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 달린 벌 본 적 있는가

벌에게는 날개가 발이다

우리와 다른 길을 걸어

꽃에게 가고 있다

뱀은 몸이 날개고

식물은 씨앗이 발이다

같은 길을 다르게 걸을 뿐

지상을 여행하는 걸음걸이는 같다

걸어다니든 기어다니든

생의 몸짓은 질기다

먼저 갈 수도 뒤처질 수도 없는

한 걸음씩만 내딛는 길에서

발이 아니면 조금도 다가갈 수 없는

몸을 길이게 하는 발

새는 허공을 밟고

나는 땅을 밟는다는 것뿐

질기게 걸어야 하는 것도 같다

질기게 울어야 하는 꽃도

 

 

 

가장 먼저 마음에 들어온 시 한 편.

그리고 무심코 책장을 넘기다 읽은 시 한 편. 도서관 3

 

(중략)

사막으로 출근하고 사막으로 퇴근하는 사람들이 발견한 아버지, 수천만 페이지의 사막을 다 건넌 사람은 없어요. 사막을 횡단하다 사막이 되어버린 아버지, 아버질 펼치면 오아시스에서 별 헤고 있는 어머니, 스스스 미끄러지기만 하는 어머닌 언제부터 유사의 강이었나요

 

바람을 만나야 길을 덛는 모래에게 바람은 낙타란다 낙타의 등에 올라타렴 모래처럼 스스스 달려보렴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곳이 있다는 건 얼마나 큰 위안이니

 

타박타박 낙타처럼 걸어가는 활자들,

길 잃으러 사막 간다 길 버리러 사막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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