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줏간 소년 비채 모던 앤 클래식 문학 Modern & Classic
패트릭 맥케이브 지음, 김승욱 옮김 / 비채 / 2015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프랜시 브래디는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그런 소년인걸까, 라는 의문을 가졌다. 아니, 내게 있어 이 소설은 처음부터 끝까지 몽환적인 상태를 느끼게 했고 프랜시가 말하고 있는 것이 현실일까 비현실적인 몽상일까를 궁금하게 할만큼 비현실적인 이야기가 많았다. 아니, 그보다는 좀 더 정확히 표현하자면 프랜시가 말하고 있는 것들이 일반적이지 않다고 느끼기 때문에 그 많은 일상의 이야기들이 비현실이라고 느끼게 된 것인지도 모르겠다.

 

프랜시의 비뚤어진 생각과 행동들은 그가 정신적인 미숙함을 지녔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온갖 비유처럼 진행되어가는 일상의 모습이 보여주고 있는 문장의 흐름속에서 현실적인 사실 그대로는 무엇일까에 모든 집중을 다 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프랜시가 정신지체가 있는 소년으로 묘사되고 있는지 다시 처음부터 살펴봐야만 했다. 그럴만큼 그의 행동 양식과 생각은 감당하기 힘들만큼의 분노와 증오를 담고 있고, 지나치리만큼 부모에 대해 무감정한 듯 보였다.

이런 느낌이 들 때쯤 나는 이미 책 읽기를 포기하고 저자가 직접 시나리오 작업에 참여했다는 영화를 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영화를 구해 본다는 것은 생각만큼 쉽게 바로 되는 것이 아니기에 프랜시의 인생이 궁금해진 나는 책을 마저 읽을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책을 계속 읽어나가다보니 조금은 프랜시의 상상의 세계와 현실의 세계가 보이는 듯 했고, 가끔은 그가 처한 그 끔찍한 상황들이 현실이 아닌 가상의 세계였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거리낌없이 프랜시를 무시하는 누전트 부인의 모습은 - 솔직히 그녀에 대한 묘사보다 더 끔찍하게 살인을 저지르는 프랜시의 잔혹함이 견디기 어려운 묘사였지만 - 조금 더 악랄하게 나왔어야 하지 않나,라는 생각도 했다.

 

저자 매케이브는 “난 살인, 폭력 그 자체에 대한 글쓰기에 관심 있는 게 아니다. 난 그것이 세상을 향한 상상력을 굴절시키거나 밀어붙이게 만드는 뇌관이나 여과장치라고 생각한다. 태어나 살다가 죽는 게 폭력, 혼란, 광기다”라고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는데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그러한 세상을 모른채 살아가는 것이 더 좋다는 생각을 한다. 그래서인지 이런 폭력적인 현실을 직시해야하는 순간들이 어렵고 훨씬 더 끔찍하다는 느낌을 갖는다.

어린 프랜시가 조금씩 광기를 갖게 되는 현실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우리는, 나 역시 그 모든것에 책임이 없다고 물러나서 관망할 수 있는 입장은 아니다. 불우한 가정환경, 무관심한 이웃, 아니, 무관심보다 더한 무시와 경멸을 견뎌낸다는 것은 얼마나 힘든 일인가. 그러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반발하고 있는 프랜시를 지켜보는 동안 조금씩 프랜시에게 동화되어 가기도 했다. 나를 무시하는 사람을 똑같이 무시해버리려는 마음이 있듯이 누전트 부인을 끔찍한 폭력으로 난도질하는 모습이 조금은 이해가 되기도 했다. 아니, 그순간 너무 몰입을 해버렸던 것일까? 나는 프랜시의 마음 상태가 그만큼 황폐화되고 혼란스럽고 광적인 폭력을 휘두르고 싶은 상태라고 이해하고 말았는데, 그것은 더이상 프랜시의 상상이 아니라 현실이었다는 것을 깨닫고 순간 놀라버렸다. 어쩌면 내 마음 깊숙이 담겨있는 광기어린 폭력이 드러난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해볼만큼 잠시 멍해져있었던 것이다.

 

책을 읽는 동안에도 그랬지만 책을 다 읽고난 후 더 찜찜하고 무거워지는 마음을 쉽게 떨칠수가 없었다. 다시 한번 더 들여다보고 싶다는 생각이 없었지만 며칠이 지나고 나니 어쩌면 프랜시의 의식의 흐름을 다시 한번 더 들여다보면서 폭력적일 수 있는 현실과 그 현실을 인식하고 있는 나의 의식을 더 깊이 들여다봐야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어쨌거나 지금은 책을 다 읽기 전에 영화를 보고 싶었던 이유와는 다른 이유로 영화 푸줏간 소년을 보고 싶어졌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5-10-22 17:50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