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허슬러 ㅣ 월터 테비스 시리즈
월터 테비스 지음, 나현진 옮김 / 어느날갑자기 / 2024년 7월
평점 :
책을 다 읽은 후 다시 첫문장부터 시작해야 했다. 이 이야기의 시작은 누구였었더라? 하게 되었기때문이다. 몇 날 며칠을 읽은 것도 아니고 겨우 이틀새에 첫 시작이 생각나지 않다니.
허슬러,가 사람이름이라 생각했었는데 책을 읽다보면 자연스럽게 그 의미를 깨닫게 된다. 사기꾼 혹은 도박꾼.
소설 '허슬러'의 이야기는 패스트 에디라 불리는 허슬러의 삶을 보여주고 있다. 에디는 찰리와 함께 당구장을 돌아다니며 속임수 당구를 치며 생활하고 있다. 속임수를 쓴다는 의미는 에디가 당구실력을 숨기고 게임을 시작하다가 금액을 높여 본격적인 내기 당구 게임이 시작되면 에디는 본인의 실력대로 게임을 이기며 내기돈을 쓸어간다. 그렇게 게임에 져 본 적이 없는 에디와 찰리가 시카고에 도착한 후 미네소타 뚱보와의 게임에서 완패를 당하고 스승 찰리와도 헤어지게 된다.
찰리와도 헤어지고 돈도 잃은 에디는 새라라는 인물을 만나게 된다. 어딘가 불안정한 두 사람의 만남은 짧은 인연으로 끝날 것 같았지만 새라의 집에서 동거생활이 시작되고, 허슬러의 생활을 계속하려는 에디와 그런 에디의 삶이 바뀌기를 바라는 새라는 결국 이기지 않고서는 살 수 없는 에디와의 생활을 끝내게 된다.
그리고 에디는 혼자 내기 당구를 하게 되는데 상대방의 모습에서 미네소타의 뚱보와 게임을 할 때의 자신을 발견하게 되고 그때의 자신이 얼마나 형편없었는가를 떠올려보게 된다. 그리고 그때의 뚱보처럼 완벽한 승리를 하지만 당구장에 있던 사람들에게 폭행을 당하고 손가락이 부러지는데......
책의 마지막에 이르러서 진짜 허슬러는 누구였지? 하는 물음을 던지게 된다. 찰리와 헤어진 후 혼자 게임을 하다가 폭행을 당하고 이후 버트에게 매이는 신세가 되는데 그 얽매임의 굴레를 에디 스스로 끝낼 수 있을까? 라는 의문이 든다.
당구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지만 소설 속 묘사를 통해 처음 시작할 때 모여진 공을 흐트러뜨리는 것을 브레이크라고 하는데 브레이크를 하는 한번의 터치만으로도 게임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이끌어 갈 수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바둑을 둘 때는 하수가 바둑돌을 더 놓거나 먼저 바둑돌을 놓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당구게임은 승자가 그 다음 게임을 유리하게 하기 위해 브레이크를 한다는 것 같아서 진정 허슬러의 게임인가 라는 생각도 하게되고.
에디의 미래가 어떻게 될까,라는 생각보다 이야기 속에서 에디의 현재가 종속의 삶으로 끌려들어가는 느낌이 들어서 잠시 생각이 멈추는 듯 했는데...
처음 책을 다 읽었을 때는 젊은 치기로 자만에 빠져들었다가 다시 승기를 잡은 에디가 버트와의 만남으로 그의 삶이 다시 어긋나는 것이 아닌가,까지였지만 지금은 문득 그런 생각을 하게 된다. 혹시 훗날 에드가 찰리와 같은 사람이 될지 버트와 같은 사람이 될지 아니면 전혀 다른 그냥 에디가 될지 아무도 모르는 것 아닌가, 라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