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없는 나라 - 제5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이광재 지음 / 다산책방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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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생님, 저 재를 넘으면 무엇이 있습니까요?

- 몰라서 묻는 게냐? 우리는 이미 재를 넘었느니라. 게서 보고 겪은 모든 것이 재 너머에 있던 것들이다.

- 그럼 이제 끝난 것입니까?

- 아니다. 재는 또 있다.

- 그럼 그건 어쩝니까요?

- 그냥 두어도 좋다. 뒷날이 사람들이 다시 넘을 것이다. 우린 우리의 재를 넘었을 뿐. 길이 멀다. 가자꾸나.

 

오늘따라 이 말이 더 마음을 울리게 한다. 나라가 망해가고 있는 이 느낌은 나만 느끼는 것일까? 그저 희망이 없구나, 라며 자조하고 있는데 우리가 할 일은 절망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저기 보이는 재를 넘는 것이라고 한다. 그들이 그들의 재를 넘었던 것처럼 우리도 그래야 하는 것이다. 갈 길이 멀다해도.

 

몇년 전에 나는 전봉준의 이야기를 담은 소설을 한 권 읽었었다. 그리고 그렇게 마음 아픈 이야기는 또 읽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했는데 아무래도 지금의 우리는 그의 슬픈 이야기를 읽지 않고는 한 시대를 살았다고 할 수 없는 건가, 싶어진다. 내가 읽었던 한승원 작가의 [겨울 잠, 봄 꿈]은 전봉준이 잡혀서 압송되어가는 그 험난한 여정에 대해 그려낸 이야기이다. 그리고 [나라 없는 나라]는 바로 그 전의 이야기이다. 어쨌거나 결과적으로 역사를 알고 있는 우리는 그의 삶의 마지막이 어떠했는가를 알고 있다. 지금 우리가 그의 이야기를 읽는 이유는 그 슬픈 결론만을 떠올리기 위해서만은 아니다. 역사를 되짚어보고 그의 삶을 돌이켜보는 것만으로 만족할 것도 아니다. 지금 우리는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새롭게 마음을 다잡아야 하는 것이다.

 

- 복받쳐서 그럽니다. 동무들과 나서서 싸운 일이 벅차고 뜨거워져서 그럽니다. 이 겨울에 나는 장군과 함께 싸웠습니다.

- 나도 우리 동무들 때문에 행복했소. 내일 전투에서 설령 지더라도 우린 진 게 아니오. 싸움에 진다고 우리가 이룩한 일들이 없어지는 건 아닙니다. 저승길도 함께 가니 얼마나 좋소 (302) 

 

나라 없는 나라를 읽는 의미는 그런 것이라고 생각을 했다. 하지만 우리말로 씌여진 이 소설을 단지 그렇게만 읽을수는 없지 않은가. 술렁술렁 읽어버리고 만 내가 감히 뭐라 하기는 좀 그렇지만 이 소설의 문장 하나하나를 읽다보면 장면장면마다 쏙 빨려들어가게 하는 힘을 갖고 있다. 우리 산천의 풍경이 보이고, 그 풍경속을 걸어가는 민초들의 모습이 보이고, 그들의 삶이...끈질긴 생명을 통해 이어져가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하고 싶은 말은 많지만 [나라 없는 나라]를 어찌 이렇게 말로써만 이야기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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