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누의 집 이야기
이지누 지음, 류충렬 그림 / 삼인 / 200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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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누의 집 이야기는 제목 그대로 ''집''에 관한 이야기이다. 여기서 잠깐, ''집''이라는 말에 대해 짚고 넘어가야겠다. 중학교때던가.. 영어를 배우기 시작할 때였으니 중학생 시절이 맞겠지. home과 house를 이야기하며 집과 가정을 구분하던 때.. 그래서였을까? 언젠가부터 집이라고 하면 건물이 떠오를 뿐 집 안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전혀 없게 되었다.
이지누의 집 이야기 역시 집의 구조에 따라 이야기를 이끌어가고 있다. 골목, 대문, 울타리, 변소, 마당, 지붕, 우물, 부엌, 마루, 창문, 구들, 방....
그렇지만 이야기 꼭지를 가만히 보고 있으면 ''아하~!''하는 느낌이 온다. 집 이야기는 단순히 ''집'' 하나만 놓고 보는 것이 아니라 집이 자리잡고 있는 골목길 풍경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웃과의 경계라는 개념보다는 우리 가족이 한곳에 모여 사는 한울타리에 대한 이야기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 비로소 ''사람이 살고 있는 집''에 대한 이야기가 된다.

내가 어렸을 때, 대부분 화장실은 집 밖에 따로 세워졌고 그건 또 하필 대문 옆쪽에 있을 때가 많았다. 그 이유에 대해 어릴적의 학교 선생님은 그런 얘기를 해 줬었다. 제주 사람들은 다 이웃집 드나들듯이 하기 때문에 길을 걷다가 화장실이 급하면 대문 열린 곳으로 쑥 들어가 맘 편히 볼일을 볼 수 있게 하기 위한 거였다나.......공중화장실이 거의 없던 80년대, 그 말은 내 마음속에 깊이 박혔다. 물론 낯선 아주머니 한 분이 바지춤을 추스리며 우리 집 대문을 나서던 모습을 봤기 때문에 더 그랬을 것이다. 요즘은 아파트니 오피스텔이니 원룸이니... 다들 자기 편한대로만, 자기 생각으로만 집을 짓고 살아가고 있으니 더더욱 그 기억이 새롭고 옛 어른들의 더불어 삶에 대한 지혜에 감탄하게 된다.

집 이야기를 읽으니 어렸을 때 마당에서 놀던 기억과 온 동네 꼬맹이들이 다 모여 술래잡기도 하고 나이먹기 놀이도 하던 때의 기억들이 떠오른다. 우리 집 앞 공터 그 넓은 곳엔 유채가 한가득 피어있어 일없이 동짓물을 빨곤 했었는데...- 유채꽃이 피기 전 통통한 줄기를 꺽어 잘근잘근 씹으면 단물이 나왔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시절, 가난한 집에 사는 궁핍함 - 간식은 커녕 어린이 날이라는 것이 있다는 것조차 알지 못하고 지나가던 그 시절의 궁핍함이 있었지만 그 시절의 추억은 동지나물의 달콤함처럼 사람이 사는 곳, 가족이 모여 행복을 누리던 곳이 집이라는 사실을 더 강하게 떠올리게 한다.
그래서 이지누의 집 이야기는 정겹고 따뜻하고 행복하다. 이쁜 미소가 저절로 떠오르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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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딧불,, 2006-05-22 0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상하다...
꼭 전번에 읽은 것 같은 기억이;;

chika 2006-05-22 09: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페이퍼로 썼던 내용을 또 썼거든요 ^^;;

반딧불,, 2006-05-22 09: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데자뷴 줄 알았어요;;

chika 2006-05-22 09: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엇,,, 그랬군요. 잠시나마 미스테리한 시간에 계셨었겠어요? 히힛~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