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의 탄생 - 건축으로 만나는 유럽 최고의 미술관
함혜리 글.사진 / 컬처그라퍼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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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책의 제목을 보고 역사인문학의 예술적 접근...어쩌구 할 수 있는 그런 책일까, 라는 생각을 잠깐 했었다. 사실 그런 어려운 책이라면 그닥 흥미를 느낄 수 없었을텐데 이건 말 그대로 '미술관의 탄생'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책인 것 같아서 선뜻 집어들어 읽기 시작했다. 좀 더 솔직히 말하자면 처음 읽기 시작했을 때, 이미 흥미를 잃어가고 있었다. 익히 들어 알고 있는 영국과 프랑스의 박물관들. 가보기도 했던 곳이지만 이미 여러 책에서 언급되었던 미술관과 작품 전시실에 대한 것뿐만 아니라 건축과 관련된 서적을 통해서도 익숙했던 곳이어서 그런지 특별한 이야기는 없어 보였다. 오히려 미술관 건축물 자체에 대해 너무 간단하게 설명하고 지나쳐버리는 것 아닐까 싶은 기분이 들 즈음 내게는 생소한 독일의 미술관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아, 이 책의 즐거움은 이제부터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며 한꼭지씩 읽다보니 어느새 끝이 나버렸다.

지금까지 읽었던 책들은 유명한 건축가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그들의 작품인 건축물을 소개하는 것이었는데, 이 책은 미술관에 대한 설명을 하고난 후 그 건물을 지은 건축가에 대한 설명이 나오고 있다. 오래된 고전적인 건축물과 현대식 건축물의 부조화때문에 극심한 반대에 부딪쳤던 루브르박물관의 유리 피라미드는 특별한 언급이 없어도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이야기지만 폐쇄된 화력발전소를 멋지게 재탄생시킨 테이트 모던이나 쇠퇴한 공업도시에 세워져 쇠락해가던 도시가 세계적인 문화관광도시로 변모하게끔 이끈 구겐하임 미술관, 버려진 탄광촌이 예술과 문화의 중심지로 변모하게 된 졸페라인 복합문화단지 등 정말 멋진 재탄생의 모습이 아닐 수 없다. 건축은 우리의 삶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으며 환경과의 조화로움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확실히 보여주고 있어서 더 좋았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직접 봤던 유명한 미술관 두어곳을 빼면 거의가 낯선 미술관의 모습이었는데, 책을 읽으면서 나토로켓 발사기지에 들어선 랑엔재단 미술관을 보는데 왠지 낯설지가 않았다. 안도 다다오가 디자인한 미술관은 노출콘크리트로 마감이 되어서 안도 다다오의 작품을 - 물론 책을 통해 본 것들이기는 하지만, 그의 작품을 좀 많이 접했던 기억때문에 그런가보다 라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미술관 건물이 마치 물에 떠 있는 것처럼 신비롭게 보인다며 침묵의 공간, 하늘의 구름과 미술관이 건물 앞의 연못에 비치는 모습은 감동적"이라는 글을 읽으며 미술관 외관 사진을 보고 있으려니 딱히 안도 다다오의 디자인이기 때문이라기 보다는 제주 도립 미술관의 모습과 비슷한 느낌이어서 낯설지가 않았구나, 싶어진다. 어쩌면 제주 도립 미술관의 건축가가 그의 영향을 받은 것인지도 모르지.

 

별다른 감흥없이 읽어나가기 시작하던 미술관의 탄생은 유명한 도시, 미술관에 전시된 작품들, 건축가... 를 먼저 떠올리지 않는다. 미술관을 먼저 바라보고 그 미술관이 어떻게 탄생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해서 그 미술관이 갖는 역사, 문화적 의미를 떠올려보고 그러한 건축물을 지은 건축가에 대한 이야기까지 언급하고 있는 미술관의 탄생은 읽으면 읽을수록 흥미로운 책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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