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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 학생들은 더 이상 인문학을 공부하지 않는다
파리드 자카리아 지음, 강주헌 옮김 / 사회평론 / 2015년 11월
평점 :
절판
"이 시대에 꼭 필요한 도발적인 주장이 담긴 책"이라는 문구가 눈에 들어온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그에 동의하지는 못하겠다. 어쩌면 이 홍보문구가 더 도발적이지 않은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책을 제대로 읽지 못하고 이해하지도 못한 것이라고 말한다면 그에 대해 할말은 없지만 내게는 좀 가볍게 느껴지는 이야기들이 담겨있다. 저자와 저자의 가족이 경험한 이야기, 대학을 가기위한 공부와 노력, 그리고 이 시대의 명문이라고 일컬어지는 하버드와 유럽의 우수 대학의 교양과목 커리큘럼에 대한 이야기들... 그런데 지금의 시대, 그러니까 세계화가 진행되고 자본주의가 발달하고 과학기술이 시대를 앞서가고 있는 21세기에 인문학을 공부한다는 것, 특히 교양을 쌓기위한 공부를 한다는 것의 의미가 무엇인지에 대해 잠시 생각해보게 하고 있다. 그렇기는한데..
이 책의 제목은 원제(In defense of a Liberal Education)와는 좀 많이 다른 느낌을 준다. 인문학에 대한 필요성을 언급하기 이전에 현실적으로 인문학이 경시되고 있는 부분을 더 강조하기 위해 이런 제목을 썼을까, 라는 생각도 해보지만 아무래도 책의 내용을 읽다보면 딱히 그런것도 아닌 것 같다. 이건 나만의 생각일수도 있으니 그렇다치고.
내가 너무 책의 제목에 대해 의미를 두고 있어서인지, 그리 강한 어조로 역설하지는 않아서 저자가 정말 교양과목 강의를 하고 있는 것을 듣고 있는 시간같은 느낌도 들었는데 그냥 교육이 전문화되어가고 있고 직업을 구하는 것 역시 전공을 살린 전문직이 선호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여전히 현실적으로는 보다 넓게 교양교육을 받은 사람들이 더 성공하고 있다는 이야기에서 교양교육의 필요성과 그 효과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몇년 전 우연히 찾아 본 사이트를 통해 예일대학의 온라인 교양강좌를 보게 되었는데 강의 동영상이 그대로 올라와있고 강의록까지 내려받을 수 있었다. 로그인따위도 필요없이 말이다. 이 책에서도 "시간과 비용때문에 모두가 리버럴 아츠 칼리지를 직접 경험할 수는 없어도 누구나 교양교육의 '장점'을 맛볼 수 있는" 시대에 다가가고 있다"(163)고 언급하고 있듯이 점점 더 교양교육은 그 기반을 넓혀나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굳이 세계적으로 성공한 사람들의 학업에 대해 언급하고 싶지는 않은데 - 그러면 왠지 인문학의 필요성이 세계적으로 '성공'하기 위해 필요한 학문이라는 것만 강조되는 것 같아서 - 저자 역시 책의 말미에 우리 모두가 그렇게 할수는 없음을 말하고 있다. 다만 지금은 과거 세대와 다른 방식으로 도덕성과 삶의 의미를 추구하고 있을 뿐이며 더 점진적이고 실용적일뿐이라고 말하고 있다. '돈을 버는 것과 가족을 부양하는 것'이라는 지극히 부르주아적인 사고방식이지만 자유민주주의적 프로젝트가 이루어낸 성과 중 하나가 혁명과 전쟁을 걱정하며 시간을 보내지 않고 각자가 의미와 성취감과 행복을 찾아낼 수 있는 개인적인 공간을 구축하는 데 전념할 수 있게 되었다는 이야기(209)는 지극히 현실적인 판단이기는 하지만 뭔가 좀 아쉬움이 남는다. "충분히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지도 못하고 충분히 주변과 세상을 둘러보지도 못하고 역사를 들여다보지도 못한다"면서 확실한 해결책은 우리 모두가 교양교육을 조금이라도 더 활용하는 것이 아닐까,라는 말로 끝을 맺고 있는데 어딘지 좀 서둘러 결론짓는 듯한 느낌인데다 그것조차 조금은 당위적인 언급같아서 더 아쉬움이 남는다. 어쨌든 시대가 바뀌고 교육의 질과 내용이 바뀌고 그 대상이 바뀌어가고 있는 현실에서도, 언제나 그렇듯 세부적이고 정밀한 전문적인 지식만을 추구하는 것보다 다방면으로 폭넓은 교양교육이 필요하다는 것은 인식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