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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ve, 사랑에 대해 알아야 할 모든 것
A. M. 파인스 지음, 윤영삼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05년 8월
평점 :
절판
사람들의 머릿수만큼
마음도 많다네
그러한 마음의 수만큼
수만 가지의 사랑이 있다네
레오 톨스토이/ 안나 카레리나.
톨스토이의 이 글이 '사랑'에 대하여 이야기한 이 책을 정리해주는 핵심이 되는 듯 하다.
연애도 제대로 못해봤고, 결혼을 한 것도 아닌 내가 이 책을 읽고 그 느낌을 정리하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아니, 어렵다. 인간관계에 대한 심리학적 접근, 정도로 밖에 책을 읽어내지 못하는 나의 한계가 여실히 느껴지기 때문이지.
언젠가 아는 애가 그런 말을 했었다. 부모님이 ME(Marrige Encounter)에 다녀오신 후 변화되기는 했지만 그렇게 썩 좋아보이지는 않는다고. 내가 그런 교육을 받아본 적이 없기때문에 잘 모르지만 ME는 결혼 십년차 정도 되면 서로 안에 쌓여있는 불신과 오해를 해소하기 위한 대화를 하기 위해 가는 피정이라고 들었다. 그 애가 자기 부모님의 변화가 썩 좋아보이지 않았다고 한 얘기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것은 가부장적인 아버지가 손수 빨래도 하신다는 거였다. (우리 아버지는 요리도 하시는데...)
그 모습이 결코 안좋게 느껴지지 않는 나는 당연히 그애와 공감대를 형성할 수 없었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난 다음에 또 그런 얘기를 듣는다면 어떤 공감대가 형성될까, 생각해봤다. 아마도 그 애가 아버지에게 바라는 모습에 대한 이야기와 자식이 부모를 바라보는 것과 부부가 서로를 바라보는 모습은 다를 수 밖에 없다는 이야기를 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내게는 오빠가 둘 있다. 둘의 성격과 성향은 아주 달라서 한명은 집안 살림을 잘 챙겨 협력하는데 다른 한명은 누구 표현처럼 손가락 하나로 모든 것을 해결한다. 밥 차려, 과일 좀 먹어보자, 간식없냐? 라는 말과함께.
그런데 재미있는 현상은 올케들이 서로의 모습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다. '어떻게 손하나 까딱않고 그렇게 아내를 부려먹냐'라는 입장과 '내가 그렇게 해 주는 것이 나의 기쁨인데 뭐가 문제냐. 힘들게 일하고 들어온 남편을 편히 쉬게 해주는 것이 아내의 역할 아니냐'라는 입장이다.
그런 입장의 차이와 서로 만나면 서로가 싫어하는 성향들 때문에 눈에 보이지 않는 못마땅한 긴장감이 감돌아 항상 좋은 분위기가 아니었다.
내가 뭐라 할 수 있는 건 아니었지만 오빠 중 한명의 말이 가장 현명한 해결방법이었다고 본다.
'각자 서로에게 아무런 문제 의식 없이 잘 지내면 됐지, 왜 자기에게 맞춰서 상대방을 바꾸려고 하냐'는 말이었다. 백퍼센트 맞는 말이라고 긍정할수는 없지만 어느정도 수긍을 할 수 있는 말이다.
각자 서로에게 문제가 없다고 믿어버린 것은 서로에 대한 신뢰일수도 있지만, 상대방에게는 있을지 모르는 오해를 푸는 시작의 단계를 막아버리는 것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우리가 충분히 대화하고 있고 서로 존중하고 이해하면서 문제없이 잘 지내고 있으면 충분하다'라고 얘기 할 수 있다면 더 좋았을 것 같았다.
나 자신의 문제로 바라 볼 수 있는 여건 - 내가 이성친구를 사귀고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 이 안되어 어쩌면 머릿속에서만 맴돌며 '사랑'에 대한 관념을 갖고, 사랑에 대한 이 책 역시 '관계형성'이라는 부분으로만 받아들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어떤가. 아직은 그렇다는 것이다. 아직은.
당신은 누군가와 친밀해지는 것을 두려워하지는 않는가? 관계를 갖고 싶어하면서도 불안해하는 이중적인 태도로 상대방을 쫓아버리지는 않는가? 상대방의 결점만 찾으려 하면 몇 년이 지나도 당신에게 어울리는 이성은 나타나지 않을 것이다. 아무런 추억도 없이 세월만 흘러갈 것이다. 사랑을 찾는다면 먼저 자기 스스로 사람을 어떻게 대하는지, 특히 이성을 어떻게 대하는지 냉정히 따져보라. 사람을 대하는 당신의 태도에 잘못이 없다 하더라도 이러한 질문을 통해 자신을 돌아보는 것은 올바른 방향으로 가기 위한 가장 중요한 첫걸음이다.(267)
그래도 책을 읽다 마주친 저 문장은 아직도 나를 뜨끔하게 한다. 사랑에 대해 알아야 할 모든 것과 더불어 사랑을 위한 조언에 귀 기울여야 한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