게 되는 가난함의 모습과 그에 대조되는 호텔의 화려함을 은근슬쩍 넣는 것은 내가 이미 인도에 대해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부분을 다시 생각해보게 하고 있기도 하다. 기차를 타고 갈때도 자리 예매의 부당함 혹은 불편함을 언급하고 있지만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인도의 부유층에 속하는 몇 안되는 이들은 결혼식 참석만을 위해 돈과 시간을 쓰는 걸 마다하지 않는다는 것도 보여주고 있다. 혹시 그냥 웃어보자고 하는 이야기를 나만 비껴서 보고 있는 것일까?

 

여행의 초반에 그저 맛있는 음식만을 찾아 떠날 것처럼 말하고 있는 그의 너스레(?)와는 달리 인도의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파키스탄과의 분리 역사에 대해 역사가 아니라 그가 만난 식당 주인 말호트라씨와의 대화를 통해 그 슬픈 역사를 전해주고 있다. 그리고 그가 갖는 긍정의 마음과 그로 인한 희망에 대해서도.

 

마이클 부스의 유머러스한 인도여행을 재미있게 읽다가 조금은 진지하게 이어나가고 있는 요가수련기는 뜻밖에도 절제와 참선, 명상을 떠올리게 하고 실제로 마이클 부스도 자기계발서를 읽고 실행하고 있는 듯한 느낌으로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이것 또한 인도를 여행하며 느끼고 배울 수 있는 가장 큰 요소의 하나가 아닌가. 거기에 더해 정말 묘하게도 마이클 부스 역시 인도여행을 다녀 온 이들이 얻게 되는 깨달음에 대해 이야기해주고 있다.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꼭 인도로 여행을 갈 필요는 없다(심지어 바람직한 일도 아니라고 본다). 삶이 엉망이 된 외국인들이 잔뜩 몰려들어 보태지 않아도 인도에는 이미 그 나라만의 문제가 차고 넘친다. 하지만 인도가 우리를 도울 수 있는 한가지가 있다면 시야를 넓혀준다는 거다.  새스넘 상헤라가 [상투를 튼 소년]에 썼듯이 '인도에서는 창밖만 한번 내다봐도 내가 가진 것에 감사하게 된다'"(438-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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짬을 내어 책을 들여다보는 중.

퇴근 시간이 지났는데 정시 퇴근이 안되는 날이구나....

 

 

 

 

 

 

 

 

 

 

 

 

 

 

 

생각해보니 아직 코난 97도 안샀다. 책탑이 쌓여있는데 하나 정도는 허물어야 책배를 주문할텐데 지금 상태로는 도무지. 망설이고 있지만 요즘 나오는 굿즈 에코백도 탐나고, 스누피 병도 탐나고. 이런 탐욕을 줄여야하는데 그게 또 쉽지가 않네. 아, 어쨌거나 책 읽는 속도를 올려야하는데 졸려 죽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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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두면 피곤한 과학 지식 1 - 그래도 무식하게 죽지 말자! 알아두면 피곤한 과학 지식 1
마리옹 몽테뉴 지음, 이원희 옮김 / 작가정신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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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했는데 이 책은 정말 제목을 그대로 따라가는 내용을 담고 있는 듯 하다. 뭔가 진중한 과학지식을 접할 수 있는 가벼운 이야기를 기대했는데 조금은 쓸모없는 과학지식을 접하는 비과학적인 이야기가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내용에 조금은 당혹스러웠다. 그런데 이 책이 앙굴렘 국제만화페스티벌 대중문화상 수상작이라고 하니 어쩔 수 없이 세대의 차를 느끼게 되는건가, 싶다. 글을 읽다보면 실제로 10대 아이들의 질문지가 있다는 걸 알 수 있는데 그런 내용이 정말 궁금할까, 생각하게 되니 더욱 그렇다.

 

내 취향은 아니지만 그래도 차근차근 읽다보면 허무맹랑한 주제와 비과학적인 이야기의 나열 같은 이야기가 엄연히 과학적으로 증명 된 사실을 보여주거나 연구자료를 보여주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잠자는 동안 거미가 입안으로 들어 올 확률은 0에 가깝지만 바퀴벌레가 소리없이 근처를 지나갈 수 있다는 건 간혹 떠올리기도 하는 나를 보면 모든 것이 허무맹랑한 이야기만은 아니란 생각도 하게 된다.

과학 시간이라면 쉽게 꺼낼 수 없는 이야기들, 남녀의 성에 대한 이야기는 물론 마지막에는 동성애에 대한 이야기까지 언급을 하고 있으며 냉동인간이나 로봇에 대한 연구 과정이 적나라하게 표현되어 있기도 하다. 물론 우주의 주인이 누구일까,라는 의문제기는 그 자체는 좋았지만 예를 드는 폭력적인 그림은 좀 마음이 편하지 않지만.

 

가장 관심이 있었던 것은 왜 아무리 운동을 해도 살이 빠지지 않는가,에 대한 물음의 대답격인 쥐실험의 연구결과였다. 물론 이것이 그저 단순히 적게 먹고 많이 움직이라는 당연한 명제를 보여주기도 하지만 살제로 행해진 쥐실험에 대한 이야기는  살찌게 하는 세포가 있어서 유전적으로 살찌기 쉬운 사람들이 있다고 들었던 기억을 떠올리게 하기도 한다. 과학적인 실험으로 증명되는 것들이 과학을 떠올리기보다는 예전에 한의사 선생님이 내 체질에 대해 물만 먹어도 살찐다는 이야기에 해당되는 바로 그 부류라고 했던 것을 먼저 떠올리게 하지만. 쉽게 살찌는 체질이라는 것도, 어쩌면 비만 세포가 있어서 그런것이라는 말과 일맥상통하는 것 아니겠는가.

 

처음 책을 읽으면서 이 책은 내 취향은 아니야,라고 생각해버렸는데 지금 다시 책을 훑어보며 읽고 있으려니 처음과는 또 다르게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더 많이 담겨있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다. 알아두기엔 피곤하지만 그래도 무식하게 죽는 것 보다는 가끔 쓸모있는 상식이 될지 누가 알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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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아내
A.S.A. 해리슨 지음, 박현주 옮김 / 엘릭시르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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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디 브렛. 마흔 다섯. 별로 깊은 생각 없이, 삶이 불완전하기는 해도 그럭저럭 받아들일 수 있는 방식으로 무한히 계속되리라 여긴다.... 자신의 삶은 이제 정점에 이르렀으며 이십 년간 지속된 토드 길버트와의 부부생활로 천천히 침식당한 청춘의 탄력성이 붕괴의 마지막 단계에 다다랐따는 사실을 그녀는 깊이 깨닫지 못하고 있다. 자신이 누구인지, 자아를 어떻게 실현해야 하는지에 관한 개념이 본인의 생각보다 훨씬 불안정하고 취약하다는 것도 알지 못한다. 그녀에게서 살인자의 모습이 튀어나오기까지 앞으로 고작 몇 달의 시간이면 충분할 텐데도. (10)

 

첫시작부터 '살인자의 모습'에 대한 언급을 하고 있다. 그 여자 조디 브렛과 그 남자 토드 길버트의 이야기가 시작되고 있지만 책을 읽고 있는 나 역시 도무지 살인의 징조는 찾아볼수가 없는데 말이다.

심리상담사로 일하는 그녀는 어린 시절부터 많은 것들을 참아내며 성장했다. 성인이 된 후에도 여전히 남편의 외도를 참아내며 결혼생활을 유지해나가고 있다. 끊임없이 바람을 피우고 있지만 그는 그녀에게로 돌아왔고 그녀는 그런 상황에서도 아무일 없다는 듯 일상을 살아가고 있다. 그런데 그런 그녀에게 변화가 생겼다. 아니, 그건 그녀가 바라는 것이 아니다. 사실 그 남자가 바란 것도 아닌 것 같다. 문제는 그 남자가 마지막으로 바람을 피운 상태가 그의 절친인 딘의 딸 나타샤였고 그에게도 딸과 같은 그녀는 어린 치기가 아니라 정말로 그남자의 이혼을 요구하고 임신한 자신과의 결혼을 요구한다는 것이었다. 그것은 곧 그와 그녀의 결혼생활이 무너진다는 뜻인 것이다.

 

그녀의 이야기와 그의 이야기가 교차로 이어지면서 이야기의 흐름에 따라 그들의 생각과 관찰, 대응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이어서 상댕방의 대응하는 생각과 반응을 관찰할 수 있다. 줄거리만을 보면 뻔해보이는 이야기가 결코 뻔하게 느껴지지 않는 서술 방식은 이처럼 그여자와 그남자의 이야기가 교차되는 것과 그에 더하여 그여자의 이야기에서 계속 언급되고 있는 아들러 심리학은 그여자에게서 튀어나오는 살인자의 모습을 잊게 만들어 버린다.

 

하지만 결국 집을 떠나버린 토드가 기다려도 오지 않음을 확인하게 된 조디는 결국 자신의 평온함을 지켜내기 위해 무엇인가를 결심하게 되는데...

문장에 담겨있는 섬세한 감정의 변화들은 책을 읽으며 집중하게 만들어주고 있다. 사실 처음 책을 읽기 시작했을 때는 뭔가 이야기에 집중이 되지 않았었는데 어느 순간 몰입하게 된다. 이야기의 끝이 무엇인지 알 것 같으면서도 자꾸만 궁금해지는 이야기. 그리고 '그녀는 미래에 눈을 두지 않고 일상사에만 집중하며 순간에 충실하게 살아간다'라는 첫장을 시작하는 문장과는 달리 나는 그녀의 미래가 궁금해진다. 살인을 암시하지만 살인을 긍정하지도 부정하지도 않는 이야기의 끝에서 자꾸 그녀의 미래를 응원하게 되는 마음이 불안해진다. 결코 선이라고 할 수 없는 이 마음이 악이 될수도 있는 것일까, 생각해보게 되는 불안감에 마음이 편하지만은 않다. 조용한 아내의 모습을 바라보는 나 자신의 마음을 돌아보게 되는 건, 어쩌면 조용한 아내, 그 여자가 내 주위에도 평범하게 존재할것만 같기 때문은 아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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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친절은 맹장염만큼이나 고통스럽다.
나는 아무것도 해주는 게 없는데, 아이들은 너무 친절하고 그 와중에 또 자신들의 친절을 계속해서 되살리고 재충전해서 베풀고있으므로, 나는 몸을 앞으로 구부린 채 잠시 가만히 멈춰 있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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