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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쓰미의 반딧불이 - 우리가 함께한 여름날의 추억
모리사와 아키오 지음, 이수미 옮김 / 이덴슬리벨 / 2015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되었다. 더구나 오늘은 시원한 바람 한 점 없이 뜨거운 햇살만 기세등등하여 온 몸을 녹초로 만들어버리는 그런 날이었다. 한낮에 슬며시 들어오는 바람은 오히려 기운이 더 빠져버리는 뜨거운 것이었고 조금만 움직여도 땀이 흘러나와 아무것도 하지 않고 드러누워만 있게 된다. 그래서 평소에도 그러하긴 하지만 오늘은 더 꼼짝하지 않고 드러누워 책을 읽고만 있었다. 아니, 만일 다른 책을 집어들었다면 길게 읽기도 전에 낮잠을 자거나 티비보기에 집중해버렸을지도 모르겠다. 오늘 내가 읽은 책은 정말 '여름 날'에 딱 어울리는 [나쓰미의 반딧불이]였기때문에 술술 읽어내려갈 수 있었다.
우리집은 뒷편에 하천이 있어서 여름만 되면 개구리 울음소리를 자장가처럼 들을 수 있다. 물론 여름이 채 지나가기 전에 시원한 바람과 함께 시끄럽게 울리는 귀뚜라미 소리도 이제는 정겹게 들린다. 여름이면 마당에 나가앉아 밤하늘의 별을 올려다보며 시원한 바람에 실려오는 기분이 좋아지는 추억을 떠올릴 수도 있다. 여름날의 무더위와 짜증이 아닌 이런 자연의 멋스러움을 떠올리면 한없이 기분이 좋아지기만 한다.
내게 [나쓰미의 반딧불이]는 그런 느낌을 갖게하는 이야기책이다. 이야기는 사카키야마 운게쓰의 프롤로그와 에필로그, 아이바 싱고와 가와이 나쓰미의 시각으로 시간의 흐름에 따라 이어지고 있는데 너무도 자연스럽게 그들의 이야기가 가장 잘 표현되는 시점의 변화여서 감동이 더욱 커지게 된다.
우연히 마주친 시골의 잡화점, 그곳에서 여름의 반딧불이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사진을 전공하는 싱고는 여자친구 나쓰미와 함께 그 곳 다케야에서 여름을 보내기로 한다. 다케야에는 야스 할머니와 몸이 불편한 아들, 이름보다는 지장보살님같다고 해서 지장할아버지라고 불리는 겐조 모자가 살고 있다. 이웃에 사는 꼬마 다쿠야와 히토미가 그곳에 웃음을 주고 있고 퉁명스럽기는 하지만 마음을 써주며 정을 주고 있는 불사 운게쓰까지, 시골 마을의 정취와 아름다움이 묻어나는 여름날의 추억이 가득 떠오르게 하는 이야기가 담겨있다. 반딧불이와 불꽃놀이, 개울에서의 낚시와 같은 즐거움 가득한 추억을 떠올리게 하고 있으면서 또 그곳에서 살아가는 이들의 아픔과 고통을 잊지 않고 펼쳐놓고 있다.
우연히 만나게 되어 인연을 맺게 된 이들에 대한 깊은 감사와 사랑은, 그들 모두가 각자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서로를 위하고 있고 그런 모습에 감동하게 된다. 특히 지장할아버지가 떠나시기 전 마지막 모습을 야스 할머니에게 꼭 보여주고 싶어 한 나쓰미의 마음은 ......
"애초에 정답은 없다. 인생의 모든 분기점에서 조금이라도 나은 방향을 선택할 수 밖에...... 그것이 성실한 삶을 사는 최선의 방식이 아닐까?"(166) 라는 말의 의미를 더 깊게 해주고 있다. "태어나줘서 고마워"라는 말을 할 수 있다는 것에도.
반딧불이를 본것이 언제적이었나... 떠올려본다. 기억도 나지 않을만큼 오래전이었구나, 생각하니 많은 것들이 아쉬워진다. 한여름의 무더위를 피해 가까운 숲속 공원에 가서 시원한 나무 그늘에 앉아 더위를 식히던, 가족과 함께 한 여름날의 추억이라도 더 많이, 오래도록 기억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을 여름 밤의 별과 달빛에 실어 보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