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카노네 고만물상
가와카미 히로미 지음, 오유리 옮김 / 은행나무 / 2006년 4월
평점 :
품절


어중간한 세대처럼 느껴지는 내 나이는 (어쩌면 나만 그런지도 모르겠지만) 나카노씨의 고만물상은 먼지가 쌓일 듯 말듯한 잡화점과 비슷한 냄새를 맡게 되지 않을까?
나카노네 고만물상의 물건들은 아주 오래된 고가의 귀중품이나 유물같은 것이 아니다.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다가 자신에게 필요없게 되면 그곳에 내다팔고, 또 그곳에서 필요한 물건이 있으면 싸게 구입해서 사용할 뿐이다. 단적으로 말하면 필요에 의해 물건을 사고 파는 것일뿐 유서깊은 역사도, 애절한 추억도 담겨있지 않다.
그런데 왜 나카노네 고만물상은 먼지가 쌓일 듯한 잡화점과 비슷한 냄새가 난다고 하면서도 그 먼지를 쓰윽 쓸어내며 떠올릴 수 있는 추억이 있는 행복한 천국과도 같은 느낌이 나는 것인가.

이 소설의 매력은 바로 그런 것이 아닐까 싶다.
나의 일상과 동떨어지지 않은 평범함 속에서 다양한 삶의 모습을 발견 할 수 있는 것.
뭐야~ 이건 내 주변의 일상과 별반 다를 것 없잖아, 라고 할 수 있는 것.
뭔가 대단한 일들이 일어나고 나카노네 고만물상의 인물들이 유별나게 특별한 사람들이었다면 나는 그저 ''그들은 그렇구나'' 라며 그냥 지나쳐버렸을지도 모른다. 물론 나카노씨와 그의 여동생 마사요, 어딘가 소심하게 잘 삐지는 듯한 점원 다케오와 세심하게 그를 좋아하는 감정이 표현되는 또 다른 점원 히토미. 그리고 어딘지 모르게 평범을 벗어난, 어찌보면 특이하달수도 있는, 고만물상의 손님들을 일상적으로 볼 수 있는 보통사람들 이라고만은 할 수 없겠지.
하지만 나카노네 고만물상을 중심으로 일어나는 사건사고가 엄청나게 특별한 일이라고 말할수도 없잖은가.

각자의 삶이 다르고 생각이 다르고 감정이 다른 것처럼,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중심에 있는 나카노네 만물상의 4명이 말하는 ''사랑'' 역시 각각이다. 그들이 펼쳐놓는 사랑,은 사랑에 대한 정의를 내리려 하지 않는다. 그저 그렇게 때론 열병과도 같은 정열적인, 때로는 스며드는 물처럼 어느새 젖어드는, 때로는 지나쳐 와 돌아보니 사랑이었다... 같은 이야기를 늘어놓을 뿐이다. 그리고 그것은 시간이 흘러 어느새 그들에게는 추억의 시간이 되었고 그들은 사랑보다 더 끈끈한 정, 을 나누고 행복했었구나 라는 생각을 해보게 되는 것이다. 물론 사랑, 이라는 감정을 떠올리면 마음 속 깊이 어딘가에서 아리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하겠지만.

그래서 고만물상은 어쩌면 먼지쌓인 틈 사이로 발견하게 되는 사랑의 추억일지도 모른다, 라는 생각을 해본다. 나카노네 고만물상에 모여있는 수많은 물건들이 각자의 필요에 따라 또 다른 추억을 만들기 위해 팔리는 것처럼, 사랑을 이뤄야만 행복, 이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을 느끼며 살아가는 인생 자체가 행복, 이라고 말할 수 있을테니.
조금 톡 튀는 듯한 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그런 생각이 든다는 것이지. 나는 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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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6-05-21 06: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를 보니 어서 리뷰를 쓰고 싶다는 충동이..^^;; 추천하고 가요~

chika 2006-05-21 2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멋진 리뷰 기대하겄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