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모든 건 겉으로 보는 것보다 늘 더 복잡해. 61

 

아니란다, 아이야. 난 나 자신이란다. 때로는 겉으로 보이는 게 전부인 경우도 있어. 난 시블이고 넌 셉텝버인 것처럼. 63

 

사람들은 대부분 복잡한 걸 싫어한단다. 세상이 단순하길 바라지. 예를들면 어쩌다 마법의 나라로 오게 된 어린아이가 마법의 나라를 구하고 그 후로 오래오래 잘 살았씁니다, 하는 이야기처럼 말이야.

 

직접 경험을 해보지 않은 이들에겐 아무리 설명해봤자 이해를 못 해. 그들에게 모험 얘기를 하는 건 꿈 얘기를 하는 거나 마찬가지니까. 67

 

네가할머니가 돼서도 지금이랑 똑같은 모습일 것 같니? 대부분의 사람들은 세 가지 얼굴을 갖고 있어. 어린아이일 때의 얼굴, 자라서 어른이 되었을 때의 얼굴, 늙어서 얻게 되는 얼굴. 하지만 나만큼 오래 살게 되면 더 많은 얼굴을 갖게 돼. 나도 너처럼 열세 살 꼬맹이였을 땐 이런 모습이 아니었더, 넌 평생 살아가면서 일하고 사랑하고 슬퍼하고 웃고 찡그리면서 네 얼굴을 만들어가는 거야. 68

 

 

 

자기 그림자가 멋대로 세상을 돌아다닌다면 어떻게 해야 할지 여러분도 알기 어려울 것이다. 한번 생각해보자. 만약 여러분의 분신이, 여러분이 벌을 받을 때나 규칙에 대한 설명을 들을 때나 부모님이 뭔가 가르쳐 줄 때 귀 기울여 듣지 않고 도망쳐버린다면 어떨까? 착하게 행동하거나 주변 상황을 배려하는 것과는 담을 쌓아버린다면? 여러분보다 훨씬 사납고 사악한 자아, 즉 여러분의 악의적인 반쪽이 행동을 똑바로 하게 만들기 위해 여러분은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83

 

 

 

 

셉템버는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판단이 서지 않았다. 숫기 없는 엘과 무모한 새터데이라니. 둘은 원래의 엘과 새터데이와는 완전히 성격이 달랐다. 모든 것이 거꾸로 뒤집히고 비딱하게 기울어졌다. 다들 어떻게 자아의 일부분을 숨기고 살 수 있는 건지 셉템버는 알 수가 없었다. 어떻게 자아의 사악하고 몰인정한 부분, 용감하거나 무모하거나 생기발랄한 부분, 빈틈없거나 강력하거나 경이롭거나 아름다운 부분을 심장 바닥 깊숙이 숨겨놓는 것일까. 세상이 두려워서, 아니면 다른 이들의 주목을 받는 게 두려워서. 아니면 용감하게 업적을 세우라는 기대를 받는 게 버거워서일까. 누군가 어둠 속에 숨겨놓은 용감하고 무모하고 빈틈없고 경이롭고 아름다운 부분들, 그리고 가끔은 사악하고 몰인정한 부분들에는 결국 기묘한 버섯이 자라게 된다. 이런 부분들이 그림자의 성격으로 자리 잡는 것이다.

셉템버에겐 물론 그림자가 없었다. 셉템버는 용감하고 빈틈없는 성격을 숨기지 않고 거의 드러내고 살았다. 하지만 무모하고 개성있는 성격은 밖으로 꺼내 햇빛 속에서 숨 쉬게 두지 않고, 내면에 꾹꾹 눌러 담아두었다. 118-119

 

 

 

 

사람들은 몸이 아프면 자기한테 상처를 입힌 이에 대해 잊어버리려고, 고통을 다시 떠올리지 않으려고 해. 아버지를 떠올릴 때마다 난 마음이 아파. 그래서 아버지가 잘 있는지 궁금해 하지 않는 편이 차라리 마음이 편해. 아버지는 내 얼굴을 기억하고 있겠지. 하지만 아버지가 너무 오래 집을 떠나 있으니까 난 아버지의 얼굴이 잘 기억이 안 나! 어쩌면 기억이라는 건, 자기한테 일어난 모든 일들을 모아서 커다란 퀼트를 만들듯 노력을 해야만 지킬 수 있는 것일지도 몰라. 232 

 

 

 

 

 

원래 그림자라는 건 자아의 어두운 면인데, 우린 예외야. 그런데 넌 어둠에 대해 안 좋은 편견을 가진 모양이구나. 반짝이는 별들과 달, 라쿤, 올빼미, 반딧불이, 버섯, 고양이, 매혹, 그밖에 우리에게 꼭 필요하고 훌륭한 것들이 어둠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걸 잊지 마. 도둑질, 음모, 몰래 숨어 다니기, 비밀, 너무 강렬해서 기절 할 것 같은 열망도 어둠이 있어야 존재할 수가 있어. 그리고 내가 장담하는데, 밝은 면이라고 해서 꼭 좋기만 한 것도 아니야. 어둠이 없이 밝기만 하면 꿈을 꿀 수가 없어. 제대로 쉬지도 못해. 달빛이 비추는 발코니에서 연인을 만날 수도 없지. 어둠이 없는 세상이 무슨 가치가 있을까? 어두운 면은 반드시 필요해. 어두운 면이 없다면 너의 절반이 없는 셈이니까, 하지만 고양잇과 동물들은 좀 더 현명하게 구성되어 있어. 딱 한쪽 면만 갖고 있는데, '몰래 다니기' 아니면 '모로 누워 자기'인 경우가 대부분이야. 293

 

 

 

 

전쟁에서 한 일은 잊을 수가 없단다, 내 딸 셉템버야. 아무도 못 잊어. 자기가 치른 전쟁은 잊을 수가 없는 법이야. 3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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