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캘리포니아의 하루 비채 모던 앤 클래식 문학 Modern & Classic
리차드 브라우티건 지음, 김성곤 옮김 / 비채 / 2015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엊그제 티비에서 캐나다에 대한 언급을 하면서 미국과 비교를 하는데, 원주민과의 전쟁을 통해 그들을 거주지에서 몰아내고 땅을 차지한 미국의 백인들과는 달리 캐나다에서는 서로 공존하며 살아가는 방법을 모색했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그래서 다문화가 발전한 캐나다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다민족을 받아들인 미국은 닮은 듯 하지만 전혀 다른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리고 엉뚱하게도 [완벽한 캘리포니아의 하루]를 떠올려본다. 이 책에 실려있는 '잔디밭의 복수'에서 저자 리차드 브라우티건은 '인간으로서의 최초의 기억'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인류'라고 거창하게 이야기할 것 까지는 없지만 왠지 그 모습은 인류의 등장으로 자연의 파괴가 시작되었다는 것을 말하고 있는 듯 했다. 우리의 오랜 역사는 '공존'이라기보다는 지배를 더 원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점철되어 있음을 증명하듯.

 

완벽한 캘리포니아의 하루,는 도대체 어떤 날을 의미하고 있는 것일까.

캘리포니아 해안의 규모와는 비교할 수 없겠지만, 제주에서는 이국적인 풍경의 바다를 바라보며 모래사장에 누워 - 때로는 야자수가 곁들여지기도 하는 그런 여름 풍경을 그리며 휴가를 즐길 수도 있다. 그런데 파도타기 좋은 곳으로 알려진, 중문 해수욕장의 멋진 모래사장 해안과 가까운 곳의 언덕이 무너져내릴뻔 했다는 뉴스가 며칠 전 방송을 탔다. 자연 풍경을 그대로 두지 못하고 자꾸만 인간들의 물질적인 이득을 위해 무엇인가를 건축하고 만들어내면서 큰 참사가 생겨날뻔 한 것이다. 그뿐인가. 온갖 곳에서 자연의 복수 - 복수라고 표현하고 싶지는 않지만 '잔디의 복수'가 떠올라서 - 가 이뤄지고 있다.

완벽한 캘리포니아의 하루는 아마 우리식으로 말하자면 저 멀리 잠녀들의 숨비소리가 들리고 그녀들이 물질을 하는 모습을 보면서 물질을 못하는 우리는 바닷가에서 돌멩이를 밟고 거닐며 보말을 따며 깔깔거리고 웃는 그 순간,과 같은 것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짧은 단편들을 읽으며 솔직히 '응?'하는 느낌이 드는 글도 많았지만, 몇몇 작품에서는 그 작품이 품고 있는 의미가 진하게 다가오기도 해서 쉽게 책장을 넘길 수 있는 책은 아니었다. 오랜 시간을 두고 한두편씩 읽어내려갔는데 지금은 잘 알 수 없는 작품도, 간혹 읽다가 다시 되돌아가 읽어보니 또 다른 느낌이었던 것처럼 또 다른 진한 느낌을 갖게 되지 않을까 라는 기대를 하게 되는 단편집이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샌프란시스코 YMCA에 바치는 경의]이다. 일상을 '시'만을 바라보며 살아갈수는 없지만, 이름없는 시인들의 시로 가득한 멋진 변기를 마주하며 나도 화장실에서 보내게 되는 시간이 점차 많아지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잠시 해보기도 하며 의미심장하게 글을 읽었다. 그러고 있으려니 요즘 문학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사건이 떠올라 좀 찜찜해지기도 했지만 - 생태라는 것은 '자연'뿐만 아니라 인간세계의 어느 곳에나 순리를 거스르는 것은 너무나 많은 것을 망가뜨려버리고 만다는 것을 새삼 느끼며 조만간 다시 이 단편집을 꺼내들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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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7-07 17:2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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