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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맛, 삿포로의 키친 - 지니어스 덕이 660일간 먹고 그린 음식들
김윤주 글.그림 / 컬처그라퍼 / 2015년 7월
평점 :
절판
나는 먹지 못하는 음식도 많고, 맛있는 음식을 즐겨 찾기보다는 오히려 특별한 양념을 하지 않아 조금은 무미건조한 음식을 더 잘 먹기도 해서 '맛집 기행' 같은 이야기에 그리 큰 관심이 없다. 물론 특별한 날이라거나 손님에게 접대를 해야하는 날이면 그런 맛집에 대한 정보를 아쉬워하기는 하지만. 그런 내가 맛집에 유난히 관심을 갖는 것은 여행을 하게 될 때이다. 여행을 떠나면 무엇을 먹든 그 시간에 대한 추억이 되기 때문에 반드시 맛집을 찾아가야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기왕이면 좋은 시간을 맛있는 음식과 함께라면 더 좋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하기 때문이다. 그런 내가 '삿포로의 키친'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언젠가는 반드시 삿포로의 겨울을 경험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언젠가 삿포로에 가게 된다면 현지에서 지냈던 한국인 유학생의 체험이 많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라는 지극히 실용적인 관점에서 - 물론 여행 에세이를 좋아해서 굳이 '정보'가 아니더라도 이 책은 외국의 생활이야기라는 관점에서도 흥미를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물론 처음 책을 펼쳤을 때는 내 예상치의 기대와는 조금 달라 당황스러웠지만 야금야금 한꼭지씩 글을 읽다보니 저자 지니어스 덕 - 저자 김윤주의 캐릭터인 노란 오리는 이 책에 귀여운 포인트를 줘서 개인적으로 좋아하게 된 - 이 서문에서 '삿포로를 살아가면서 먹을거리라는 한정적인 아이템으로 도시를 들여다 본 개인적인 일기노트'라는 말이 실감나기 시작한다. "내가 경험한 먹을거리를 통해 이런 느리고, 소박하고, 사랑스럽고, 따뜻한 삿포로의 매력을 여러분도 발견해 주신다면 그것만큼 기쁜 일이 없을 것 같다"는 이야기도 무엇인지 조금은 알 것 같다. 아주 오래 전에 읽었던 누군가의 삿포로의 여행 에세이에서 느꼈던 쓸쓸하고 외로움이 넘쳐나기만 할 것 같지만 조금 시간이 지나고나면 소박하고 따뜻함이 느껴지는 곳,이라는 걸 떠올리게 되니말이다.
이 책은 사진이 아니라 저자의 일러스트로만 음식을 표현하고 있다. 그림일기처럼 그녀가 먹은 음식에 대한 이야기와 식당에 대한 이야기가 글과 그림으로 설명되어 있는데 조금 아쉽다 라는 느낌을 가질 즈음 컬러풀한 음식 그림이 나와주어 책읽기의 즐거움이 느껴져서 개인적으로는 책편집이 꽤 만족스럽다.
일본에 대해 많이 아는 것은 아니지만 브랜드 커피보다는 그 집 고유의 커피에 대한 자부심을 갖고 있는 곳도 많고, '스위츠'라고 표현되는 달콤한 디저트의 종류도 다양하다고 알고 있는데 '음식'의 범주에 다 포함하여 소개하고 있는 것도 좋다.
음식 이야기뿐 아니라, 2년간의 유학생활을 하면서 얻게 된 노하우를 비롯한 생활이야기들이 '지니어스 덕의 삿포로 탐구생활'이라는 꼭지에 담겨있어서 조금은 폭넓게 삿포로의 생활과 일본의 문화를 느낄 수 있기도 하다.
삿포로에서 생활한 지니어스 덕처럼 며칠 전에 예약주문해야 먹을 수 있는 곳에 가보는 것은 실현 가능성이 희박할지 모르겠지만 그녀가 맛있게 먹었던 곳 혹은 소박한 스토리가 있었던 곳의 어느 곳에선가 나도 나의 추억의 시간을 보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참, 한가지 덧붙인다면. 일러스트만 봤을 땐 사진이 있어도 예뻤겠다 싶었지만 색깔이 들어간 일러스트를 보니 사진보다 훨씬 느낌이 좋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는데 책의 뒷부분에 실려있는 음식의 실제 사진을 보니... 일러스트가 훨씬 분위기 있고 느낌이 있다는 확신을 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