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의 일인자 1 - 1부 마스터스 오브 로마 1
콜린 매컬로 지음, 강선재 외 옮김 / 교유서가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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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의 일인자, 라고 하면 카이사르를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을까? 문득 내가 얼마나 로마에 대해 알고 있는가, 생각해보게 된다. 얼핏 떠오르는 이름들을 나열하면서 로마의 역사를 떠올려보려 하지만 쉽지 않네.

솔직히 로마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듣고 읽기도 했고 가끔 일상생활에서 농담처럼 루비콘강을 건넜다라거나 브루투스 너마저!라는 말을 외쳐보기도 하지만 그 역사에 대해서 하나의 흐름을 꿰뚫고 있지는 못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로마의 일인자]는 팩션이다. '가시나무새'의 저자 콜린 매컬로가 쓴 소설이라는 것은 처음 알았다. 단지 '로마'에 대한 이야기라고 해서, 그것도 다른 작품활동없이 오로지 이 책을 쓰기 위해 자료를 모으고 고증하는데 13년이 걸리고 시력을 잃어가며 완결을 했다는 이야기에 더 이상 알아볼 것도 없이 무작정 집어들어 읽기 시작했다. 그래서 좀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책을 펼쳐들기 전까지 나는 이 책이 역사에세이인 줄 알았다.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에 너무 심취해있었던 탓일까? 조금은 '위대한 로마'에 대한 이야기에 빠져들 생각으로 책을 펼쳤는데 뜻밖에도 하나의 이야기가 펼쳐지고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이야기속으로 빠져들지 않을 수 없었다. 한번쯤 들어보기만 했던 이름들이 쏟아져나오고 있지만 역사속에 등장하는 그들의 이름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살펴보려하지 않고 오로지 이야기에만 빠져들었다.

그렇게 한참을 읽어가다가 문득 또 잠시 멈추게 되었다. 이 익숙한 이름들, 그러니까 내가 그저 카이사르, 마리우스, 술라라는 이름으로 어렴풋이 알고 있는 이들의 역사 속 의미에 대해 제대로 정리가 되지 않았는데 이 이야기에 심취되어 읽어나가는 것이 좋은것일까 싶어진 것이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역사의 흐름을 아는 것이 이 책의 재미를 더해줄까, 아니면 조금은 무지한 상태에서 읽는 것이 더 흥미로울까, 문득 궁금해져버린 것이다.

 

팩션을 그리 좋아하지는 않아서 재미있다고 소문난 드라마도 잘 보지 않고 소설로는 더더구나 잘 접해보지 않았었기에 조금 더 고민이 되기는 했지만, 결론적으로 나 자신이 대략적인 흐름으로라도 역사적 사실은 알고 읽는 것이 좋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역사적 사실도 중요하지만 이 이야기속에 담겨있는 의미는 '사실' 그 자체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우리의 역사에서도 그렇지만 로마의 공화정 말기에 권력의 중심부로 들어가기 위한 신진세력의 권모술수와 암투는 나의 상상을 초월하며 그 대서사의 막을 열고 있는 이 이야기는 그 자체로 하나의 역사가 되어버리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솔직히 지금으로서는 장엄한 대서사의 문이 이제 막 열리기 시작했으니 일단은 그 감동에만 빠져들어도 좋지 않겠는가, 라는 심정이다.

 

앞으로 계속 글을 읽어가다보면 그 느낌이 더 강렬해지겠지만 로마의 일인자는 정치뿐만 아니라 사회, 문화 다방면에 있어서도 세세하게 그 가치를 발하고 있기도 하다. 물론 13년간의 고증을 통해 그려낸 로마의 이야기라는 것에서 미리 짐작할 수 있는 것이기도 하지만 그 세부적인 묘사에 있어서도 이야기의 흐름에 잘 녹아들어있어 그 웅장함을 은연중에 느끼게 된다.

기원전후 시대의 문화에 대해, 로마의 난잡한 문화에 대해서는 익히 들어본 것이 많다고 생각했지만 그들의 식생활과 조금은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성문화까지 일상의 이야기에 녹아들어 있는 글을 읽다보면 정말 그 당시의 로마를 들여다보고 있는 것만 같다. 노예들의 생활과 빈민촌이라 할 수 있는 수브라의 묘사, 1년에 한 번 있는 축제를 통해 자유분방한 성생활을 즐기는것 뿐 아니라 주인과 노예의 역할이 바뀌는 풍습에 대한 묘사까지 읽다보면 미시사와 거시사가 총체적으로 집약된 '로마' 그 자체를 읽는 즐거움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이제 이 대서사의 서막을 열어가는 인물들이 역사속에서 어떤 역할을 하게 되는지에 대해 펼쳐지리라 생각하니 그 다음 이야기가 더 궁금해지고 있다. 그리고 앞으로 그려질 그 인물들의 행적속에서 특히 하나의 수단과 도구처럼 이용되고 있는 수동적인 여인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그들이 펼쳐나가게 될 또 하나의 이야기가 나오지 않을까 기대하게 되기도 한다. 그러고보니 어쩌면 이 책은 독자 각자의 관심사에 따라 더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부분이 다르지 않을까 싶어진다. 그만큼 많은 것을 아우르면서도 이야기가 전체적으로 짜임새있게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 놀라울뿐이다. 물론 그만큼 저자의 고증과 집필 작업이 대단하다는 것을 새삼 다시 느끼게 되는 것이기도 하지만.

책을 읽기전까지는 그래도 내게는 '로마인 이야기'가 너무 위대하게 남아있어,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이건 비교의 대상은 아닌 것 같다. 둘은 서로 다른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어서 참고삼아 꺼내보고 싶은 생각은 들지만 이제는 더이상 로마인 이야기가 최고라는 생각을 하지는 못하겠다. 

로마인 이야기를 읽고 난 후, 로마를 여행하게 되었을 때 까타꼼베 근처의 아피아 가도에서 양말을 벗어들고 그 위에 서 있어보는 영광을 누린 것으로 만족한다고 생각했었는데 이제 로마의 일인자를 읽으면서 어떤 열망을 갖게 될지 나 자신이 더 궁금해지고있다. 그런만큼 이 대장정의 처음부터 함께 하여 끝까지, 로마의 한 시대를 읽는 즐거운 독서를 할 수 있기를 바랄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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