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시간의 옷
아멜리 노통브 지음, 함유선 옮김 / 열린책들 / 2003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 아, 가난한 사람들! 그런 혐오스러운 종족이 있는데 먼데서 찾을 필요가 있습니까? 가난한 사람들, 체! 얼마나 혐오스런 인간들인지! 왜 가난한 사람들이 미움을 받는지 그 이유를 알고 있습니까? 그 사람들은 가책을 느끼게 하기 때문입니다. 못생긴 여자나 정신병자와 마주칠 때 죄의식을 느끼게 되지는 않습니다. 못생긴 여자는 그냥 못생긴 여자이기 때문이고 정신병자는 그렇게 태어났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가난한 사람과 맞닥뜨리게 되었을 때는 <내 재산의 절반을 준다면 그는 더 이상 가난하지 않을 텐데> 라는 생각이 들게 됩니다. 그게 또한 논리거든요.
- 토할 것 같아요
- 왜요? 새삼스럽게. 그 시대에도 가난한 사람들을 다 싫어했잖습니까?
- 다 그러지는 않았어요.
- 진짜 예외는 아주 드물었습니다. 가난한 사람들을 사랑한다고, 몇 푼 던져 주는 것으로 할 도리 다했다고? 그걸로는 안 되는 것이죠. 22세기 중반에 한 부류를 희생시켜야만 했을 때 사람들이 오래 망설인 게 아닙니다. 그리고 결국 가난한 사람들이 없어지게 된 것입니다.
(134-135쪽)
아멜리 노통의 책을 읽다보면 왠지모를 지독함이 느껴진다. 그것이 오후 네시를 읽을 때는 참신,이라고 할 수 있을까? 아무튼 머 그런 느낌에 뭔가 지독한 불편함이 느껴지면서도 손에서 책을 떼어놓을 수가 없었다.
시간의 옷은? 토할 것 같은 지독함이 느껴지지만... 전부 거짓은 아닐꺼야, 라는 생각에 더 불쾌해진다. 외면하고 싶어지고, 뭐라 반박하고 싶어지지만 선뜻 그럴 수 없는 상태가 되어버리는 것이다. 이런 혐오스런 감정과 뒤섞인 나약한 인간의 심성을 꿰뚫어보기라도 하는 것 처럼 노통은 자기가 내뱉고 싶은 말을 다 내뱉어버린다. <내가 내뱉는 말에 대한 느낌은 내 책을 읽는 당신이 알아서 할 일이지, 안그래?> 하고 말하는 것만 같다.
아멜리 노통의 소설은 '다 거짓말이야. 그녀의 상상력일뿐인걸?' 하면서도 묘하게 마음을 불편하게 하네. 그녀의 절묘한 언어 유희,를 내가 알아채지 못하는 탓에 불편한건지도 모르겠지만 이것으로 아멜리 노통과는 당분간 안녕.
아, 그리고 본문을 인용한 저 말에 대해서, 노통이 역설적으로 자신의 뜻을 표현하려 한 것인지 그 진의를 알수는 없지만, 어쨌거나 지독한 표현이다. 사실 요즘... 몇몇 사람들에게선 '가책'때문에 가난한 사람들을 싫어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몇 푼 던져줘야 할 존재들에 대한 귀찮음을 느껴봤기 때문에 더 지독한 표현으로 느껴진다. 그들을 <인간>에 포함시켜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