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하루가 작별의 나날 비채 모던 앤 클래식 문학 Modern & Classic
알랭 레몽 지음, 김화영 옮김 / 비채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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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을 보면, 어떤 내용일지 짐작이 가면서 또한 어떤 내용일지 예측이 안되기도 할 것이다. 그만큼 이 책의 제목은 일상적인 하루를 담아냈으리라 짐작할 수 있으면서도 그 개개인의 일상이 어떠하였는지, 내가 아닌 타인의 삶이 어떠한 모습으로 묘사되는지 전혀 알 수 없기 때문에 평범한 듯 보이는 이 책이 무엇을 품고 있을지 기대하게 하는 그런 이중적인 매력을 담고 있는 것이다.

어린 시절의 이야기는 단지 '추억'이라는 단어에만 담아두기에는 너무도 깊어서 그것을 슬금슬금 끄집어내다 보면 지금의 내 삶은 그때 이미 다 이루어진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들게 되어버리는 듯 하다. 묘하게도 저자는 이 글을 쓰던 그 나이가 자신이 회상하는 어린시절의 그의 아버지 나이라고 밝히고 있는데, 나 역시 가끔 나의 어린 시절을 떠올리면 그때 어머니의 나이가 지금 내 나이쯤이겠구나, 라는 생각에 잠기곤 한다. 이건 어쩌면 우리 모두가 겪어보게 되는 시간들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내가 가톨릭이어서 그런지 작가들의 어린 시절 이야기에서 첫영성체, 복사전례, 미사 이야기가 나오면 좀 더 흥미롭게 관찰하듯이 읽게 된다. 책을 읽는 동안 [안젤라의 재]가 떠올랐다. 미국으로 이주해 간 아일랜드 출신의 작가는 아일랜드에서의 어린 시절을 이야기로 풀어내고 있다. [안젤라의 재]는 자전적 소설같은 에세이, [하루하루가 작별의 나날]은 자전적 에세이같은 소설. 둘 다 어린 시절의 가톨릭에 대한 이야기는 비슷한 느낌이 든다. 그런데 알랭 레몽은 이야기의 촛점이 '작별'에 맞춰져 있어서 그런지 '죽음'에 대한 묘사가 조금 더 깊다.

내 유년 시절과의 작별뿐만 아니라 지금 현재의 나를 있게 한 그 모든 것들, 모든 사람들...에 대한 작별의 나날들에 대한 기록은 그래서 역자의 말처럼 왠지 만만하게 읽을 수 있을 것 같은 제목이어서 쉽게 집어 들어 읽게 되는데 결국에는 울컥 눈물을 쏟아버리게 되는 그런 이야기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나와는 다르지만 나의 이야기인 것 같은, 하루하루가 작별인 나날들의 기록... 오늘 하루도 그 기록의 한켠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겠지, 생각해보면 그냥 허투루 보내면 안되겠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되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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