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옆집에 영국남자가 산다 - 유쾌한 영국인 글쟁이 팀 알퍼 씨의 한국 산책기
팀 알퍼 지음, 이철원 그림, 조은정.정지현 옮김 / 21세기북스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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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이 본 한국사람들의 이야기,라는 것은 처음부터 흥미로울수밖에 없다. 우리가 아주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이 그들에게는 낯설고 이상하지만 그 문화적 충격이 가라앉으면서 우리의 문화를 이해하기 시작하면 또 다른 관점에서 우리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무척이나 흥미롭다. 특히 '우리 옆집'이라는 제목에서부터 왠지 옆집 아저씨의 수다를 듣게 될 것 같은 기대감에 이 책이 더욱 재미있을 것 같다. 책띠지 광고처럼 '한국 사람들, 참 재미지다!'라는 걸 나도 새삼스럽게 느끼게 될 것 같기도 하고 말이다.

 

이야기의 시작은 사실 그리 특별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문화적 차이에서 오는 괴리감과 충격, 서로의 사고방식이 다르니 당연히 생활방식도 다를 수밖에 없고 아예 서로에게 없는 문화도 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며 정말 좋았다, 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은 그가 우리의 문화에 대해 어떤 비난이 섞인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 물론 비판해야 하는 것은 당연히 비판할 수 있어야 하고 고쳐야하는 부분에 대해서도 이야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게 문화적인 것이든 정치적인 것이든.

그런데 그 바탕에 깔려있는 마음이 어떤가, 하는 것이 느껴진다는 것이다. 이 책의 저자 팀 알퍼씨에게서는 그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우리나라에 대한 애정이 우러나온다는 것이 글 곳곳에서 느껴져 책을 읽는 내내 유쾌해지지 않을 수가 없었다.

 

언젠가 우연히 '영국남자'라는 유튜브의 영상을 본적이 있는데 우리가 일상적으로 접하는 것들을 자신의 친구들에게 소개하고 느낀것들을 인터뷰하듯 엮은 영상이었다. 조쉬라는 친구가 조카들과 잠깐동안 같은 학교를 다닌적이 있다고 들어서 한국에 대해 아는 것이 정확할까, 라는 의심이 조금 있었는데 여러 영상을 찾아보니 조쉬 역시 우리의 문화적인 것을 조롱하거나 우스개거리가 아니라 말 그대로 아무것도 모르는 외국인들이 처음 접했을 때 어떤 느낌인지, 어떤 것이 다른지 그 차이만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외국인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우리나라의 문화를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해주는 것을 보니 조쉬는 분명 우리나라의 많은 것에 대한 애정이 있다고 생각하게 된다.

이 책을 쓴 팀 알퍼씨 역시 자기만의 감정이나 생각으로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처음 접하는 낯선 문화에 대해서도 일단 이해하려는 마음과 그것을 받아들이려 한다. 그러니 자신이 좋게 생각하는 것에 대해서는 얼마나 열변을 토하며 장점에 대해 이야기하겠는가. 수많은 이야기들이 있지만 직장인으로서 야근에 대한 이야기는 특히 더 민감하지 않을 수 없었는데, 팀 알퍼씨는 우리나라 직장인들의 야근에 대해서도 절대부정적인 것만 있다고는 말하지 않는다. 최장의 노동시간을 견뎌내고 있지만 또 한편으로는 법인 카드를 긁어댈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그러고보니 나는 야근에 대한 동질감보다는 아주 당연하게 사무실에 들어오면 슬리퍼로 갈아신는 것부터 하는데 그것 역시 영국에서는 볼 수 없는 풍경이라고 한 것이 기억에 남는다. 이런 이야기는 팀 알퍼씨가 아니면 누구에게 들어보겠는가.

 

책에 대해 한가지 덧붙이자면, 나는 팀 알퍼씨가 이 책을 썼다고 생각했다. 물론 이건 '한글로' 썼다고 생각했다는 뜻이다. 그의 한국어 실력에 거의 경악하다시피 하고 있었는데 두 번역가의 도움이 없었다면 이 책은 나올 수 없었다고 한다. 그만큼 외국어를 배워서 모국어처럼 사용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고 강조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어느 나라의 언어보다 간단하고 이해하기 쉬운 글이 한글이라고 말한다. 그의 짧은 글에도 한글의 우수성이 드러나고 있으니 한없이 자랑스러울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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