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받고 있어!
린샤오베이 지음, 조은 옮김 / 문학동네 / 2017년 3월
평점 :
절판


짧은 순례여행을 다녀왔다.
좋은 사람들과 좋은 시간을 보내고 왔는데,
별것아닌것같지만 별것이 된 선물을 받아 더 기쁜 순례가 되었다.
아침에 산을 타며 묵상을 하는데 일행보다 늦게 출발한탓에 안그래도 저질체력이라 헉헉대며 겨우겨우 올라가고 있었지. 뒤에서 안올듯이 나무구경이나하며 기다리시던분이 잠시후 자, 선물. 하시며 네잎클로버를 주시고는 내속도에 맞춰 천천히 십사처를 함께 마무리해주셨다. 그리고 그날 늦은오후, 하루의 마무리 시간즈음.
누군가 슬그머니 네잎클로버를 내 손에 쥐어주신다. 오전에 들고 다니던 네잎클로버를 보신 그분이 오늘 하루의 행운을 모두 받으라며 그것도 내것이라며 선물해주시는거야. 정말 별것아닌것 같지만, 내게는 큰 선물인게지.

페이페이가 그린 그림들이 뛰어난 작품성이 있는것은 아니지만, 마오롱롱과 진구들에게는 훌륭한 작품인것처럼.

페이페이와 마오롱롱은 친구같은 자매이고, 그들에게는 또 하나의 친구같은 강아지 노트가 항상 함께 다닌다.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는 페이페이에게는 또 강아지 노트와 이름이 같은 노트를 늘 들고 다닌다. 물론 페이페이가 그리는 그림은 노트뿐만 아니라 벽에도 그려넣고 사다리를 그려넣어 하늘로 올라가 달님을 위로하며 별님도 그려넣기도 한다.

 

이 책을 읽다보면 하루하루 마냥 즐기고 뛰어다니며 자기가 좋아하는 그림을 그리고 별 일 아닌 것에 투닥거리기도 하고, 손가락이 아프다고 하면 그 위에 웃는 얼굴을 그려넣어 아픔따위는 잊고 다시 즐거운 마음이 되는 것이 마냥 신기하면서도 기분이 좋아진다. 나도 어렸을 적에 그러고 놀았을까...?

강아지 노트가 페이페이의 그림이 담겨있는 소중한 노트를 들고 어디론가 사라져버렸을 때 너무너무 슬퍼서 눈물이 흘러 연못이 되도록 울기만 하는 페이페이에게 "걱장 마, 노트는 네가 자기를 그렇게 사랑한다는 걸 깨닫고 틀림없이 돌아올 거야!"라는 목소리가 들렸던 것처럼 내게도 내가 사랑하고 있는 것을, 아니 내가 사랑받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 줄 목소리가 들려올까......?

 

어린시절의 행복하고 사랑받았던 기억보다 왠지 혼자 있는 것을 더 좋아하고 한편으로는 그것이 따돌림 당한 것과 같은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에 조금 씁쓸해지기도 했는데 페이페이와 마오롱롱의 어린시절 모습을 보면서 또 다른 기억들이 하나둘씩 떠오르기 시작했다. 수업 후에도 선생님과 친구들과 함께 교실에서 노래부르며 즐거운 시간을 가졌던 것도, 친구들과 함께 어울려 몰려다니며 괜히 신나게 웃었던 기억도. 여자애들이 좋아하던 전교회장 집 앞에서 망설이길래 초인종을 눌렀는데 다들 도망가버려서, 그 어린시절에도 비매너가 싫어서 혼자 문앞에 서 있다가 친구가 나오길 기다려 얘기를 나누다가 얼결에 집에 들어와 놀다가라는 소리에 괜히 내가 그친구를 좋아하는 것처럼 되어버렸던 민망했던 기억까지도.

그 모든 기억들도 함께, 페이페이와 마오롱롱과 노트까지도 모두 다 함께. "내가 너를 꼬옥 안아줘야겠어!"

 

 

"아름다운 풍경을 그리세요. 그러나 종이에 그릴 수 없습니다. 펜을 써서도 안 됩니다"

"뭐 이런 이상한 놀이가 다 있지!!!"

"상관없어! 상상력을 쓰자!"


 

그러니까, 어떤 상황에서든 아름다운 풍경을 그릴 수 있는 거야.

그리고 나는 사랑받고 있다고 생각하면 그것이 그대로 진실이 되는 것일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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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슬비 2017-05-16 23: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네잎 클로버가 없으니 드릴수 없지만, 대신 제 사랑을 받아주세요~~♡♡♡♡♡^^

chika 2017-05-17 06:22   좋아요 0 | URL
어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