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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자의 어원 사전 - 이 세계를 열 배로 즐기는 법
덩컨 매든 지음, 고정아 옮김, 레비슨 우드 서문 / 윌북 / 2024년 6월
평점 :
어렸을 때 나라 이름은 그냥 나라 이름,이라고만 생각했었던 기억이 있다. 어느 날 선생님이 미국이라는 나라의 이름을 한자로 표현할 때 아름다울 미,자를 쓰는데 미국은 쌀의 뜻을 가진 미를 써야한다고 했던 말도 기억하고 있다. 그리고 좀 더 자라서 미국을 아메리카라고 하면 아메리카는 대륙을 의미하는 것이지 미국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며 면박을 당했던 기억도 있다.
내가 잘못알고 있었던 것은 아니라고 말하고 싶지만 왠지 반박하기 싫어지는 내용을 담고 있다. - 이 책에도 아메리카 합중국에 대한 언급이 있는데 역시나 '나라가 아닌 대륙, 그것도 두 개의 대륙을 가리키는 말'(31)임에도 그냥 아메리카라고만 불릴 때가 많음을 언급하고 있다. 소비에트 연방이 사라지고 러시아가 된 이후 당당하게 아메리카가 최강으로 불리는 것일까? 아니, 생각해보니 나라 이름은 그 이전부터 그리 불렸었던건데.
여행자의 어원 사전,은 여러 생각을 떠올리게 해서 궁금한 책이었다.
솔직히 말한다면 이 책을 처음 펼쳤을 때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조금 달라서 신나게 읽히지 않았다. 세계 각 나라의 명칭에 대한 스토리텔링 - 그러니까 약간의 상상력을 거짓말처럼 가미해 재미있는 이야기를 풀어놓을 것이라 예상했는데 뜻밖에도 이 책은 그보다 더 깊이 들어가는 '어원'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는 것을 예상하지 못했던터라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읽듯 읽히지는 않았다는 말이다. 그래서 순서없이 관심이 가는 나라 이름부터 찾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과연 대한민국의 코리아는 뭐라 했을까?
"몽골고원에서 남동쪽으로 1900킬로미터가량 내려오면 양옆에 황해와 일본해이자 한국의 동해를 끼고 있는"(253) 작은 반도에 하나의 이름을 사용하고 있는 두 개의 나라가 있다는 말로 시작한다.
나라 이름의 어원에 대한 이야기에 앞서, 일본해이자 한국의 동해,라는 표현에서 새삼스럽게 왜 우리는 우리 영토에 대한 주장을 더 강하게 - 그러니까 한국의 동쪽바다가 아니라 한국의 바다라고 못박지 않았을까를 먼저 떠올리게 된다. 그러니 동해나 일본해를 같은 표현이라고 보는 것이지. 사실 동그란 지구에 동서남북을 정한다는 것 자체가 전 지국적 합의가 아니듯 그냥 약속된 표현으로 우리 내부적으로는 동쪽의 바다지만 국경으로 따지자면 저 바다는 우리나라 바다가 아니던가.
책과 관련없는 이야기가 길어졌는데 아무튼, 마르코폴로 등등의 이유들로 고려가 더 알려졌음을 이야기하고 있는데 - 학창시절에 조선이 아닌 고려가 더 알려진 것은 아무래도 실크로드의 영향이 클 것이다,라는 말을 너무 깊이 새겨버렸는지 내게는 여전히 그것이 더 기억에 남지만 코리아의 알파벳 철자에 대한 언급은 좀 놀라웠다. 처음 들어서 놀란 것이 아니라 우리의 역사적인 부분까지 정확히 짚어냈다는 것이 놀라운 것이다.
역사이야기를 꺼낸김에 버마 이야기까지 해보자. 군사정권에 의해 버마는 미얀마로 이름이 바뀌어버렸다. 이때쯤 읽었던 책에서 우리나라에 유학온 버마 학생들은 군사정권의 미얀마가 아닌 버마로 불릴 것을 희망한다고 했던터라 지금까지 미얀마가 아닌 버마로 부르곤 했는데 이름이 바뀌는 과정의 현대사를 이야기하면서도 저자는 국명이 그리 심각한 문제가 아닐수도 있다고 언급한다. "이 나라의 이름은 버마어 문어로 므란마 Mranma고 구어로는 바마 Bama, 둘 다 버마 인종 집단을 가리키는 자칭명에서 온 말이다"9268)라고 설명하고 있다.
순서없이 흥미로운 내용부터 찾아 읽기 시작하니 점점 더 재미있어진다. 자국어 알파벳에 에프 F 가 없는 나라가 어떻게 핀란드 Finland가 되었는지, 파키스탄 Pakristan에서 발음의 편의를 위해 아이 i가 추가된 것이며 원래 인도 북부의 5개 지역을 합해 줄인 PAKSTAN에는 i가 없었다는 것 등의 이야기는 글자만으로 놓고 봐도 그 언어에 대한 관심이 생기지 않을 수 없다.
이제 이 책을 다시 생각해보니 너무나 흥미로운 이야기로 가득하지 않은가.
단지 나라의 이름에 대한 어원을 찾아간다고 해서 그 나라에 대해 더 잘 알게 되는 것일까? 라는 생각은 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말이 바로 떠오르게 될 것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