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향한 눈 - 세계를 뒤흔든 최고의 만평들
장크리스토프 빅토르 지음, 조홍식 옮김 / 문학동네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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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는 '세계를 뒤흔든 최고의 만평들'이라는 부제가 붙어있다. 사실 그 말에 부정을 하지는 않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오래전에 한겨레신문에 실리기 시작한 박재동님의 만평이 최고라고 생각한다. 물론 어쩌면 우리나라의 상황에 맞는, 그 시대의 흐름을 따라 그 시기에 적절하게 날린 촌철살인의 한 컷을 봐 왔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우리의 만평은 일단 한쪽으로 미뤄두고 - 이 책은 외국인이 편집한 세계의 만평집이니까 - 다른 나라의 만평가들이 그려낸 만평을 보고 있노라면, 세상을 보는 예리한 시각, 풍자와 유머, 예술감각의 총체인 만평이 언어가 다르고 문화가 달라도 한컷의 그림으로 무엇을 이야기하는지 바로 알아들을 수 있는 최고의 의미전달 언어인 것만은 분명해진다.  

그리고 책에 실려있는 모이어의 만평 중 하나인 "도망가! 버스에 만평가가 탔대"라는 그림을 보면 만평의 힘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가,를 새삼 생각하게 된다.

 

이 책에는 1989년 살만 루시디의 악마의 시로 인한 이슬람교도들의 종교적 암살에 대한 만평에서부터 시작하여 89년의 세계 정치사의 변화를 거쳐 전세계에서 일어난 굵직한 사건들에 대해 연도별로 잘 정리되어 있다.

그냥 '만평'일 것이라 생각하며 책을 펼쳤는데 뜻밖에도 만평으로 바라보는 세계사를 마주한 느낌인데다 각 만평에 대한 상세 해석과 설명이 있어서 간혹 내가 자세히 알지 못하는 역사적 사건에 대해서도 이해할 수 있어서 그리 어렵지 않게 책장을 술술 넘기며 읽었다. 책에 실려있는 해설과 외국어로 씌여있는 글 - 두 사람의 대화, 군중 속의 피켓 하나, 등장하는 그림 한구석에 쬐끄맣게 적혀있는 글 하나까지도 다 의미가 있는 것이라 꼼꼼히 번역글을 넣어준 것도 맘에 들고. 물론 번역이 없다고 해도 세계적인 이슈가 된 사건에 대한 비판과 풍자, 해학이 담겨있는 만평 그림은 보는 순간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알아챌 수 있는 것들이지만 해설과 해석은 더 깊이있게 바라볼 수 있도록 해 준다.

언어도, 문화도 다르지만 그림 하나로 서로가 통할 수 있다는 것이 놀라운 만평의 힘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처음 이 책을 펼쳐들면서 왜 하필 살만 루시디에서부터 시작을 했을까,라는 생각을 했을 때 현대사에 있어서 가장 큰 변화가 있었던 베를린 장벽의 철거라든가 중국의 천안문 사태같은 일이 있었던 해라는 의미만을 떠올렸었는데 그건 어쩌면 샤를리 에브도에 실린 무함마드 만평으로 인한 이슬람의 테러와 더 연결이 되는 의미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문학으로 살해위협을 받으며 조지프 앤턴으로 살아야했던 살만 루시디의 삶과 만평으로 목숨의 위협을 받는 것은 별반 다르지 않은 일이며 만평이 비판의 칼날을 세우고 풍자와 해학이 넘칠수록 적을 만들수도 있는 것이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을 향한 눈을 결코 감을 수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다.

만평의 의미를 느끼게 된 것도 있지만 책에 실려있는 만평들을 읽다보니 삼십여년의 현대사가 스치듯 지나쳐갔다. 만약 이 책처럼 우리나라의 만평을 책으로 엮는다면 어떨까, 잠시 생각해봤는데 풍자와 해학을 느끼기 이전에 아픔과 분노가 더 클 것 같아서 과거를 들여다보고 싶은 마음에 갈등이 생긴다. 하지만 "풍자와 비판의 펜은 강자를 향해 날을 세우고 약자를 위해 움직여야 한다"라는 말을 떠올리면 우리의 현대사를 그려낸 만평을 살펴보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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