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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힘
강상중 지음, 노수경 옮김 / 사계절 / 2015년 4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나쓰메 소세키의 '마음'과 토마스 만의 '마의 산' 소설 속 등장인물이 서로 만나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속 마음'이라는 저자의 소설과 저자의 에세이가 교차되며 씌여진 글이다. 두 소설 모두 읽어보지 못했고 어떤 내용인지조차 알 수 없는데 이 이야기가 마음에 와 닿을까, 의심스러웠지만 저자가 잘 설명해주고 있어서 그리 어렵지는 않았다. 물론 그 두작품을 읽고 저자의 '마음의 힘'을 읽었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 들기는 했지만.
저자는 "'마음'이라는 것은, 내가 어떤 사람이고 또 지금까지 어떤 인생을 걸어왔는가, '그리고, 그 후로' 어떻게 살아갈 건가 하는 나름의 자기 이해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라고 말하며 '마음의 힘을 키운다'는 것이 무엇인지 함께 생각해보자며 이 이야기를 시작하고 있다.
책을 읽기전 '마음의 힘'이 무엇인가에 대해 가만히 생각해본다. 뭔가 강한 결의같은 것만을 떠올리게 되었는데 차근차근 글을 읽다보니 굳고 강한것만을 떠올렸던 나는 신선한 충격을 받게 되었다. "지금 사는 삶이 그리 힘들다면 리셋하는 게 좋지않나"(67)라는 말에서 한참을 멈춰 있게 되는 것이다. 어렵고 힘들다면, 집단 따돌림으로 학교 생활이 힘들다거나 가족과의 관계가 원만하지 않다면 차라리 그 공간을 떠나 다른 곳에서 새로운 시작을 하면 어떤가 라는 말이 그저 현실을 회피하라는 말이 아니라 현실을 버텨낼 수 있는 강한 마음의 힘을 갖기 위한 노력이라는 것을 의미하고 있다는 것을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오래전에 신부님이 쓴 책을 읽으며, 원수를 사랑하라는 말을 하지만 도저히 용서가 안되는 사람을 볼 때마다 더욱 깊은 마음의 상처를 받게 된다면 용서의 마음이 생겨날 때까지 잠시 그 사람과 거리를 두라는 말에 그것이 진정한 해결책이라 할 수 있을까 라는 의문이 먼저 들었지만 나 자신의 현실에서 그 체험의 놀라운 결과를 느꼈던 것처럼 저자가 이야기하는 '마음의 힘'을 키운다는 것이 무엇인지 어렴풋이 알 수 있을 것 같기도 했다.
"마음의 풍요로움이라는 것은 궁극적으로 복수의 선택지를 상정할 수 있는 유연성이 있느냐 하는 것"이며 또 하나의 현실을 생각해 볼 수 있는 상상력이 필요한 것" 그러니까 "아무리 의지가 강해도 다른 선택지를 가지지 않은 사람은 취약하고 유약한 사람이라도 다른 선택지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강하다"라는 말을 떠올려본다면 지금 내가 무의미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 하더라도 지금의 현실이 나의 전체이며 결과의 마침표가 아니라는 것도 생각해보게 된다.
삶을 리셋한다는 것이 완전한 백지상태가 된다는 것이 아니라 나의 새로운 한 걸음이라는 것을 의미하며 그래서 마음의 힘을 키운다는 것은 그 한 걸음을 더욱 힘차게 내딛을 수 있는, 나 자신을 지키는 힘을 말하고 있음을 되새겨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