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당 마당에는 이렇게 커다란 하귤 나무와 곳곳에 꽃나무 과실나무 꽃..들이 심어져 있다. 그냥 들풀처럼 아무렇게나 자라게 두는 듯 하지만 그래도 가끔 풀도 메고 청소하고 화단을 가꾼다.
자기집 마당이 있는 것처럼 성당에도 마당이 있는 것이다.
그런데 좀 전에 이 성당 마당에 한떼의 무리가 다녀갔다. 이름표도 달고 있고 유모차도 끌고오고 아이들도 데리고 온 걸 보면 분명 뭔가 체험하는 프로그램을 진행중인 듯 한데.
이 사람들이 이 마당에 난입해서 여기저기 풀들을 뜯어가고, 내년 여름이면 저렇게 숙성되어 노오랗게 익어갈 하귤열매를, 시퍼렇게 살아있는 열매를 따고 나뭇가지를 꺾고 난리가 아니다.
아, 아까 근처에 있을 때 한마디 했어야했는데. 그때는 내가 그들이 어떤 행동을 하는지 몰라서 그냥 지나쳤고 저 멀리서 쳐다보고 있으려니 그렇게 자기 집 마당처럼 헤집어놓고 간다. 분명 자기들은 뭔가 자연을 느낀답시고 그따위 짓을 했겠지만.
내가 볼 때 그들은 자연파괴자들일뿐이다.
더구나 남의 집 마당에서 무슨 행패인가.
아무리 친한 옆집이라 해도 맘대로 들어가서 나뭇가지 꺾어들고 익지도 않은 열매를 손으로 마구 비틀어 따면 그게 어디 이웃인가?
성당이 열린 공간이라 하더라도 그건 말이 안되지. 아, 생각할수록 화가나는데? 도대체 저들의 정체가 뭘까.
앞으로도 계속 이런 난입을 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 가만히 참아서는안되지 않을까, 싶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