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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가야만 한다 오늘도 내일도 그다음 날도 - 솔뫼성지 바오로 신부의 산티아고 성지 순례
이용호 지음 / 하양인 / 2016년 1월
평점 :
품절
이 책은 산티아고 순례길을 다녀오신 신부님이 쓰신 글이다. 지금까지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었던 이들의 글은 여러편을 읽어봤지만 오롯이 신앙의 체험으로 쓴 글은 읽어보지 못해서 슬그머니 궁금해졌다. 언젠가 산티아고를 걸어보고 싶다는 생각은 했지만 그 마음은 솔직히 신앙과는 거리가 멀었고 나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라는 마음이 더 컸었다. 내가 읽어봤던 산티아고 순례기의 이야기들 역시 각자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보편적으로 스스로의 삶의 모습에 대한 성찰이 크게 다가오기도 했고.
물론 신부님 역시 그러한 부분이 없지는 않겠지만, 솔뫼 성지를 담당하고 계신 신부님이라면 산티아고를 걸으며 순례자의 마음으로 어떤 신앙체험을 했을지 궁금증과 기대감이 더 컸다. 조선시대 한국천주교가 박해를 받으며 최초의 사제인 김대건 신부님이 순교하시고 그 성지를 지키시는 신부님이시기에 그런 기대를 당연히 하게 된 것일까? 어쩌면 처음엔 그저 호기심같은 관심 정도였을지도 모르겠다. 나는 도저히 그 여정을 따라갈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에 미리 포기하고 말았던 산티아고의 순례길을 걸었던 신부님의 여정이 궁금하기도 했지만 어쩌면 나도 언젠가는 산티아고를 가게 될 날이 올지도 모른다는 일말의 기대감으로 책을 펼쳐든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책을 다 읽은 지금 산티아고를 걷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기회가 된다면 그 길을 걸어보고 싶은 목표의식이 생겼다. 반드시 산티아고를 걸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지만 선교를 위해 쉼없이 길을 걸으셨고 끝내 그 길에서 숨을 거두신 최양업 신부님의 여정도 함께 묵상할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 제목을 보면서 굳이 저렇게 말을 덧붙여야 했을까, 라는 생각을 했는데 [나는 가야만 한다. 오늘도 내일도 그 다음날도]라는 제목 자체가 루카복음서의 말씀이고 또 저자인 이용호 신부님의 서품성구이기도 하다는 것을, 책을 읽으면서야 알았다. 산티아고의 여정에서도 그렇겠지만 우리 삶의 여정에서도 자주 묵상을 해야겠다는 마음이 드는 성구이다.
길을 걸으며 자신의 십자가는 자신이 짊어지고 가야한다거나, 욕심껏 이것저것 몸에 지니고 다니거나 오늘 괜찮다고 더 먼거리를 걸어간다면 그 다음에 감당해야 하는 어려움이 더 커진다는 것 등의 이야기들은 이미 자주 들어왔던 이야기지만 신부님의 산티아고 순례길 체험과 맞물려 있으니 더 와닿는 느낌이다.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기 위한 준비라거나 그 길의 의미, 길을 걸으며 중간중간 마주하는 성인의 삶과 묵상, 특히 먼 길을 걸을때 습관적으로 로사리오 기도를 중얼거리던 나의 모습과는 달리 그 신비 하나하나를 묵상하며 기도를 하시려는 신부님의 글은 산티아고의 길을 걷는다는 것이 그저 길을 걷는 것이 아니라 정말 '순례'의 여정이라는 것을 깨닫게 해주고 있다.
언젠가 산티아고를 갈 수 있게 될 날이 올지는 장담하지 못하겠다. 하지만 그런 날이 온다면 첫번째 준비는 '순례자의 자세'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신부님의 글은 영성적으로도 많은 도움이 되는 글이며 순례자의 마음을 갖게 하는 지침서가 될 듯 하다. 게다가 또 중간중간 순례길을 준비하는 실용적인 팁이 있어서 실질적으로도 도움이 되니 산티아고를 꿈꾸는 모두에게 한번쯤 읽어보기를 권하고 싶다. 아니, 산티아고 순례길을 실제로 걷지 못한다 하더라도 신부님의 여정과 함께 영성적으로라도 그 순례길을 걸어보고 싶다면 꼭 읽어보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