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 라이프
이사카 고타로 지음, 양억관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06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어제 저녁부터 '러시 라이프'를 집어들고 너무 술술 읽혀서 또 밤새워 읽게 되어버리는 거 아닐까, 싶었는데 갑자기 뭔가를 먹고 싶다는 식욕에 굴복해 그 늦은 시간에 책을 덮고 대신 부엌을 드나들며 냉장고를 열어제꼈다. 아, 되풀이되어버렸다. 먹고 자고 책읽다 먹고 자고 ....

책을 펴들면서 왜 하필 에셔의 그림일까... 싶었는데 책을 다 읽은 지금, 아하~! 하는 이해의 감탄사보다 어제 새벽까지 책을 읽지 않고 식욕에 굴복해 먹고 그냥 자버린 것이 훨씬 다행이었다, 라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 오늘 말짱한 정신으로 읽어도 머리에 쥐가 나버릴 것 같은 연결고리가 끔찍했으니까.

너무 교묘한 구성으로 이뤄져버려 감탄이 나오기 전에 먼저 욕이 나올뻔했다. 아, 내 책읽는 버릇이 이리 나쁜건 아니었는데 말이지.
무거운 주제를 가볍게 통통거리면서도 결코 가볍지 않게 그려내는 이사카 고타로가 왜 이번엔 뒤통수를 둔탁하게 쳐버리는 걸까. 얼떨결에 책을 다 읽어버린 지금까지도 나는 쉽사리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다시 조금씩 거슬러가보자. '뭔가 특별한 날'에 일어난 여러가지 사건들. 특별한 경험들과 인간적인 그들의 생활상...
가만, 그러고보니 둔탁한 뒤통수의 울림 뒤에 숨어있는 것은 그들이 당한 지독한 배신이 아니라 - 예상치 못한 나의 당혹스러움도 아니라 한순간 미쳐 날뛰게 되어버린 일탈에서 되돌아 오게 되는 '전환점'일지도 모르겠다. 그래, 그럴거야. 이사카 고타로가 내 뒤통수를 치고 절망의 구렁텅이에 밀어넣는 짓을 하지 않겠지. 그래, 그러고보니 '뭔가 특별한 날에!' 러시 라이프잖아!

단순한 이야기도 뼈대에 조금 손을 대면 무슨 말인지 알수가 없게 돼. 정의나 악, 그런것은 관점에 따라 얼마든지 반전이 가능해.
파괴 활동을 계속하는 이슬람 원리주의자의 이야기도, 원주민과 개척자의 이야기도, 익충과 해충의 차이도, 모두 보는 각도에 따라 무엇이 옳고 그른지 달라지는거야.(82)

새삼 에셔의 그림들을 뒤적거려본다. 이사카 고타로가 에셔의 그림을 표지로 집어넣은 것도, 오르고 내리는 병사들의 지친듯 반복되는 걸음걸이에서 벗어나 계단에 쪼그리고 앉은 사람을 바라보게 한 것도 어떤 의미인지 알것 같기도 하다.
그림을 가만히 쳐다보고 있으면 뱅글뱅글 맴도는 이들을 난간에 기대어 바라보는 병사에게도 저절로 눈길이 간다. 자, 나는 어느곳에 있을 것인가?
오늘, 뭔가 특별한 날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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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6-09-03 2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치카가 있는 곳 그 어디든 그곳이 좋은곳^^

chika 2006-09-03 2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헤헤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