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너에게 절대로 말하지 않는 것들
셀레스트 응 지음, 김소정 옮김 / 마시멜로 / 2016년 8월
평점 :
절판


"리디아는 죽었다. 하지만 그들은 아직 이 사실을 모른다. 1977년 5월 3일 오전 6시 30분에 그들이 아는 것은  조금도 사악하지 않은 사실 - 리디아가 아침을 먹으러 내려오는 시간이 늦어진다는 사실 -뿐이었다."

 

아무래도 책의 첫문장을 말하지 않고서는 이 책에 대해 이야기를 꺼내지 못할 것 같다. 사실 처음 책을 읽기 시작했을 때는 그냥 미스터리 소설 정도로만 생각을 해서 '리디아가 죽었다'라는 것만 기억을 하고 있었는데 이야기의 마지막을 알게 되니 소설의 첫머리에 시작되는 저 문장이 얼마나 많은 의미를 품고 있는 것일까, 새삼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조금도 사악하지 않은 사실, 그러니까 리디아가 아침을 먹으러 내려오는 시간이 늦어졌을 뿐 리디아 가족의 아침 일상은 별다를 것 없이 시작되고 있었다. 언제나처럼, 리디아의 시리얼 그릇 옆에는 연필과 물리 숙제가 놓여있다는 것 역시 내게는 하나의 복선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리디아가 식사에 늦는다는 것을 깨닫고 엄마 메릴린은 학교로 연락을 해 보지만 리디아는 결석을 했고 행방을 찾을수가 없다. 그리고 결국 우리 모두가 아는 것처럼 리디아는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되었다. 그녀의 자세한 행적은 묘연하고, 갑작스러운 리디아의 죽음으로 인해 가족은 모두 충격을 받는다. 그리고 조금씩 리디아의 죽음에 얽힌 진실이 밝혀지기 시작하는데...

리디아의 죽음이 자살이라고 판명나지만 아버지 제임스는 믿을수가 없다. 아니, 아버지뿐만 아니라 자살할 이유가 없다고 믿는 리디아의 오빠 네스는 옆집에 사는 잭이 범인일 것이라고 믿어버린다. 그리고 이야기는 현재와 과거를 넘나들며, 아니, 조금씩 리디아의 어린 시절과 메릴린과 제임스의 어린시절까지 거슬러 올라가며 겉보기에 평범해 보이는 가족의 실체를 하나씩 드러내보이고 있다.

대화가 없는 가족의 비밀, 정도로 생각했는데 책을 읽어나갈수록 점점 더 이야기는 미스터리가 아니라 사회의 불평등과 인종 차별, 소외, 성소수자에 대한 이야기로 확대되어 간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이 가족이 품은 고통과 슬픔이 느껴지기 시작해서 이 책은 그저 '리디아가 죽었다'라고 해서 리디아의 죽음으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더욱 절실히 깨닫게 되는 것이다.

위태위태하게 버텨온 가족이 서로를 이어주는 끈끈함없이 결국 무너져버리는 이야기인가 싶었는데 가족의 해체라기 보다는 왜 이들 가족이 이렇게 되었을까,에 더 집중을 하게 해 주고 있다.

결국 각자의 삶을 살아갈 것 같았던 부모가 집으로 돌아오게 되고 네스는 잭의 진실을 알게 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물밑으로 가라앉고 싶지 않았고, 동생의 얼굴을 잃고 싶지도 않았다'라는 마지막 문장은 그래서 더 깊이있게 읽어보게 되는 것인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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