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점심은... 잘 먹어야 해. 새삼스럽지도 않게 깨닫고 있는 오후.
오랫만에 편의점식을 해 볼까, 하고 갔다가 요즘 맛있다고 소문난 짜왕이 보이길래 사왔는데.. 나는 그냥 그래. 나이를 먹어 그런가. 밥이 낫다는 생각을;;;;
어쨌든지간에.
마침 끼니꺼리를 사들고 들어오다가 막 도착한 책을 들고 들어왔다. '중쇄를 찍자' 잠깐 보다가 덮었는데. 중판출래!
왠지 시작부터 기합이 들어가있어서 쭈욱 읽게 될 듯 하다.
아, 그런데말이다. 무심코 편의점 점심을 먹는 중이라며 사진을 찍어 올리다가 띠지에 적혀있는 글을 보게 되었는데.
사람이 세상을 바꾼다.
그러니까. 오랫만에 혼자 먹게 된 점심에 고급지게 비싼 샌드위치를 사다 먹을까, 하다가 길 건너편 빵집에 가는 것도, 까페에서 만들어주는 샌드위치를 기다리는것도 귀찮아져서 편의점 삼각김밥을 사려고 하기도했지만. 어제 출근길에 본 그 모습이 생각나서 그냥 편의점으로 들어갔던 것은.
출근길에 심심찮게 마주치는 미화원들. 클린하우스 청소차량도 보이긴 하지만 개별적으로 거리를 청소해주시는 분들과 마주치는데 사무실 근처로 오면 좀 나이들어 보이는 분들이 보이곤한다. 대부분 둘셋씩 모여있다 가는 모습이 보이는데 어제 아침에는 뒷골목의 호텔 건물 뒤 그늘에 혼자 앉아 삼각김밥을 드시는 분을 봤다. 그냥 지나쳤을지도 모르는 그 장면이 생각나는 이유는 아마도 무심코 고개를 돌린 내 눈에 비친 그 분리된 비닐..때문이었겠지. 조심스럽게 삼각김밥의 비닐을 벗겨냈는데, 아니, 왜, 어쩌다가! 허연 밥이 보이고 김은 비닐에 싸여있는채로 양손에 들려있었던게냐.
왠지모를 삶의 쓸쓸함을 본 것 같아 그냥 외면하고 말았는데.
사람이 세상을 바꾼다.
이 말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싶다.
끼니를 떼우려고 지불한 돈은 천구백원. 들어오는 길에 까페에 들려 사들고온 녹차쉐이크는 오천원. 그리고 얄굿게도 까페 앞에는 왠 어르신 한 분이 계단에 주저앉아 땀을 식히며 애꿎은 휴지조각만 만지작거리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
오늘은 오히려 점심을 굶는것이 나았을지도 모르겠다. 먹은 것이 소화도 잘 안되고 있고. 괜히 기분도 그렇고.
아, 다시 중판출래 이야기로.
유도로 올림픽금메달을 목표로 하다가 부상으로 유도를 포기해야만 했을 때, 무엇을 해야하나... 고민하다가 문득. 자신이 유도를 하게 된 것도 책을 통해서. 유도대회에 나가 전 세계 사람들을 만났을 때 공통적으로 화제삼는 이야기도 책, 물론 만화책이지만.
그래서 세계의 공통 언어인 만화를 만드는 데에 참여해서 전 세계에 사는 모두를 두근거리게 만들고 싶다,는 쿠로사와 코코로.
그녀의 이야기가 이제 막 시작되고 있다.
괜히 그녀의 이야기에 내 마음이 막 설레이는 이유는 뭘까. - 스스로가 한심스러워 마음이 가라앉는것보다는 설레이는 것이 더 나은거 맞겠지? 나는 내 마음이 뜨거워지는 곳이 어디인지 여전히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나름 열심히 잘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을...
그러고보니 능력도 없고 잘 하는 것도 없는 내가 한심스러워질 때, 가장 많이 떠올렸던 건 아마도 슬램덩크 강백호의 자유투 연습. 농구천재인 강백호 역시 '왼손은 거들뿐'이라는 말을 할 수 있는 지경에(!) 이르기까지는 백만번의 슛 연습이 필요했던 것을 떠올리며 나의 무능함을 탓하지 않고 노력하지 않는 모습을 탓하기 시작했었는데.
이야기가 파도없이 그냥 마구 흘러가고 있구나. ㅎ
그러면 또 어떤가. 오늘은 그냥 그런 날인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