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어떻게 괴물이 되어가는가 - 신자유주의적 인격의 탄생
파울 페르하에허 지음, 장혜경 옮김 / 반비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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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처음 읽을 때 너무 띄엄띄엄 읽어서인지 솔직히 재미없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아니, 이걸 또 다른 표현으로 하자면 아마도 내가 이 책을 제대로 이해하며 읽어나가지 못했다는 것이 될수도 있겠지. 어쨌든 그냥 그런 느낌이었다. 그러다가 어느 날 마음을 다잡고 조금 길게 집중하며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신자유주의에 대한 개념도 어려워 이런저런 자료 - 자료라고 해 봐야 신자유주의 경제에 대해 떠도는 글들을 꼬리물듯이, 내용이 잘 이해되지 않을때마다 찾아서 읽었었는데 그조차도 너무 오래 전 이야기라 '신자유주의적 인격의 탄생'이라는 부제는 쉽게 연상되어 떠오르지 않았다. 그런데 어쩌면 또 이 책의 제목이 의미하고 있는 바, '우리는 어떻게 괴물이 되어가는가'를 생각해보면 평소 우리가 느끼게 되는 - 그러니까 우리가 '정말 어처구니없다' 라거나 '도저히 사람의 탈을 쓰고 어떻게' 라는 말을 내뱉게 되는 그런 행동양식이 드러나는 여러가지 사건들이 바로 그런 신자유주의적 인격의 탄생의 한 예로 들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솔직히 뭐라고 설명하기가 쉽지 않은데 책의 한 부분을 인용해보자면 '인간은 자신의 이익만 노리는 경쟁하는 존재이다. 그것이 사회적 차원에서 우리 모두에게 득이된다. 모두가 정상에 오르기 위해 경쟁하는 동안 최고의 결과를 내놓을 것이기 때문이다. ... 개인의 성공과 실패는 오로지 자신의 노력 여하에 달려있다. ... 모두가 쉬지 않고 성장해야한다. 하지만 경쟁은 무자비하다' 라는 말들이 오늘날 우리 문화를 지배하고 더불어 우리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거대서사의 요약이라고 말하고 있다.(129) 또한 정체성은 무엇보다도 우리의 규범과 가치를 포함하며, 이를 통해 타인과 맺는 관계도 결정한다는 사실을 상기해보라고 하는데 지금 우리의 현실을 그렇다, 라고 말할 수 있을까. 잠시 생각해보면서 저자의 물음을 다시 떠올려보자. "지난 30여년 동안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는 우리의 정체성에 과연 어떤 영향을 미쳤나? 이 시스템은 우리의 모든 개인적, 집단적 욕망을 거스르면서 어떤 방식으로 우리의 사고를 식민지화했나?"

 

저자는 '공동체의 윤리가 사라진 곳에 계약서가 들어서다'라고 표현하고 있는데 말 그대로 모든 것의 기준이 성공과 실패로 양분화된다. 경제적인 것이든 학업능력이든 조직사회의 적응이든 모든 것은 서열화 되어 있고 경쟁으로 점철되어 있고 낙오되는 사람은 도태될 수 밖에 없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거기에 더하여 실패자로 낙인찍히는 사람들의 의식속에는 모든 것이 구조적 문제, 환경과 타인의 탓이라는 생각이 자리잡고 있다. 경제적으로 경쟁의 우위에 서 있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의 의식속에 '경제 능력주의'가 최고의 가치가 되는 것이다. "신자유주의 능력주의는 돈과 결합된 학위를 중시하는 새로운 정적 사회를 가동한다"(156)라는 표현에 현실이 그렇지 않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책을 읽다가 1926년 필라델피아의 증권거래소에 15초에 한번꼴로 잠깐 나타난 광고판에 쓰여졌다는 글귀를 보고 좀 끔찍해졌다. "당신의 돈 100달러가 또다시 나쁜 유전자를 갖고 태어난 인간들을 보살피는 데 지출되었다. 정신병자, 정신박약자, 범죄자, 다른 취약계층이다" 지금 우리의 현실은 어떠한가.

조금은 성급히 술렁거리며 책을 읽어버려서 좀 더 진중히 생각을 해 봐야겠다. 괴물이 되어가는 우리를 되돌려 놓기에 너무 늦어버렸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저자가 강조하는 정체성,에 대해 공동체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는것이 너무 성급한 것이 아닌 것과 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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