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의 세계사 - 문명의 거울에서 전 지구적 재앙까지
로만 쾨스터 지음, 김지현 옮김 / 흐름출판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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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논픽션은 늘 스릴러보다 흥미롭다"라는 문구를 읽으니 정말 이 책을 읽으며 느꼈던 것을 이렇게 강력한 한 문장으로 표현했구나, 감탄하게 된다. 스릴러의 느낌과는 다르지만 또 결코 가볍지도 않은데 흥미롭게 쓱쓱 읽히는 책이다.

쓰레기의 세계사를 처음 접했을 때, 오늘날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환경오염에 대한 이야기가 바로 나올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예상치못하게 선사시대, 그러니까 인류의 탄생으로부터 시작되는 쓰레기의 이야기부터 시작하고 있었다. 그리고 의외로 그 이야기가 재미있게 읽힌다.


현대의 깔끔한 도시에서 살아가는 우리에게 선사시대까지 거슬러 가지 않더라도 중세시대 패션의 도시라 일컫는 파리에서 높은 굽 구두가 유행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밤이면 창밖으로 내던지는 오물을 피하기 위해서였다고 들었는데 이 책에서는 프랑스의 필리프왕이 말을 타고 가다가 말이 돼지에 걸려 넘어지며 말에 깔려죽었다고 하니 사람이 살고 있는 도시의 거주지역이지만 사실 가축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았을 것 같다. 생각해보면 겨우 이십여년 전만 해도 길거리에는 쓰레기가 넘쳐나고 개똥도 그대로 방치되어 있었지 않았나. 

돼지같은 동물이 먹이를 찾아 사람들 주거지로 오기 시작해서 공존(?)하다가 - 심지어 옛날에는 똥을 거름으로 썼기때문에 멀리 떼어놓을수도 없었다. "전근대의 가축은 일상을 살아가기 위해 꼭 필요한 동지"(72)라고 표현할만큼 쓰레기 처리와 양분을 제공해주었으나 도시가 발달하면서 오물처리가 제대로 되지 않고 냄새와 위생문제가 생기기 시작하고 가축은 다시 도시에서 내쳐지기 시작한다. 오염과 냄새와 온갖 벌레를 막기 위해 쓰레기통이 생기기 시작했고 바로 사그라들기는 했지만 쓰레기를 제3국으로 수출하는 사업도 생겨났었다. 안타깝게도 쓰레기가 도착하기 전에 이미 다 썪어버렸지만.

- 그래도 현대에 와서 쓰레기는, 우리가 내다버린 옷가지와 신발들은 어느새 저 먼 아프리카 대륙에서 재활용되고 있기는하다. 


좀 부끄럽지만 내가 만들어내는 쓰레기의 양이 만만치않다. 음식물 쓰레기를 최소화한다고 해도 플라스틱 쓰레기를 단 하나도 버리지 않는 날이 손에 꼽힐 것이다. 책을 주문했을 때 딸려오는 포장재, 아침마다 마시는 티백의 포장재, 졸음을 깨기 위해 방금 까먹은 커피사탕 포장재 그리고 또 과자포장재 등등.

예로부터 쓰레기를 치우는 작업은 편차가 있기는 하겠지만 그래도 공통적으로 천시되었고 아무리 시인이 문학적으로 청소부를 녹여낸다고 해도 그들은 마지막 프롤레타리아라 불릴만큼 기피하고 싶은 직업이다. 


쓰레기를 떠올리면 그저 더러움만을 연상할지 모르겠는데 내가 가장 버리기 쉽지 않은 것은 약이다. 왠만하면 약을 먹지 않지만 코로나 팬데믹 이후 이젠 감기에 걸려도 약을 먹어야하는 상태가 되었는데 일주일분량의 약은 너무 과하다 말을 해도 항상 나은 것 같으면 안먹어도 된다고 말하며 과하게 처방해주는데 받아 온 약이 남은 경우 폐기처리가 쉽지 않다. 

이 모든 것들이 지구를 오염시키고 있다는 생각을 하면 정말 인류는 아무것도 하지 말아야 할 것 같지만 현실적으로 그럴 수 없으니 최선을 다해 차선을 찾아야 한다. 

이 책에서는 오염된 토양 그리고 해양 쓰레기도 언급하고 있는데 가만 생각해보면 지구는 온통 사람들로 인해 오염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유난히 더위가 심했던 올 여름을 보내며 쓰레기의 세계사는 쓰레기 문제에 대해 조금 더 심각하게 최선의 방법을 찾아야한다는 당위성을 갖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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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야생 돼지가 가축화된 것도 인간의 정착지에 있는 찌꺼기를 먹기 위해 제 발로 찾아왔기 때문이다. 42 쓰레기를 처리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돼지 사육은 의미가 있었다. 동물성 단백질은 보통 식물성 단백질보다 생산이 까다롭다. 하지만 이렇게 하면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고기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 그렇지 않으면 돼지 사육은 보통 손해나는 장사였다.43 도시에서 닭을 키우는 것도 마•찬가지였다. 닮은 도시에서 밀려난 마지막 가축이었다. 20세기까지만 해도 도시 내에서 양계장을 찾기는 어렵지 않았다.44동물의 고기, 가죽, 지방, 내장은 도시의 수공업자들에게 소중한재료였다. 정육점뿐만 아니라 양초 제작자들에게도 마찬가지였다. 동물성 기름과 지방은 연료이자 조명이었고, 비누나 접착제를 만드는데에도 쓸 수 있었다. 45 소변은 제혁장에서 가죽을 손질할 때 필요했다. 동물들은 겨울에도 우리 안에 온기를 전달했다. 침실은 보통 우리옆에 있었고, 하인들은 우리 안에서 잠을 자기도 했다.
동물은 이렇게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었고, 19세기까지만 해도가축이 야기하는 문제를 상쇄하기에 충분했다. 사실 가축은 늘 골칫거리였다. 지저분했고, 소음을 냈으며, 악취가 났다. 40 게다가 이들은통행을 방해했고, 먹이를 필요로 했으며 질병 전파의 매개체-전근대의 사람들이 과학적으로 증명할 방법은 없지만, 경험으로 짐작했듯였다. 흑사병이 유행하던 시기에는 가축을 키우는 것이 제한되기도했다. 19세기 도시 위생 담론에서 도심의 가축은 공중위생을 위협하는 요소이자, 낮은 문명 수준을 보여주는 증거로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이는 한참 뒤에나 일어난 일이다. 전근대의 가축은 일상을 살아가기 위해 꼭 필요한 동지였다. - P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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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문득 자신들이 집 없이 지내게된 가장 큰 원인은 뭘까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자신이 수년 전 마약때문에 유죄 판결을 받았던 것 때문일까, 아니면 네드가 도주 중이라 소득 증명을 할 수가 없어서일까, 퇴거 기록일까, 가난 때문일까,
아니면 아이들 때문일까. - P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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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날 수 없는 가난과 어느 정도 안정된 가난사이의 거리는 생각보다 너무 멀어서, 어쩌면 밑바닥에 있는 사람들은 아무리 자린고비처럼 굴어도 가난에서 헤어날 가망이 거의 없는지 모른다. 그래서 이런 사람들은 자린고비처럼 굴지 않기로 선택한다. 돈 한 푼에 벌벌 떠느니 고통에 즐거움이라는 양념을 곁들여 화려한 생존을 시도한다. 마약에 약간 취하기도 하고 술을 마시거나 도박을 하거나 텔레비전을 사기도 한다. 식료품 구매권으로 랍스터를 살 수도 있다. - P2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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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의 기억
티나 바예스 지음, 김정하 옮김 / 삐삐북스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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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버드나무는 상상 속에서 되살아났다. 빌라베르의 구석진 곳에서 잔잔한 바람에도 춤추는, 나뭇잎이 무성한 버드나무가 되었다. 바닥은 손가락 같은 노란 나뭇잎으로 뒤덮여 있었다"(215)


버드나무에 대해 내가 알고 있는 사실은 벼락을 맞아 반이 타버리고 남아있는 나무는 베어지고 그루터기로 남아 있는 것 마저 뿌리째 뽑히고 버드나무가 있던 자리는 콘크리트 바닥으로 변해버렸다는 것이다. 하지만 내가 기억하게 될 버드나무는 잔잔한 바람에도 춤추는, 손가락 같은 나뭇잎이 무성한 버드나무가 될 것이다. '나무의 기억'은 그런 것이다. 


책을 읽는 내내 잔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는 할아버지 잔의 이야기, 빌라베르의 시계공으로 살았던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바르셀로나의 잔네 집으로 와 함께 살게 되면서 할아버지의 버드나무 이야기가 어떤 의미인지를 알게 되면서 이 이야기의 끝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빠르게 책장을 넘기다가도 이야기의 끝이 너무 아쉬울 것 같아 일부러 책장 넘기기를 멈추고 잠시 '나무의 기억'에 대해 생각해보기도 했다. 


책을 읽다가 잠시 성당에 다녀온 사이에 욕실용 슬리퍼가 사라지고 없어졌다. 집에 혼자 계시던 어머니가 평온한 것을 보니 도둑이 든 것 같지는 않고 - 그래, 평온하지 않은 분위기였다해도 도둑이 하필 욕실 슬리퍼를 신고 나갈리도 없을텐데 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답답해하고 있었는데 마루 쇼파에 얌전히 앉아계신 어머니의 발에 단아하게 신겨져있는 노란색 슬리퍼가 보이는 순간 ... 뭐라고 표현할 수 없는 여러 감정이 스쳐지나갔다. 아니, 물론 습관적인 나의 첫 반응은 왜 그 슬리퍼를 신고 앉아있냐고 버럭하는 것이었지만. 슬리퍼를 제자리에 갖다놓고 발바닥이 아픈 어머니 전용 실내 슬리퍼를 신겨놓고 청소를 했다. 아흔이 넘은 연세에도 암산으로 덧셈을 하시고 중요하게 기억해야 할 일이 있으면 어머니에게 알려 내게 얘기해주라고 알림을 맡길만큼 총명한 어머니는, 우리도 깜빡깜빡 잊어버리는 것을 당신이 잊었다고 이런 일이 있을때마다 손에 힘이 없어 반찬통을 꺼내다 떨어뜨릴때마다 서글픔에 눈물을 흘리신다. 

그래도 나는 괜찮다,라고 하지 않는다. 그저 다만 좀 더 조심하시라는 말만 한다. 왠지 괜찮다,라고 하면 안될것같아서다. 그저 조금 더 정신줄 잡고 신경쓰시라 외친다. 할 수 있다는듯이, 예전같지는 않겠지만 뒷방 늙은이는 아니라는 걸 아셔야한다는 듯이. 


잔 역시 조안 할아버지가 버드나무를 기억하듯 매일매일 거울을 바라보며 할아버지 자신과 잔을 잊지 않기를 바란다. 저녁식사 시간이 한참 남았는데도 식탁 차림 담당인 할아버지가 스푼 찾는 걸 헷갈려하지 않게 세번째 서랍을 살짝 열어놓는다든가 숙제를 저녁식탁이 아닌 다른 보조식탁에서 하거나 방금 식기세척기에서 꺼냈다는 듯 스푼 세트를 식탁위에 둔다거나 하는 일상생활은 조금씩 바뀌어가지만 달라진 것이 없는 듯 평온함을 유지하고 있지만 그 시간이 또 무한한 것은 아니라는 걸 우리는 알고 있다. 


"실제 삶에서는 감동을 주는 문장이 담긴 작별의 편지는 없었다. 그래도 할아버지는 살아계신다. 여전히. 할아버지는 아무 편지도 남기지 않았다. 왜냐하면 이미 몇 달 전부터 조금씩 나에게 작별인사를 했기 때문이다"(220)


책을 다 읽고 다시 첫장으로 돌아갔다. 작가의 말이 있었다는 걸, 책을 다 읽고 나니 그 의미가 더 깊이있게 다가온다. 

"열광적인 애국자들에게 전쟁과 협상과 우리의 비석과 그들의 조각상을 준비하라고 하고 우리는 내 할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하도록 하자. 할아버지 이야기가 가장 중요하니까"

우리의 현재와 과거, 미래와 과거의 업적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우리의 삶에 있어 중요한 것을 이야기하고 있다보면 우리는 전쟁을 할 이유도, 승리를 기리는 조각상의 영광 따위는 전혀 중요하지 않게 된다. 


"나무가 죽을 때 그루터기는 젊음을 되찾고" 나무의 기억은 우리의 부활을 기념하듯 계속 이어져 가고 있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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