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해자 - 상 북스토리 재팬 클래식 플러스 8
오쿠다 히데오 지음, 김해용 옮김 / 북스토리 / 2016년 9월
평점 :
절판


역시 오쿠다 히데오,라고 해야할까. 뭔가 예상대로 흘러가는 이야기를 거부하고 막판 뒤집기를 해 버린다. 해피엔딩까지 기대한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이렇게 모든 이야기를 다 비틀어버릴 수 있을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그래서인지 꽤나 긴 장편이지만 중반 이후 뜻밖의 반전을 접하면서 책읽는 속도는 더 빨라져버린다. 문장의 흐름 자체가 읽기 어렵지 않은 이유도 있지만 전혀 예상치 못했던 에피소드의 뒤틀림이 시작되면서 이야기가 어떻게 흘러가게 될지 궁금해지기 때문이기도 하고.

 

이 소설은 불량 소년들이 스쿠터를 타고 스피드를 즐기며 지루한 일상을 벗어나려 시도하는 이야기에서 시작되고 있다. 세 명의 소년이 충동적으로 행인을 폭행하고 돈을 빼앗게 되는데 그 작은 악행의 성취감에 또 다른 사람을 범행의 대상으로 삼았다가 오히려 폭행을 당하고 쫓겨난다. 그 소년들을 혼낸 것은 혼조 서의 구노 형사.

구노 형사는 7년전 교통사고로 아내를 잃고 독신생활을 하며 형사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아내의 죽음 이후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는 구노 형사는 관내에서 발생한 방화사건에 투입된다. 방화사건이 일어난 곳은 하이텍스라는 회사인데 경찰에서는 이전 사건의 보복으로 야쿠자 조직인 기요카즈회가 일으킨 사건으로 보고 수사를 진행시킨다.

방화사건이 있던 날 당직은 시게노리라는 직원이었고 그는 불을 끄려고 시도하다가 화상을 입고 병원에 입원을 하게 된다. 그는 결혼을 하여 아내와 두 아이가 있는데 그의 아내 교코는 아이들이 학교에 있는 동안 시간제 아르바이트를 하며 가계 재정에 도움을 주고 있다.

어떻게 보면 그저그런, 자신의 일을 하며 일상을 살아가고 있는 이들이 자그마한 방화 사건으로 인해 얽혀들어가며 각자의 일상에 감춰진 밑바닥을 보여주게 되는... 그런 이야기가 담겨있다. 더 구체적인 이야기는 소설을 읽는 재미를 반감시키는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 조금 추상적이기는 하겠지만 이렇게 에둘러가며 도입부분만 슬그머니 꺼내고 말았는데 이 소설에는 정말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고 좀 더 깊이있게 읽을 수 있다는 것은 슬쩍 언급하고 싶어진다.

 

오쿠다 히데오는 항상 재미있는 이야기를 쓴다는 이미지가 강하지만 이 소설에서는 좀 더 웃음기를 빼고 좀 더 집요하게 사람들의 밑바닥에 감춰져 있는 욕망과 악함을 끄집어내고 있다. 세상을 너무 뒤틀려 보는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이 잠깐 들기는 했지만 그가 이야기하는 뒤틀림을 온전히 부인할수가 없기에 뭔가 찜찜하지만 그의 이야기를 받아들일수밖에 없다.

뒤틀린 세상이 소설 속 이야기만은 아니라는 것을, 현실의 뒤틀림을 제대로 잡기 위해서는 그들 몇 사람만 사라지면 되는 것일까... 생각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게 된다.

그러고보니 왜 사마邪魔라는 원제를 방해자라고 했는지 알 것 같기도 하다. 우리에게 익숙치않은 단어보다는 오로지 자신의 행복한 일상을 위협하는 방해자들을 치워버리고 싶어하는 인간의 악과 같은 욕망만을 드러내고 있는 이들의 이야기를 그려내고 있기 때문인 것인지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