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 노동, 이라고 할 것 없이 그냥 노동을 했다. 지난 주, 지지난주... 과수원에 가서 엄청나게 타고 올라간 덩굴을 걷어내고 잡초를 메고 또 덩굴줄기를 자르면서 노동에 시달렸더니 온갖 생각이 다 났다. - 아니, 나중에는 헛손질에 이것만 끝내면 쉴 수 있다는 생각에만 빠져들게 되어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그러고보니. 아주 잠깐동안이었지만 그 안에서 세상사를 담아낼 수 있게 되었는지도.

 

새벽같이 일어나 과수원에 가서 일을 하는데, 너무 힘들어서 그만 좀 하자고 하는데도 계속 일을 하고 있으니 짜증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순간 악덕지주가 따로 없구나, 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면서 원래 땅 주인은 지금쯤 날씨 좋은 주말이라 필드 좋은 곳에 가서 골프를 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니 이놈의 자본제 세상이 정말 엿같구나, 싶어지는것이었다. 노후에 고향땅에 돌아와 살겠다는 일념으로 땅을 샀는데 마침 그 땅에는 귤나무가 심어져있고, 들어와보질 못하니 가족에게 땅 관리를 맡겼지만, 이게 가족 관계가 아니라고 한다면 - 실제로 도심지를 벗어나 외곽지로 가다보면 '임대'한다는 광고가 붙은 땅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는데 땅주인은 농사를 짓지 않으면서 임대를 해 주고 임대료를 받고, 농지로 세금은 세금대로 혜택을 받아먹어주시고. 땅을 빌려 농사를 하는 사람은 죽어라죽어라 고된 노동에 자연재해라도 나면 한 해 농사가 물거품이 되어 빚을 질 수 밖에 없을 것이고.

 

땅없고 힘없는 소작농은 그래서 죽어나갔겠구나, 라는 생각에 빠져들어가고 있었는데... 다행히 대충 일을 끝내고 이번주에는 과수원에 가지 않아도 된다. - 하지만 머잖아 귤을 따야할 주말은 다가올 것이고. 그때는 또 나죽는다며 죽어가는 소리로 하루의 노동을 시작하고 끝내게 되겠지. 그래도 어쩔건가. 내게 들어오는 돈은 하나도 없지만 수확을 할 때만큼은 기쁜것을.

 

 

 

 

 

 

 

 

바쁜 연말이 되어가고 있는데 괜히 마음만 바쁘고 실질적인 일의 진도는 나가지 못하고 있다. 피곤이 쌓여있어서인지 요즘은 뉴스를 보면서도 졸다가 드라마가 끝날즈음 시끄러운 티비소리에 잠시 잠이 깨어 티비를 쳐다보다가 또 졸다가 잠들고. 새벽에는 깊이 잠들지 못하고 꿈인지 현실인지 자는 것인지 깨어있는 것인지 모르게 두뇌운동을 하는 것마냥 피곤에 쩔어있다가 출근준비를 위해 일어나고 있다. 그러니 세상사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도 잠시 잊게 되고. 지난주부터 읽어봐야지 하고 들여다보고 있는 '당신 인생의 이야기'는 여전히 책 표지만 쳐다보고 있다. 차분히 읽어보려고 읽던 중이었던 책 두 권을 빨리 끝내야지, 한 것도 지난 주였는데 엊그제야 겨우 다 읽고. 이제 정리를 해야하겠는데 뭔가 생각하는 것 자체가 버퍼링이 생긴 듯 멈춤 상태에서 진전이 없다. 내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며 살아가고 있는 거지? 랄까.

 

 

 

 

 

 

 

 

 

 

 

 

 

 

 

 

 

 

 

 

 

 

 

 

 

 

 

ㅇ오올오랫

오랫만에 컬러링북에 손을 대보고 싶어지게 만드는 책. 조해너 배스포드의 작품이 좀 더 맘에 드는 이유가 뭘까, 싶었는데 하나하나 펜으로 작업한 일러스트여서 좀 더 정교하고 그림 자체만으로도 완성도가 있어서인 듯 하다. 아무튼. 바쁘고 바쁜 날들이겠지만 크리스마스 기분이라도 느껴봐야지, 하게 되는 책.

 

 

 

 

 

 

 

 

 

 

 

 

 

 

 

 

 

 

 

 

 

 

 

 

 

 

ㅇ아암아무무

아무 생각없이 앉아있는데 미국은 트럼프 당선이 유력시 되고 있다고 한다. 하아.

정말 아무 생각없을때가 좋았던걸까.

세상은 어떻게 돌아가게 될까. '그래도 지구는 돈다' 일 뿐인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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