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늘 불안과 친구가 되기로 했다 - 걱정이 시작되거든 마음속 일시 정지 버튼을 눌러라
장신웨 지음, 고보혜 옮김 / 알토북스 / 2024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는 오늘 불안과 친구가 되기로 했다'라는 책을 펼쳐들면서 오히려 안정적이지 못한 마음으로 뭔가에 쫓기듯 책을 읽었다. 사실 요즘 스트레스 상황이기도 하고 몸에 염증이 올라오기 시작해 피부 알러지 생긴 것처럼 울긋불긋 뭔가 퍼져있기도 하고 그래서 그냥 아무것도 하지 않고 쉬고 싶은 마음으로 책도 대충 읽고 별다른 일 없이 시간을 흘러보내며 지내고 있어서 정확하게는 '쫓기듯'이 아니라 의무감에 처음부터 끝까지 한번은 훑어봐야한다는 마음으로 의미를 새기지 못하고 그냥 글자만을 읽기 시작했다.


처음에 책을 받아들고 "평정심을 되찾을 때까지 글로 나를 만나고 표현해 보자"는 것에 격한 공감을 하면서 - 기쁨을 나누는 글도 좋지만 개인적인 내 체험을 떠올려봤을 때 분노나 불안감에 대한 감정을 글로 표현하고 나면 격한 감정이 좀 가라앉고 나 자신의 감정을 아주 조금은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어서인지 내 마음을 누그러뜨리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는 걸 인식하고 있어서 이 책에 대한 소개글을 보며 내게 꼭 필요한 책이다!라는 생각을 했다. 그런 기대치가 있어서인지 실체를 잡을 수 없는 나 자신의 불안과 분노에 대한 글쓰기는 도대체 어디에 있는거야? 라는 마음이 앞서서 초반에 책을 제대로 읽지 못한 것을 부인하지 못하겠다. 


심리학적인 내용과 여러 체험들에 대한 이야기에 공감하다가 하나의 장을 마무리하며 글쓰기에 대한 내용이 나오는 것도 일정부분 연관이 없는 글쓰기인 것 같았고 자꾸만 내가 원한 건 이런 것이 아니었는데... 싶은 마음이었는데, 어느 순간 내용이 쌓이기 시작하면서 조금씩 내 마음을 들여다보고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 나 자신의 본 모습을 찾을 수 있어야 하며, 내가 느끼고 있는 감정들의 바닥에 깔려있는 그 근원을 찾아야 비로소 지금 현재의 행복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고 있음을 알게 된다. 


나를 불안하게 만드는 것은 여러가지가 있다. 그 불안의 요소는 개개인마다 다를 것이지만 그 특별함 속에서 보편성이 있고 이 책은 그러한 일반적인 내용을 정리하면서 '글쓰기'를 통해 각각의 불안 요소를 제어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처음 책의 내용이 나와 맞지 않는 것 같아 재미없어,라고 느낀 이유가 바로 그것때문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나와는 상관없는 이야기 인듯한 느낌, 하지만 내용에 집중하며 읽다보니 관계에 대한 이야기와 내가 '왜' 불안을 느끼고 안정적이지 못한지에 대한 생각을 해 보게 되기 시작했고 그러한 불안감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글쓰기가 많은 도움이 되는 것을 느끼게 된 것이다. 

불안감에서 벗어난다고 표현했지만 이것은 또 다른 표현으로 나 자신에 대한 자책이나 죄의식, 책임지지 않아도 되는 책임감 같은 수많은 부정적인 감정들에 대해 막연하게 느끼며 죄책감과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안이 내 일상을 무너뜨리고 있는데 그런 마음에서 조금은 벗어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책의 각 장마다 정리되어있는 나를 바꾸는 글쓰기,는 실질적으로 글을 써보는 것이 중요하며 글을 쓰는 안내서 역할을 한다. 책을 읽으면서 그 지침에 맞게 글을 쓰기 시작하고 글쓰기 습관이 스며들면 조금은 다른 나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될 것 같기도 하다. 내게 잠재해있는 불안이 나를 잠식하지 못하도록, 주위의 기준에 휘둘리지 않도록 내 감정과 나 자신의 본연의 모습이 무엇인지 깨닫고 주체적인 삶을 살아가는 것이 현재의 행복을 찾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글쓰기가 중요한 것이라기보다는 나 자신을 찾아가기 위한 여정의 보조적 역할로서 - 나 자신을 잘 들여다보기 위한 하나의 방침으로써의 글쓰기는 내게 많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


"여러분은 모든 감정을 몸으로 느끼고 생명의 성장과 비밀을 하나씩 탐구하면 된다. 환호성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마음으로부터 흘러나오는 막막함, 무력함, 충돌, 애원 역시도 생명의 모습이다. 그리고 손끝에서 흘러나와 종이 위에 생생하게 흔적을 남기는 글쓰기도 마음을 변화시키는 길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공포에 동반되는 감정은 ‘분노‘이다. 욱하고 원망하고 화내고초조해한다. 부모는 화를 낼 때 책상을 치며 소리 지른다. "넌도대체 내 말을 듣는 거야 안 듣는 거야!", "이것도 못 하니? 다른 애들좀봐!", "아직도 몰라? 도대체 몇 번을 말해야 하니?"
이 분노는 아이가 말을 안 들어서 그런 것 같지만 사실을 정반대다. 자아의 내적 역량이 부족함에 스스로 위기의식을 느끼고통제감을 회복하고자 할 때 나타난다. 다시 말해 ‘분노‘는 자신의입지나 영역을 침범당한 것에 대한 보복이다. - P17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족쇄 - 두 남매 이야기 케이스릴러
전혜진 지음 / 고즈넉이엔티 / 2024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소설이지만 소설로만 존재하는 이야기는 아닐 것 같아서 책을 읽는 동안 점점 더 불편한 마음이 들었다. '족쇄'는 과연 누구를 얽어매고 있는 걸 말하고 있는 것일까, 생각해보지만 쉽게 답이 나오지 않는다.

신화이야기에서든 고전이든 혹은 성경에서든 근친상간은 빠지지 않고 나오는 것이지만 그것이 현재의 이야기가 되었을 때는 섬뜩한 불편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아버지와 어머니를 살해한 준현이 교도소에서 만기출소하는 시점에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부모를 살해한 죄가 크지만 준현의 이복동생인 나현이 아버지에게 성폭행당하는 것을 막기 위해 우발적인 살인이 인정되어, 더구나 준현의 할아버지인 서필환 원장이 막강한 뒷배를 이용해 사건을 축소시키기도 했기에 준현은 5년형을 받고 나오게 되었다. 

이야기의 끝으로 가면서 살인사건의 또 다른 숨겨진 비밀이 드러나고 출생의 비밀이 여럿 얽혀드러나면서 여러 죽음이 난무하게 되는데 과연 이 소설의 이야기는 그것을 언급하지 않으면서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있을까 싶다. 

사실 줄거리만을 언급하면 이보다 더한 막장이 있을까 싶을만큼 얽혀있는 관계는 절대 보편적이지 않지만 그렇다고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도 할 수 없는 그런 것이다. - 책을 읽다 너무 불편하고 피를 부르는 살인의 이야기에 피곤함이 느껴져 잠시 인터넷뉴스를 검색해봤는데 그 기사내용마저 동생이 누나를 살해하고 자살, 같은 것이어서 더 피곤해져버렸다.


씨족공동체,라는 말이 사라지지 않고 있는 것처럼 아직까지도 가문과 혈통에 얽매여있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고 해방이 되고 사회체제가 바뀌면서 변화를 못받아들이고 과거에 머물며 족보만을 따지는 이들도 있을 것이며 목적을 위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이 모든 것이 혈연으로 매여있다고 생각하면 그들의 세상은 현실이기를 부정하고 싶어지는 것이 아닐까.

우리 사회에 대한 냉소적인 비판이라 생각해봐도 나현이 움켜쥐고 있는 족쇄는 이해가 되지 않고 있지만, 설마 나현이 쥐고 있는 것을 금지된 지독한 '사랑'으로 말하려는 것은 아니겠지. 


근친상간과 존속살인은 생각보다 우리 현실에 많이 산재해있다. 하지만 그것을 인간의 본성이라고 하지 않듯이 '족쇄-두 남매이야기'에서 다루고 있는 남매의 관계, 그리고 이 모든 이야기의 중심에 있는 나현의 존재가 결국은 제자리로 찾아가는 이야기였다면 마음이 덜 불편했을까?

아니, 애초에 그 '제자리'라는 것이 무엇이었는지... 생각이 많아지고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감정을 풀어 놓을 곳이 없으면 글로 그 감정을 풀어내는 것이 스트레스 해소에 좋다,라는 건 내 체험이라고 생각한다.

가끔 나와 내 환경을 모르는 사람들이 나의 일방적인 글에 공감하고 위로해주는 것이 도움이 되기도 했고.

마음 속의 것을 털어내면서 아주 조금은 객관화시킬 수 있어서 잠시 감정을 추스리기도 하고.


그런데 이젠 그런 글쓰기도 귀찮아지고 있다.

이성적인 글쓰기가 아니라 감정 쓰레기가 되어가는 것 같아서 그냥 말로 욕지거리를 내뱉어보는데.

하나도 도움이 안된다.

내가 원래 폭력적인 사람인가 싶을만큼 뭔가를 때려부숴버리면 좀 풀릴 것 같은 기분이기도 하지만.

그런다고 바뀌는 것은 하나도 없다.

바뀌는 건 하나도 없어.

왜 지들은 편하게 살고.

나의 희생은 당연한거지?

진작에 독립을 했어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제국의 열두 달 - 고대 이집트에서 1년 살기
도널드 P. 라이언 지음, 우진하 옮김 / 타인의사유 / 2024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고대 이집트에서 1년 살기는 어떤 느낌일까?

이 책은 고대 이집트의 역사를 소설로 엮어 쓴 팩션,이라고 할 수 있다. 기록된 역사를 확인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인데 고대사를 이야기로 엮는다니, 너무 흥미로울 것 같았다. 미시사와 거시사가 하나의 글 안에 1년 살이의 팩션으로 엮였다니 어떻게 표현할지 너무 기대되었다. 그런데 성급한 결론을 이야기하자면 나는 그냥 소설이거나 역사서이거나 에세이로 고대이집트의 1년살이를 상상해보는 것이 더 내 취향일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팩션이라는 소설의 형식이지만 설명처럼 들어간 내용이 좀 어정쩡한 느낌이랄까. 하지만 이건 취향의 문제이니 이 책이 재미없다,라고 판단할수는 없다. 


취향의 차이라고는 했지만 책의 내용을 떠올리다보면 "이야기로 들여다보는 고대 이집트인의 생생한 생활상"이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 깨닫는 정도가 아니라 한 편의 드라마를 보는 것 같은 흥미진진함도 담겨있다. 

한가지를 언급해보자면 가나안의 혼인잔치와 이집트병사의 원정이야기이다. 가나안의 혼인잔치,라고 하면 성경이 먼저 떠오르지만 이집트의 번영이라기보다는 당대에 피지배자의 모습으로 살아가야했던 사람들의 모습과 지배자라고는 하지만 이집트의 하층계급인 일반 병사가 겪게 되는 이야기는 상상이 아닌 현실같은 묘사여서 이 책의 묘미는 이런 것인가 싶었다. 

상업활동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막강한 이집트가 주위의 모든 지역을 다스리고 있지만 국경 너머 변방의 지역에 갔을 때 지역민들에게 오히려 피습을 받아 목숨을 잃기도 하는 병사의 이야기는 다소 충격적이기는 했다. 하지만 예전에 성경속에 묘사된 모세가 광야를 헤매고 다니며 약속의 땅으로 갈 때 관점을 살짝 비틀어보라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그렇게 생각해본다면 힘없이 죽임을 당하는 이집트 병사의 모습이 더 현실적이지 않을까 싶다. 수십만의 히브리인이 떼를 지어 다니면 그 세력이 엄청났을 것이며 그들이 지나쳐가는 마을에서 숙식을 해결하기 위해 온갖 약탈이 있지 않았을까, 그들의 세력이 오히려 이집트의 지배력을 능가했을지도 모른다라고 생각하면 이 책의 내용들이 더 현장감있게 느껴지는 것이다. 


피라미드 공사를 위해 노동력을 착취했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나일강의 범람하는 시기에 농사를 지을 수 없는 농민들을 위해 국가 세금으로 노역을 시켜 먹여살렸다는 또 다른 관점이 있는 것처럼 역사 속 세부적인 이야기들을 알게 되면 그 시대를 바라보는 관점이 달라지게 된다. 

'들어가며'를 통해 이 책에서 언급하고 있는 이집트 역사의 시기와 우리에게 잘 알려진 왕조사를 간략히 설명해주고 있는데 이 부분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무작정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미시사 역시 거시사 속에서 그 의미를 갖는다는 것을 새삼스럽게 깨닫고 있다. 


책에 대해 정리를 하다보니 각각의 에피소드에만 집중을 해버려서 전체적인 흐름을 파악하지 못한 것도 내가 이책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며 읽었고 그래서 역사적 생동감을 느끼지 못해 애꿎은 취향탓을 하며 재미없었다고 말한 것의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고보니 시간을 내어 천천히 재독을 해 본다면 이 책은 정말 흥미로운 이야기 가득한 이집트에서의 1년살이가 되지 않을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