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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이 나에게 말을 걸었다
성혜영 지음 / 휴머니스트 / 2004년 2월
평점 :
품절
처음 이 책을 읽어보려 했을때엔 뭔지 모를 아주 유용한 정보가 담긴 책이려니..라는 막연한 지식의 책이라는 기대감이 있었다. 그런데 웬걸, 이 책을 쓴 사람은 자꾸만 자기 얘기만 늘어놓는다. 그래서 실망했냐고? 글쎄... 기대와는 다른 책이었기에 실망감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또 그와같은 이유때문에 이 책이 내게 많은 유용함을 주었고 '박물관'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하였으니 기대 이상이라고도 할 수 있다. 정작 중요한 것은 박물관이 그녀에게 무슨 말을 걸었는가, 라는 것이 아니라 내게 어떠한 말을 들려주고 있는가..이니까.
잘 알지 못했던 때에 우연히 파리에 있는 오르세 미술관을 가게 되었을때, 모나리자가 있다는 그 유명한 루브르 박물관에 갔을때에도 위대한 작품을 정신없이 쳐다보는 그 와중에도 바닥에 철퍼덕 앉아서 스케치를 하고 있는 학생들의 모습은 내게 무척이나 인상적이었다. 그저 친구들 그림을 구경나온 것처럼 어수선하게 돌아다니며 놀고 있는 꼬맹이들의 모습만큼이나....
그때 생각했던 것은 왜 우리에겐 이런 곳이 없을까, 미술관, 박물관을 친구집처럼 드나들 수 있는 그런 기회가 주어지지 않은 내 환경이 참으로 싫다.. 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리고 우연한 여행기회에 또 다시 박물관에 가 보면서 나름대로 재미있는 것을 찾으려고 했고, 조카애가 흥미를 갖고 재밌어할 만한 이야기들을 담아 얘기를 해 주기도 했었다. 사실 일곱살 꼬맹이에게 위대한 화가의 그림이 어떤 의미를 가질까 생각해봤을 때, 나 역시 마찬가지였지만 그닥 큰 감동이 밀려올 것 같지는 않았기때문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와는 또 다른 생각들이 밀려왔다. 내가 사는 이곳에도 소장품은 별거 없지만 국립박물관이 하나 있고, 민속자연사 박물관, 교육 박물관...민속촌도 있다. 나는 그곳에서 무엇을 느끼고자 했을까. 단지 나와는 동떨어진 그들의 모습을 구경하고만 지나친것은 아닌가....?
지금까지 나와는 상관없었던 별개의 전시장이 내게로 다가서는 느낌이다.
이 책의 저자는 박물관이 그에게 말을 거는대로 대화를 나누었듯이 나 또한 내 이야기를 갖고 박물관과 대화를 나눠야 할 것이다. 나는 박물관에게 먼저 어떤 이야기를 건넬까...?
책의 뒤에 부록처럼 세계 여러곳의 박물관 홈페이지 주소가 나와있다. 하나하나 찾아다니며 둘러볼 생각이다. 그리고 기회가 된다면 언젠가는 그곳에 있는 모든 것들의 숨결을 느껴보기 위해 가방을 둘러메고 떠나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