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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자의 심판 ㅣ 모중석 스릴러 클럽 38
프레드 바르가스 지음, 권윤진 옮김 / 비채 / 2015년 8월
평점 :
절판
책을 읽는동안 중세와 현대의 전설과 사건이 절묘하게 이어지며 긴장을 고조시키고 결말을 궁금하게 만드는 재미가 있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솔직히 이 한 문장을 휙 던져놓고 더이상의 별다른 이야기없이 그저 이 책을 직접 읽어보라는 이야기만 하고 싶은데...
처음의 시작은 현대의 경찰 강력계에서 흔히(?) 마주칠 수 있는 사건사고들로부터 시작된다. 잔소리가 심한 아내의 목에 빵조각을 집어넣어 질식사를 시킨 노인의 이야기, 유리병을 깨뜨려 깨진 유리조각으로 증조부의 머리를 내려친 소녀의 이야기, 날아다니는 비둘기를 잡아 두 다리를 실로 묶어버려 날지 못하게 만들고 결국 음식을 먹지 못해 굶어 죽게 만들어버리는 엽기적인 살인자들의 이야기들로 경찰서장 아담스베르그는 정신없는 일상을 보내고 있다.
그 와중에 프랑스 경제를 뒤흔들 수 있는 재력가가 자동차에서 불에 타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는데 강력한 용의자 - 그러니까 평소에도 자동차 방화를 일삼는 모에게 그 혐의가 집중되지만 아담스베르그는 그의 결백을 믿고 진범을 잡을 때까지 도주를 시키려 한다. 그리고 저 멀리 노르망디 오르드벡에서 아담스베르그를 찾아 온 정체불명의 여인에게서 '성난 군대'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살인의 예고를 접하게 된다. 허무맹랑한 옛 전설의 이야기를 늘어놓기만 하고 돌아가버린 방데르모 부인의 뒤를 좇아, 무엇인가에 홀린 듯 아담스베르그는 오르드벡에서 일어난 사건에 관심을 갖고 현장을 찾아가게 되는데...
이 이야기의 커다란 줄기는 물론 '성난 군대'의 이야기에 얽힌 과거의 저주에서부터 시작되는 살인사건에 대한 이야기이다. 악행을 일삼는 이들에게 죽음의 벌을 내린다는 성난 군대는 누구에게나 보이는 것이 아니며 그들에게 끌려가는 이들을 본 사람에 의해 예언처럼 그들의 죽음을 예고하게 되는 것인데, 실제로 성난 군대를 본 리나에 의해 첫번째 희생자의 이름이 나왔고 두번째와 세번째 희생자가 예고되었으며 마지막으로 끌려가는 사람은 누구인지 알 수 없지만 이미 저주처럼 오르드벡 마을에 퍼진 소문은 마을의 오랜 전설을 믿는 이들을 공포에 떨게 하기에는 충분하다.
솔직히 과거의 전설에 얽힌 이야기에 묶여 전체적인 이야기가 스릴러 넘치는 유령이야기만 넘쳐나면 어쩌나, 싶었는데 전혀 그런 느낌을 가질 수 없었다. 사건을 하나하나 풀어나가는 아담스베르그 서장의 모습과 그의 조력자들의 모습까지 다양한 시각으로 바라보면서 사건의 실마리를 찾아낼 수 있어서 이야기에 집중하게 된다.
소소한 사건들로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심리상태를 보여주기도 하고, 사건의 해결과정에서 드러나게 되는 혈연관계에서도 우리에게 가족은 어떤 의미가 되는 것인지 새삼 생각해보게 된다.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듯 보이는 사건의 전개가 흥미를 더해가며 결말에 이르게 되는데 그 즈음에는 다시 앞으로 돌아가 왜 이 두가지의 사건이 같이 진행되면서 풀어나가고 있는지 그 이유를 알 수 있게 되며 그것이 또한 이 책을 읽는 재미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