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주헌의 프랑스 미술관 순례
이주헌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6년 7월
평점 :
품절
책을 처음 읽기 시작했을 때, 커다란 도판이 너무 맘에 들었고... 아주 오래전이긴 하지만 내가 갔다온 루브르 얘기를 하고 있어서인지 엄청 설레였었다. 다시 가보고 싶은 곳. 내가 그림은 잘 모르지만 괜히 맘 설레며 좋았던 곳. 앉아서 습작을 하고 있는 젊은이들의 모습이 무척이나 부러웠던 그런곳에 대한 이야기인 것이다.
처음 루브르 박물관을 갔을 때, 이리 저리 헤매다가 모나리자를 찾아 쫄레쫄레 쫓아가던 그 길의 이름모를 가이드는 (단체 여행객팀에 끼어들어 몰래 설명을 듣는 우리를 그 아줌마들은 한팀인양 마구 끼워주셨더랬다.하.핫) 회화중심으로 설명을 해 준 기억이 난다. 그리고 그 다음은 이주헌님의 설명처럼 회화를 체계적으로 보여주는 설명을 해 준 나이들어보이는 가이드. 장 드 봉,의 한켠에 존 굿 맨이 쓰여있어서 (당연하지만 아주 딴 이름같지 않은가, 그런 생각때문에) 엄청 웃었던 기억과 아무도 없는 그곳에 쬐끄만 초상화만 걸려있어 뒷문으로 들어간 듯한 인상이었던 기억이....
어쩌면 이렇게 그림에 문외한인 나같은 애가 지나온 길을 그대로 옮겨적고 있는지, 평소 이주헌님의 책을 많이 읽어보긴 했지만 이번에는 더욱더 친근함이 느껴져 괜히 뿌듯한 마음으로 책을 훨씬 재미있게 읽게 되었다.
"아, 그래. 역시 아는만큼 보인다는 말은 내게 딱,인 말인게야" 라는 말은 책을 펴들기 시작하면서 내 입을 맴돌더니 끝까지 내 곁을 떠나지 않는다. 하지만 그게 대수인가? 아는만큼 보이겠지만, 미술관 순례는 느끼는 만큼 기억에 남는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을 그리 깊이 읽을 필요는 없는것이겠냐,면 또 그렇지 않으니 묘한 일이 아닐 수 없지 않은가.
''순례''라는 말에 걸맞게 개인적인 체험의 느낌까지 적절하게 털어놓고 담담히 이야기를 이어가는 이주헌은 정말 이 시대 최고의 ''그림 이야기꾼''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주헌의 프랑스 미술관 순례,는 많이 볼 수 있도록 많이 알려주는 것 뿐 아니라 자그마한 도판을 보면서도 느낌을 가질 수 있는 설명을 자분자분 해 주고 있는 것이다. 너무도 친절하다. 책을 읽어나갈수록 그 친절에 감동까지 더해진다. 그러니 글로 뒤쫓아가는 프랑스 미술관 순례이지만 느낌이 커져간다.
그 느낌이 증폭될 수 있는 날을 꿈꾸며 나는 책을 읽는 내내 ''나는 가리라. 언젠가는 반드시, 그곳으로''를 다짐하고 또 다짐해야 했다.
칼레의 시민을 보기 위해 칼레를 가지 못한다면 서울의 로댕미술관이라도 찾아가야겠다는 생각을 했고(서울 로댕미술관의 작품이 원작으로 인정되는 열두번째 에디션이라니 그것이라도 봐야하지 않겠는가. 이미 알고 있는 이야기지만 이주헌님의 설명을 들으면 왠지 꼭 한번 봐야한다는 생각이 들어버리니....), 모네의 그 아름다운 정원도 가봐야하겠고, 고흐.. 아아 고흐가 지냈던 오베르에 가서 그와 테오를 위해 꽃 한송이라도 바쳐야 하는데....
프랑스 미술관 순례는 전시된 작품에 대한 설명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작품이 나오게 된 배경이야기가 소박하게 설명되어 있어서 더욱더 그곳으로 가고 싶은 마음을 불러 일으킨다. 그래, 꼭 가봐야겠다. 꼭 가봐야겠다... 언제가 되더라도.
*** 한가지 재밌었던 것은 '라스코의 동굴벽화' 이야기. 중학생이 되어 전국 모의고사라는 걸 봤을 때, 라스코 동굴 벽화는 역사시간에 배웠지만 미술과 관련된 시험에 나왔었다. 가장 오래된 미술작품을 골라내는 아주 쉬운 문제였는데 내 주위 모든 애가 그걸 틀린것이다. 그래서 더 기억에 남아있는 라스코 동굴벽화가 미술관 순례기에 당연히 들어가 있다는 것이 괜히 반갑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