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 타워
이시다 이라 지음, 권남희 옮김 / 문이당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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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다 이라는 9.11 영상의 충격을 잊을 수 없다고 했다. 그 충격적인 영상은 끔찍하고 처참했지만 머나먼 곳에서 작은 TV화면으로 본 많은 사람들은 또한 하나의 시뮬레이션을 보는 듯한 착각에 빠져든것도 사실이다. 충격이 너무 커서 믿을 수 없기때문에 영화의 한 장면처럼 기억되어버린 것일까.

과거에 바벨탑이라는 인간의 욕망의 탑이 있었다면 미래에는 인간 욕망의 결과로 초래한 황폐화된 지구에서의 블루 타워가 있는 것이라고 하면 너무 상징적인것일까. 과거의 신화나 미래의 SF라는 것은 현실을 바탕으로 구성되어지는 상상력이라는 걸 생각해보면 지금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는 분명한 답이 나온다.
가진자는 더 많은 것을 가지려 하고, 빼앗긴 자는 더이상 빼앗길 것이 없어 모든것을 걸고 되찾으려 한다. 왜 서로 공존하는 방법은 배우려하지 않는 것일까. 이것이 지금 이 시대의 딜레마인 것일까?

9.11 이 있고 1년 후, 미국내에서 화해와 용서라는 의미로 희생자의 추모와 더불어 테러를 가한 자들을 용서할 수 있는 마음을 갖자는 움직임이 있었을 때, '용서'라는 말 자체에도 극심한 분노를 표출하는 사람들이 많았다는 글을 읽고 마음이 착잡했다. 그들은 그 한번의 충격으로 모든 분노를 쏟아내고 있지만, 수십년동안 억압당하고 착취당한 사람들의 마음은 헤아려보려고나 했을까?

블루타워에서의 각층간의 갈등과 전쟁은 현실과 똑같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갈등, 파키스탄이나 아프리카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전쟁들...직접 겪어보지 못한 제3자의 입장에서 누가 옳고 그르다는 말을 선뜻 하기엔 그들의 분노가 너무나 컸다. 눈앞에서 가족이 몰살당하는 모습을 봤던 어린 꼬마가 갖는 분노와 증오, 이유없이 총알받이가 되어 죽어가야 하는 친구들의 모습을 본 충격, 일상생활을 할 수 없게 만드는 거주지역제한과 바로 이웃집을 나눠버린 장벽.... 나 역시 이해할 수 없는 일들에 대해 일상적으로 겪어야 하는 그들이 느끼는 그 절망감과 증오에 대해 누가 감히 돌팔매를 던질 수 있을까.
이 모든것은 '공존'을 하지 못하는 이기적인 자들의 욕심 때문일 것이다. 

이시다 이라가 말하고자 하는 미래는 블루타워가 아닌 지상에서의 소박한 삶이라고 생각한다. 하늘높이 올라갈수록 점점 더 커져만 가는 이기심과 욕심에서 벗어나기 위해 우리는 '공존'을 배워야 할 것이다. 나의 분노와 증오는 단지 나만의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다면 우리는 한걸음 가까이 화해와 용서로 나아갈 수 있는것 아닐런지.


뱀꼬리처럼 하나 붙이자면, 이시다 이라의 LAST를 읽고 난 후, 그 적나라한 현실에 구역질날만큼 엄청난 충격을 받았었다. 그래서 이 책을 읽기 전 감당하지 못할까.. 걱정스럽긴 했는데 이시다 이라도 9.11의 충격이 너무 커서 그랬을까. 자극적인 표현에서 충격보다는 하나의 폭력적인 영상을 보는 듯한 느낌이 더 컸다. 좀 더 사회적인 풍자가 날카로울 것이라 생각했었는데 그만큼은 아니었다는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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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우맘 2006-09-01 09: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과학소설도 썼구나....역시 다재다능한 작가네요. 치카님 리뷰 읽고 나니 더 읽고 싶어졌어요.^^

chika 2006-09-01 09: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이시다 이라, 다재다능 맞는거 같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