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샤바케 - 에도시대 약재상연속살인사건 ㅣ 샤바케 1
하타케나카 메구미 지음 / 손안의책 / 2005년 9월
평점 :
절판
이 책의 제목 샤바케의 뜻은 '속세의 명예, 이득 등 갖가지 욕망에 사로잡히는 마음'이라는 뜻이다. 제목은 그렇다치더라도 이 책의 표지 역시 심상치않다. 다들 보통의 형상은 아닌것이다.
재밌다는 추천을 받고 무작정 읽기 시작했는데, 정말 재미있어서 괜히 흐믓하다.
처음엔 샤바케,라는 제목만 눈에 들어오다가 책을 읽어나가면서야 비로소 '에도시대 약재상 연속 살인사건'이라는 부제가 눈에 띈다. 단순히 요괴 이야기로만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잖아! 사실대로 이야기하자면 만화책 '백귀야행'과 비슷한 스토리의 단편집인 줄 알고 별 뜻 없이 읽으려고 한 책이었다. 이 책과 같이 '일본의 요괴문화'라는 책도 주문했던 것처럼 엉뚱한 요괴들의 이야기에만 푹 빠져들어볼까 싶었다. 그런데 왠걸, 그냥 일본의 요괴에 대한 환상문학적인 단편소설이 아니라 약재상 연속살인사건을 풀어나가는 이야기인 것이다. 어찌된 내용으로 이야기가 풀려나오는지는 직접 책을 읽고 재미있어 하시라.
너무 추상적으로 두리뭉실하게 설명을 해 버린것이 되었나? 어쩌면 괜히 재미있을 것 같아 읽어볼까, 하다가 내 글때문에 오히려 재미없을 듯 해 손을 놔버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에 괜히 초조해진다. 그러니까 노파심에 설명하자면 이 책은 그냥 요괴의 이야기를 꾸민 허무맹랑한 소설,인 것은 아니라는 걸 강조하고 싶은거다.
툭하면 앓아눕기만 하는 병약한 도련님이 나오는데 이야기의 주인공치고는 너무 기운이 빠진다. 잘 하는 것도 없고 조금만 힘들면 바로 앓아누워버리는 샌님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기 시작할때는 조금 당황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내 내 걱정을 듣기라도 한 듯 도련님은 병약하고 힘없는 자신의 처지를 해학적으로 눙치며 넘겨버린다.
(니키치는 내가 젓가락보다 무거운 걸 들면 피곤해서 죽어버릴 거라고 생각하는 게 아닐까?) 묻는 것도 바보스러운 질문이었다. 그렇게 물었다간 '물론 그렇다'는 대답이 들어올 것 같았다.(73)
이런 처지인 그가 과연 무엇을 할 수 있었을까?
일본의 요괴문화,라는 책을 먼저 읽었다면 샤바케를 좀 더 풍부하게 읽었을지도 모르지만 지금 나는 단지 이 책을 즐기고 있을뿐이다. 요괴가 나오고 약재상들의 연속 살인사건이 터지고, 그 해결을 향해 조금씩 나아가며 살펴 보는 도련님,과 도련님이 갖고 있는 비밀이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하고... 사건의 전개와 결말이 무척 궁금해지는 그런 재미있는 책인 것이다.
그리고 '샤바케'가 의미하는 바를 순간적으로 생각해보게 된다. 자기 자신밖에 모르고 자신의 욕심, 욕망만을 채우려고 하면 어찌되는지를 성찰해보게 되는것이다. 아, 아니다. 괜히 도덕군자처럼 이런 얘기를 꺼내지는 말자. 그냥, 에도시대 약재상 연속살인사건에 얽힌 에피소드가 무척 재미있었다고 하면 되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