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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사 & 겐 ㅣ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63
미우라 시온 지음, 홍은주 옮김 / 비채 / 2015년 7월
평점 :
몇년 전 집으로 오는 길에 마주쳤던 할아버지 두 분이 생각난다. 온갖 곳이 개발이 되면서 1차선 도로가 2차선, 3차선으로 늘어나고 조그마한 구멍가게가 있던 자리에는 커다란 마트가 생겨나고 오랜 시간 어머니의 단골 쌀집, 기름집도 하나 둘 문을 닫기 시작하고... 그렇게 변해가고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개발의 속도가 느려 그나마 예전 모습을 가장 많이 간직하고 있는 우리 동네인데, 퇴근하며 집으로 걸어오는 길에 신호등 앞에 멈춰 선 두 할아버지는 길 건너편을 손짓으로 가리키며 뭔가를 신나게 이야기하고 있었는데 가만히 보고 있으려니 두 분이 손을 꼬옥 붙잡고 계셨다. 중절모에 조금은 늘어진 양복과 구두를 신고 손을 잡은 할아버지 두 분의 뒷모습은 정말 많은 느낌을 갖게 했었는데...
마사와 겐의 이야기를 읽고 있으려니 문득 그 모습이 생각난다. 너무나 다정해서 질투와 부러움을 일으키고 있는 두 사람의 이야기는 괜한 미소와 함께 나의 노후를 생각해보게 하고 있다.
나는 마사와 겐의 중간쯤 되는 성격을 갖고 있는데, 내가 늙어가면서 함께 할 친구는 누구일까......
마사와 겐은 73살이 된 동갑내기 친구이다. 구니마사와 겐지로는 성격도 다르고, 직업도 성격만큼이나 서로 전혀 연결점이 없는 일을 했다. 아니, 겐지로는 일본의 전통 비녀라고 할 수 있는 쓰마미간자시를 만드는 장인으로 일흔이 넘은 나이에도 꾸준히 작업을 하고 있다. 그뿐인가, 동네의 양아치였다가 마음을 다잡고 기술을 전수받겠다고 찾아 온 스무살 청년 뎃페를 제자로 두고 있기도 하다. 격식을 차리기보다는 편하고 자유로움을 선호하고 얼마 남지 않은 머리카락도 빨갛게 물을 들이고 살아가는 자유분방한 할아버지이다. 반면 구니마사는 은행원 출신답게 모든 것을 반듯하게 행해야 하는데, 어느 날 갑자기 집을 나가 딸네 집에서 살고 있는 부인과 이혼 아닌 별거를 하고 있는데 그냥 그런 상태로 집에서 혼자 지내고 있다.
그런 그 두 사람의 이야기는 시작되는데...
이들의 이야기는 한 동네에서 살면서 성격이 다르고 지난 세월의 삶도 전혀 다르지만 어린 시절의 친구인 마사와 겐이 서로가 서로를 어떻게 보듬어주고 이해하며 도움을 주고 또 도움을 받게 되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죽마고우인 마사와 겐의 좌충우돌 삶의 이야기,라고 한다면 왠지 너무 평범해져버리고 마는 느낌인데 그 이상 뭐라 표현하기가 힘들다. 두 사람을 직접 만나보지 않고서는 이해하기 힘든 그들의 이야기는, 우리가 떠올릴 수 있는 진한 우정이야기에 더하여 가족 이상으로 깊이있는 배려와 존중을 담고 있다. 때로는 어처구니없게 웃고 넘기게 되는 이야기도 있지만 과거의 회상과 현재의 모습이 교차되면서 마사와 겐의 삶의 여정을 알게 되고 그들 행동과 말의 이면을 느끼게 되면서부터는 그 긴 세월에 대한 감동이 느껴지기도 한다. 웃으면서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이야기지만 조금 더 깊이있게 읽으면서 따뜻한 감동과 내 주변의 어르신들의 모습을 새롭게 바라보게 되기도 하고, 마사와 겐처럼 함께 늙어가고 싶은 나의 미래를 상상해보기도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좋았다.
그래서인지 겐지로의 제자 뎃페의 결혼식을 무사히 마치고 난 마사와 겐 두 할배의 앞날에는 또 어떤 일이 생겨날까, 벌써부터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