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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골에 대한 기이한 취향 ㅣ 캐드펠 수사 시리즈 1
엘리스 피터스 지음, 최인석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8월
평점 :
캐드펠 수사 시리즈에 대한 이야기는 들어본 것 같지만 실제로 캐드펠 수사의 이야기를 읽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역사추리소설이라고 들은 것 같은데 시리즈의 첫째권을 읽으면서 당시 시대상과 역사에 대해 잘 알지 못해도 책을 읽는데 무리가 없지만 그래도 이 시리즈를 역사추리소설이라고 하는만큼 시대적 배경을 알고 책을 읽으면 더 풍부한 내용으로 읽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골에 대한 기이한 취향'은 슈루즈베리의 수도원에서 귀더린의 성녀 위니프리드의 유골을 갖고 오기 위해 수사들을 보내면서 발생한 사건에 대한 이야기이다.
중세시대에는 성인의 유해 한조각이라도 보관을 하고 거기에 성인의 기적에 대한 증언이 더해지면 그 수도원의 위상이 높아져, 캐드펠 수사가 소속되어 있는 베네딕토 수도회의 해리버트 수도원장의 명으로 캐드펠 수사는 부수도원장을 수행하여 귀더린으로 향한다. 수도회의 콜롬바누스 수사가 신의 계시를 받았다고 하지만, 십자군 원정에도 다녀 온 사전수전 다 겪은 캐드펠 수사의 시선으로 본다면 신의 계시라기 보다는 그의 병증은 간질이 아닐까 싶은데.
어찌되었든 지역에서는 별다른 추앙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여겨지는 성녀 위니프리드의 유골을 수도회로 옮기기 위해 웨일즈 출신의 캐드펠 수사도 함게 떠나게 된다. 별 무리 없이 성녀의 유골을 수도회로 갖고 갈 수 있다 생각했지만 뜻밖에 영주 리샤르트를 비롯해 마을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치고 서로의 의견 조율을 위해 만나기로 약속한 그 날, 리샤르트가 시신으로 발견된다.
시신에 꽂혀있는 화살촉의 주인은 마을의 이방인인 엥겔라드로 밝혀지고, 리샤르트의 딸과 가까이 지내는 그를 음해하기 위해 일부러 그의 화살을 쓴 것인지 아니면 실제로 엥겔라드가 죽인 것인지 밝혀야 하는데......
캐드펠 수사는 약초에 대해서도 잘 다루는 것으로 나오는데 관찰력도 좋고 무엇보다 시신이 발견된 후 살인사건인지의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시신의 상태를 정확히 파악하려고 하는 것은 당연히 그가 수사관으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사건의 흐름에서 캐드펠 수사가 사건의 진상을 확인하고 범인을 추론해가는 과정이 이 소설의 소설적 재미를 느끼게 하고 있는 부분이라면 행간에 담겨있는 묘사들은 맛을 더 풍부하게 해 주는 양념처럼 소설을 읽는 재미를 더해주고 있다.
"하느님께서 시간을 두고 그 모든 것을 해결해주시겠지요." 의미심장한 대답을 남긴 채 카이는 어둠 속으로 터벅터벅 멀어져갔다. 캐드펠은 심란한 기분으로 오솔길을 걸었다. 그래, 하지만 반대로 하느님이 간혹 약간의 도움을 구할 때면 인간은 대개 훼방만 놓지."(87)
인간의 훼방을 이겨내고 하느님의 뜻과 영광을 드러내는 캐드펠 수사의 활약상이 궁금하시면 이 책을 펼쳐보시라. 오래 전 소설이지만 여전히 흥미로움이 가득한 이야기가 담겨있음을 느끼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