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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아의 시네마 블루 - 기억을 이기지 못한 시네 블루스
주민아 지음 / 작가와비평 / 2015년 8월
평점 :
굳이 밝힐 필요는 없겠지만 그래도 이 책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전에 이 책에 실려있는 53편의 영화중에 내가 본 영화가 몇편인지는 이야기해야 할 것 같다. 53편의 영화 중 단 8편. 영화를 보지도 않고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읽는다는 것 자체가 어쩌면 어불성설인지도 모르겠기에. 솔직히 영화를 즐겨 보지 않는다 하더라도 이건 좀 너무하지 않은가.
한때는 가리지 않고 무작정 영화를 보던 때가 있었기에 책에 실려있는 영화의 반 정도만 봤다해도 이 책을 읽는데 큰 무리가 따르지는 않으리라고 생각했었는데 막상 책을 펼치고 보니... 정말 뭐라 할 말이 없다.
나 스스로도 이 책에 대한 이해를 위해 우선 내가 본 영화의 이야기부터 펼쳐들었다. 아, 너무도 오래 전에 봐서 기억이 가물거리지만 그 느낌만으로도 좋았던 영화로 기억하고 있는 영화들. 아니, 어쩌면 하나같이 다 내가 좋아했던 영화 이야기만 하고 있는거지? 라는 생각에 더하여 저자가 이야기하는 사람과 삶에 대한 이야기들.
현실이면서도 현실이 아닌 영화에 대한 이야기이기 때문인지 나는 저자의 이야기들 중에 [그 남자 작곡 그 여자 작사]를 그렇게 비난했는지를 [원스]를 보면서 느꼈다는 이야기에 가장 큰 공감이 갔다. 그 영화에는 없는데 원스에는 있는 것, 현실. "[원스]안의 사람들에겐 현실을 살아가는 켜켜한 먼지 냄새가 난다"(186)는 이야기에 다시 한번 더 영화가 그리워진다.
보고 싶었지만 놓친 영화도 있고, 지역적인 한계로 개봉조차 하지 않아 보지 못한 영화도 있고, 제목 자체가 낯선 영화도 많았지만 내가 이미 본 영화의 이야기를 들여다보고 있으면 하나 둘... 기억을 이기지 못한 시네블루스의 영화들이 보고 싶어진다.
그런데 가만 생각해보니 이 책에 실려있는 글들은 대부분 십여년전의 글이다. 왠만한 연륜이 아니고서는 이 책에 실려있는 영화들을 개봉관에서 본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닐수도 있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니 내가 이 책을 읽을만한 사람이 아니었구나,라는 생각에서 조금은 홀가분해지고 있다. 이야기를 반쯤은 이해하지 못하면서 읽고난 후 영화를 찾아 보고 그 다음 다시 삶과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읽기로 하자, 라는 생각을 하니 마음이 더 홀가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