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다시, 유럽
정민아.오재철 지음 / 미호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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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그렇기는 하지만, 한때는 여행에세이만 보면 양질을 따지지 않고 무작정 집어들기도 할만큼 아주 좋아하던 때가 있었다. 풍경과 사람들 속에서 깊은 사색을 하며 삶과 여행에 대해 자분자분 이야기를 하기도 하고, 사람들을 만나고 축제를 즐기면서 한바탕 한여름밤의 꿈같은 여행이야기를 풀어놓기도 하고, 실질적으로 여행을 할 때 도움이 되는 정보와 팁을 줄줄이 읊어주기도 하고... 여행에세이는 그렇다 다양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런데 함께 여행을 떠난 그 여자와 그 남자의 이야기라니. 같은 시간을 지나고 같은 공간에서 함께 했지만 서로의 기억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여행에세이가 그렇다니 좀 더 흥미롭게 바라보게 된다.

같은 이야기의 반복이라면 재미없었을수도 있겠지만, 이들 부부는 각자의 관점에서 번갈아가면서 한꼭지씩의 여행지를 소개해주고 있고 그 에피소드 안에 서로 다른 상대방의 추억과 인상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풀어놓고 있는데 사람의 느낌이라는 것이 비슷해서 그런지 한참 글을 읽어나가다 보면 아내의 글인지 남편의 글인지 구분을 할 수 있게 되기도 했다.

어떻게 생각하면 이 책 역시 그 흔한 여행에세이 중 하나라고 치부할수도 있겠지만, 내게는 조금 다르게 다가 온 부분이 커다란 사진 판형이다. 감성적인 여행에세이라면 잘찍은 여행사진과 그에 연결되어 어울리는 글이 실려있지만, 이 책에는 - 남편이 사진을 전공해서 그런지 너무 멋진 풍경 사진이 책 한가득 커다랗게 실려있는데 정말 그곳으로 가고 싶은 열망을 불러일으킬만큼 맘에 드는 사진들이 많다. 그리고 그 풍경들은 다른 곳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들보다는 그들 각자의 시선을 따라가며 바라 본 풍경이고, 많이 알려져있지 않은 그들만의 비밀장소같은 곳이 많아서 더 오랜 시간 가만히 들여다보게 되기도 했다.

각자 따로 유럽 여행을 했었고, 신혼여행으로 결혼예식비를 아끼고 부부가 되어 유럽 여행을 다시 가게 된 것이라 그런지 그들은 좀 더 여유가 있었고 쉽게 갈 수 있는 유명관광명소가 아니라 그들이 진짜 가고 싶었던 곳, 십년전에 꼭 보고 싶었던 축제의 현장에 있을 수 있는 것, 언젠가 보았던 사진속의 그 장소를 찾아 떠나는 것...처럼 자신들만의 유럽 여행을 하고 돌아왔다. 그런데 이 부부의 글을 읽다보면 이건 그들만의 여행이 아니라 언젠가는 나도 나의 여행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하고 꼭 그렇게 되지 않을까,라는 기대와 희망을 갖게 한다.

그러고보니 나는 이미 다녀온 유럽이지만 어머니는 가보지 못한 곳이고 함께 여행을 가면 좋겠지만 비용이 만만치않아서 자꾸만 망설이게 되고 그랬는데 시간이 더 흐르면 그런 고민을 할 기회조차 없어질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비용'보다는 가족의 '추억'이 더 값어치 있는 결정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나니 왠지 마음이 급해진다. 우리 역시 함께이면서 또 서로 다른 기억을 갖고 여행지를 기억하고 여행의 시간을 추억하겠지만 그래도 언제나 결론은 '행복한 시간'일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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