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공의 벌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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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한 작가들의 작품을 읽어볼 때 - 특히 다작을 하는 일본 장르 작가들의 작품은 원작의 출판연도를 먼저 살펴보게 된다. 우리가 흔히 '고전'으로 분류해놓는 작품이 아닌 이상 오래 전에 출판된 작품들은 좀 지루해질 수도 있다는 것을 경험했었기 때문이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이라면 그러한 것을 감안하더라도 내용의 짜임새와 그가 말하고자 하는 주제가 결코 낡은 것이 아니기 때문에 대부분은 오래 전 작품을 읽게 되어도 그리 실망하게 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럼에도 얼마 전 백야행을 다시 읽어보게 되었을 때, 원작이 출판되었을 당시 얼리어답터같은 등장 인물들의 컴퓨터 이야기는 증강현실 게임이 유행인 지금의 시대에 읽기에는 조금 심심하기도 했다. 그래서 95년에 쓰여진 이 작품은 어떤 내용인지 알기 전에 우선 작품 발표 연도 때문에 슬그머니 망설이게 되기도 했다. 그런데 원전이야기라니. 어떤 내용이 담겨있고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될지 전혀 모르지만 단지 그 한마디로 이 책은 그 값어치를 하지않을까, 싶어졌다. 아니, 어쩌면 내가 95년에 이 책을 읽지 않고 지금 2016년에 이 책을 읽고 있어서 더욱더 이 책이 담고 있는 주제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게 된 것인지도 모르겠다.

 

'천공의 벌' 이야기는 프로젝트 비,의 실현으로 거대헬기의 시험비행을 하기로 한 날 아침부터 시작하여 저녁까지 하루 24시간도 아닌 겨우 10시간 정도에 일어난 긴박한 상황을 보여주며 몰입하게 만들고 있다. 스토리 자체만을 놓고 보더라도 지루할 틈 없이 이야기속 범인과 범인을 쫓는 형사들의 추격이 아슬아슬하게 간격을 좁혀가고 있어 꽤 긴 장편임에도 불구하고 금세 읽힌다. 더구나 독자인 우리는 이미 범인을 알고 있고 그 범인을 어떻게 잡아나가는지의 과정을 보는 재미가 있다. 하지만 이 소설의 흥미로움은 단지 범인을 잡아내는 과정이 아니라 그 과정에서 과연 범인이 요구하는 것은 무엇인지, 결과적으로 어떤 결론을 내게 될 것인지... 작가의 의도가 더욱 궁금해지게 됨에 있다고 생각한다.

솔직히 장르소설이라는 생각만으로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면 그리 놀라운 작품이라는 생각을 하지는 않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히가시노 게이고의 천공의 벌은 그의 다른 많은 작품에서 볼 수 있는 여러 사회문제에 대해 생각해볼 거리를 주고 있다. 더구나 원전에 대한 것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 심각성을 잘 모르고 있기에 더 그렇지 않을까...

 

얼마 전 우리나라에서도 강도높은 지진이 발생했다. 처음 뉴스보도에서는 아직 피해상황접수가 안되어서 그런지 그리 큰 피해는 없다고 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더 심각한 피해상황이 보도되기 시작했다. 그러고도 한참동안 우리의 원전은 안전한가에 대한 언급이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사실 나 역시 원전이 그렇게 위험한 것인지, 아니 원자력발전소에 대한 관심 자체가 없었다. 하지만 멀리 체르노빌 사건으로까지 거슬러가지 않더라도 이웃나라 일본 후쿠시마 지역의 참사만 떠올려도 그것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알 수 있지 않은가.  

어떠한 경우에도 원전은 안전하다고 주장하는 국가와 정말 그 말을 신뢰할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으로 시작된 소설은 오히려 범인의 확신과 믿음에 반하는 원전 관계자들과 사람들의 반응으로 인해 그 신뢰에 대한 의구심을 갖게 하고 있다. 어쩌면 그것이 바로 히가시노 게이고가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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