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초에 야생 돼지가 가축화된 것도 인간의 정착지에 있는 찌꺼기를 먹기 위해 제 발로 찾아왔기 때문이다. 42 쓰레기를 처리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돼지 사육은 의미가 있었다. 동물성 단백질은 보통 식물성 단백질보다 생산이 까다롭다. 하지만 이렇게 하면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고기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 그렇지 않으면 돼지 사육은 보통 손해나는 장사였다.43 도시에서 닭을 키우는 것도 마•찬가지였다. 닮은 도시에서 밀려난 마지막 가축이었다. 20세기까지만 해도 도시 내에서 양계장을 찾기는 어렵지 않았다.44동물의 고기, 가죽, 지방, 내장은 도시의 수공업자들에게 소중한재료였다. 정육점뿐만 아니라 양초 제작자들에게도 마찬가지였다. 동물성 기름과 지방은 연료이자 조명이었고, 비누나 접착제를 만드는데에도 쓸 수 있었다. 45 소변은 제혁장에서 가죽을 손질할 때 필요했다. 동물들은 겨울에도 우리 안에 온기를 전달했다. 침실은 보통 우리옆에 있었고, 하인들은 우리 안에서 잠을 자기도 했다.
동물은 이렇게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었고, 19세기까지만 해도가축이 야기하는 문제를 상쇄하기에 충분했다. 사실 가축은 늘 골칫거리였다. 지저분했고, 소음을 냈으며, 악취가 났다. 40 게다가 이들은통행을 방해했고, 먹이를 필요로 했으며 질병 전파의 매개체-전근대의 사람들이 과학적으로 증명할 방법은 없지만, 경험으로 짐작했듯였다. 흑사병이 유행하던 시기에는 가축을 키우는 것이 제한되기도했다. 19세기 도시 위생 담론에서 도심의 가축은 공중위생을 위협하는 요소이자, 낮은 문명 수준을 보여주는 증거로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이는 한참 뒤에나 일어난 일이다. 전근대의 가축은 일상을 살아가기 위해 꼭 필요한 동지였다. - P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