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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궐로 떠나는 힐링여행 : 경희궁 ㅣ 인문여행 시리즈 19
이향우 지음 / 인문산책 / 2024년 5월
평점 :
이 책은 궁궐로 떠나는 힐링 여행 시리즈의 한 권으로 '경희궁'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있다. 저자의 궁궐 이야기는 꽤 오래전부터 이어져 온 것으로 알고 있다. 기회가 된다면 시간을 내어 경복궁, 창경궁, 덕수궁... 궁궐 지도를 들고 다 찾아가볼텐데 사정이 여의치않으니 책으로나마 들여다보고 있다. 사실 궁궐의 이름은 많이 들어봤지만 전체 지도를 놓고 위치를 확인해보라고 하면 도대체가 동서남북이 어디인지조차 모를 것이라 예상되지만 이제 조금씩 알아가면 되지 않는가,라는 초긍정의 자세로 경희궁을 살펴보고 있다.
"경희궁은 서부의 적선방에 있다. 동쪽은 흥화문이고, 흥화문내에는 금천교가 있고 또 그 동쪽은 흥원문이다. 서쪽은 숭의문이고, 남쪽은 개양문이며, 북쪽은 무덕문이다"(13)
경희궁은 경복궁, 창덕궁, 창경궁, 경운궁(덕수궁)과 더불어 현존하는 조선시대에 지어진 5대 궁궐의 하나(13)라는 설명에 이어 문화재로 인식되어 1980년에 사적으로 지정될 당시 경희궁 구조물이 없어서 그 터만 사적지로 삼아 관할부서조차 문화재청이 아니라 서울시와 종로구청이라고 말하고 있다. 경희궁은 일제강점기에 철저히 파괴된어버린 궁궐이라고 하는데 이를 복원하는 것은 반가운 일이나 책을 읽다보면 복원하는 과정에서 철저한 고증으로 인한 성실한 복원이 되었는가,라는 것을 생각하면 뭔가 아쉬운 것들이 많이 보인다. 숭정전 보개천장의 황룡 사진이 있는데, 해학적인 용의 모습도 아니고 뭔가 어울리지 않는 어색한 느낌인데 오히려 저자가 원형을 상상하며 그렸다는 칠조룡의 모습이 더 해학적으로 보인다.
창경궁은 홍화문이, 경희궁은 흥화문이 대문이라 할 수 있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 전체 궁의 지도를 보면 경희궁의 흥화문이 흔히 말하는 정문이라 할 수 있는 것이고, 흉년이 들면 영조가 자주 그 흥화문 앞에 나아가 구휼을 하고 백성들과 자주 소통을 하려 했다고 한다. 인터넷 세상으로 비대면 소통이 더 쉽고 다양해진 요즘 오히려 소통이 없는 누군가와는 달리 백성을 귀하게 여기던 영조는 그래서 조선시대의 최고 전성기라 하는 것 같기도 하다.
저자의 궁궐 이야기를 통해 문무관의 위치라거나 품계석이 따로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고 궁궐이 그저 옛 집,이라는 인식만 갖고 있던 내게 그 이상의 의미를 갖게 되었다.
역사적으로 의미있는 사건들과 조선의 정책, 왕족들의 삶 등에 대해 자세한 고증을 통해 설명하고 있어서 단순히 궁궐 구경이 아닌 우리 역사를 들여다보게 되기도 해 궁궐로 떠나는 힐링 여행이 역사와 문화까지 다 아우르고 있다는 점에 있어서 모두에게 추천할 수 있는 책이다.
책의 첫머리에 저자는 경희궁이 훼손되고 파괴되어버렸고 문화재청이 아니라 서울시청과 종로구청에서 관리하고 있다는 것을 강조했었는데 왜 그것을 강조했는지 마지막으로 덧붙이고 있다. 경희궁 유적지 발굴이 이루어지기 전에 그곳에 서울시의 온갖 건물이 세워져버렷고 심지어 민간 건물도 들어서 있으니 경희궁 복원이 쉬워보이지는 않는다.
사실 우리 동네에서 조금 위쪽으로 올라가면 넓은 공터가 십여년간 방치되어 있는데 사유지인 그곳에서 구석기 유물이 나왔다던가... 아무튼 유적지 발굴이 되는 것도 아니고 내가 보기엔 그냥 그 넓은 땅을 방치해둔것처럼 보일뿐이다.
역사적인 가치가 있는 것을 발굴하고 복원하는 의미가 크다는 것은 알지만 어쩌면 그렇게 스쳐가는 것도 역사의 일부가 아닐까, 라는 생각도 하게 되는데 경희궁의 복원은... 글쎄, 아직까지는 내게 있어서 빈 공간이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