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시골생활은 처음입니다
바바 미오리 지음, 홍주영 옮김 / 끌레마 / 2017년 3월
평점 :
절판


언젠가 가족 삼대가 모여 이야기를 나누다가 '고향' 이야기가 나왔다. 조카녀석이 '고향'의 정의가 무엇이냐고 묻는순간 모두 잠시 머뭇거리는데 나 역시 '고향'을 뭐라 해야할까 고민이 시작되었다. 조카는 서울의 한 병원에서 태어났으니 태어난 곳이 고향이면 자신의 고향은 서울이지만 서울에서 산 시간보다 경기도에서 산 시간이 훨씬 더 긴데 과연 서울을 고향이라고 할 수 있나? 라고 혼잣말을 하는 것이다.

각자 자신의 생활환경이 바뀌면서 정착하게 되는 곳이 고향처럼 되는 것 아닐까, 싶기도 하지만 그때 도시에서 태어나 도시에서 자라고 도시에서만 생활을 하게 된다면 얼마나 삭막할까.. 라는 생각을 잠시 했었다.

대도시가 아닌 곳에서 자라고 생활한 나는 나이를 먹어가면서 흙을 만지는 것이 좋아지고 뭔가 작물을 키워내는 것이 좋아지는데 도시생활만 하고 자란 사람들은 어떨까.

이 책은 그에 대한 궁금증에 답하듯 오롯이 도시에서만 생활하던 가족이 아이들을 위해 도시가 아닌 시골에서의 삶을 꿈꾸는 이야기가 담겨있다. 대부분 시골생활을 떠올리면 아이들이 다 자라고 은퇴 이후의 삶을 계획하며 도시를 벗어나려고 하는 사람들의 생활을 떠올리게 되는데 이들은 다르다. 아이들이 한창 커가고 있는 성장기에 시골 생활을 꿈꾸고 실행한 것이다. 그것도 시골로의 이주가 아니라 도시와 시골을 오가는 이중생활(!)을 하는 것으로.

 

"이 생활은 일단 시작해야 계속할 수 있다"(41)

말 그대로 과연 이런 생활이 가능할까? 라고 머리속으로만 아무리 계획하고 실현 가능성을 생각해본다해도 현실과는 다르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짧게 스치는 문장 하나도 허투루 넘겨지지 않는다.

사실 나 역시 주중에 출근하여 일을 하고 주말에 쉬고 싶을 때 과수원에 가서 가지도 치고 풀도 베고 해야하는데 그게 말처럼 쉽지 않다. 언니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귤을 따는 시기에도 대부분의 귤은 내가 쓰고 있으면서 일은 자꾸 빼먹는다. 시골 생활이 아니라, 그것도 매주가 아니라 가끔가다 주말에 가서 일을 하는 것도 힘이 든데 이들 가족은 매주 도쿄에서 미나미보소를 왕래하는 두 집 살림을 하고 있다. 그게 가능해? 라고 의문이 먼저 떠올랐지만 책을 읽다 보면 그 많은 어려움보다 이 가족의 생활이 얼마나 풍요로울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일본과 우리의 현실적인 조건은 다르니 구체적인 상황들은 달라지겠지만 도시와 시골이라는 두 지역 살이를 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가 되고 어떤 삶의 변화를 갖고 오게 되는지 확인해볼 수 있으니 한번쯤 시골 생활을 꿈꿔 본 사람이라면 이 책은 많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생활의 근거지에서 주말 동안 가서 생활할 수 있는 곳, 온 가족이 모두 함께 이동할 수 없는 것을 고려하여 대중교통으로도 이동하기 편한 곳을 중심으로 살 곳을 찾아보는 것에서부터 시골생활은 도시생활과 달리 농부가 되어 직접 농작물을 재배할 수 있어야하며 그러기 위해 필요한 것들, 아이들이 자라면서 각자의 생활패턴이 달라지며 겪게 되는 주말생활의 위기 같은 이야기도 담겨있다. 평일엔 도시에서 살고 주말에는 시골에서 사는 두 지역 살림의 이야기에는 현실적인 어려움을 떠나 왠지 꿈과 낭만이 있을 것만 같은 느낌이 들고 우리와는 거리가 먼 이야기 같다고 생각했지만 다시 한번 더 생각해보게 된다. 정말 우리에게는 불가능한 일일까?

"부모가 아이에게 일방적으로 가르칠 수 있는 것은 없다. 함께 작은 생명과 마주하고 가까이 하는 가운데서 자신들의 옳고 그른 행동거지가 아로새겨진다. 우리 가족은 모두 자연이라는 막연하고 거대한 존재가 단박에 우리 것이 되는 강렬한 사건을 지금도 매일매일 함께 경험하고 있다"(1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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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슬비 2017-03-27 22: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프라하에서는 도시에 생활을 두면서 주말에만 전원 생활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았어요. 우리가 생각하는 시골생활보다 더 간소하게 잠과 식사만 가능한 코티지를 마련하고 작은 텃밭을 꾸미며 힐링을 하는 모습이 좋아 보였어요.

chika 2017-03-28 11:01   좋아요 0 | URL
두 집 살이가 아주 생소한것만은 아니네요.
개발되고 도시화되는 그런 시골 말고 정말 시골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시골이 유지되면 좋겠다는 생각은 욕심일지... 잘 모르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