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쯤 일본에서 살아본다면
나무 외 지음 / 세나북스 / 2015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책 제목을 처음 들었을 때 나는 그저 가볍게만 생각했다. 낯선 곳으로 여행을 떠났다가 그곳의 풍경이 너무 맘에 들어 이런 곳에서 딱 한달만 더 지내다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을 떠올리면서 말이다. 몇 년 전 이탈리아의 소도시를 여행하면서 그곳이라면 잠시 생활인으로 머물다 가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낯선곳에서의 시작을 그닥 좋아하지 않는 나로서는 조금은 특별한 일이었다. 아니 어쩌면 그것이 새로운 생활의 시작이 아니라 잠시 머물다 가게 되는 여행에서의 일탈 정도쯤으로 생각을 했기 때문에 그런 소망이 생겨난 것인지도 모르겠다. 막상 지금 내게 지금의 일상을 벗어나 어딘가 새로운 곳에서 삶을 새로이 할 수 있겠냐고 묻는다면 한참을 망설이고만 있을지도 모르겠다.

 

한 번쯤 일본에서 살아본다면, 이라는 제목은 지금의 일상을 벗어나 새로운 삶의 모험을 감행해본다는 도전이라기보다는 낭만적으로만 생각해 본 내게 이 책에 실려있는 저자들의 삶의 이야기들은 전혀 예상밖의 이야기들이었다. 일본에 대한 문화적 관심이라거나 일본에 대한 동경같은 마음보다는 어떻게 살아가야할까 라는 막막함 속에서 무작정 일본으로 떠난 사람들의 이야기는 - 물론 모두가 다 그렇게 무작정 떠나기만 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나라면 도저히 엄두도 못 낼 결단을 하고 일본에서의 생활을 시작한 이들의 이야기는 놀랍기만 했다.

특히 언어도 제대로 공부하지 못한 상태에서 가진 자산이 많은 것도 아닌 상태에서 일단 무작정 불속으로 뛰어드는 나방처럼 불투명한 미래를 향해 자신을 내던지듯 일본으로 떠나간 이들은 뭔가 새로운 도전을 하는 것이 어색하지 않은 이십대의 청춘뿐 아니라 늦은 나이에 공부를 하고 아르바이트를 구하기도 힘든 삼십대 후반, 사십대의 나이인 이들도 있다는 것은 일상에 안주하며 편하게만 살아가려고 하는 내게 나의 미래의 삶에 대한 생각을 하게 해 주었다.

 

공부를 위해 일본으로 가는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이야기하는 일본어학교가 일본어를 배우기 위한 기본 단계인 것은 알고 있었는데, 내가 아는 누군가는 늦은 나이에 어린 학생들과 함께 공부를 하면서 은근히 왕따도 당하고 학교 생활이 그리 쉽지만은 않았다고 말을 해 줘서 이들이 그저 한 문장, 두 문장으로 짧게 아르바이트를 하며 공부를 했다는 그 표현속에 하루하루가 얼마나 고됐을까 생각해보게도 된다.

 

공부를 하기 위해서든 생계를 위해서든 혹은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서 일본에 정착하게 되었든 그들 모두 각자 나름대로의 삶속에서 만나는 일본에 대한 이야기는 익숙하기도 하고 조금 낯설기도 했다. 어쩌면 그 모든 것이 일본의 한 단면일수도 있겠지.

한 번쯤 일본에서 살아본다면, 그것도 그리 나쁜 선택은 아닐 거야 라는 조금은 무책임한 생각에서 그 말이 갖는 의미와 깊이가 무엇인지를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지금 새삼스럽게 나의 생활 터전을 떠나 어딘가 다른 곳에서의 삶을 생각해보고 싶지는 않지만 그래도 한번쯤은 틀에 박힌 일상에서 벗어나 내 삶의 새로운 도전을 해본다는 것의 의미를 생각해보고 싶기는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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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해한모리군 2016-05-30 17: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티브에서 일본으로 워홀간 학생들을 보여준 적이 있어요. 아르바이트를 어찌나 많이하던지 누구랑 말한마디 하기는하나 궁금할 정도였어요... 여기나저기나 쉽지 않겠지요.

chika 2016-05-30 17:49   좋아요 0 | URL
네. 책을 읽다보니 정말 잠 잘 시간도 모자랄만큼 일만 하는 건 아닐까, 라는 생각도 하게 되더라고요. 인건비가 많다고는 하지만 그만큼 생활비도 많이 들어가니까 풍족할수는 없는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