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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드타이트 ㅣ 모중석 스릴러 클럽 29
할런 코벤 지음, 하현길 옮김 / 비채 / 2015년 3월
평점 :
꽤 오랫만에 할런 코벤의 작품을 읽는 느낌이다. 그 전에 읽은 작품이 뭐였는지 기억해낼수도 없는 비루한 기억력이지만 내게 남아있는 '할런 코벤'이라는 이름은 그의 작품을 슬며시 일본의 사회파 소설과 같은 부류로 밀어넣고 있다. 이해할 수 없는 끔찍한 사건으로 이야기가 시작되지만 사건의 전개과정과 해결이 되는 이야기 안에 단순히 미스터리 스릴러만이 아니라 하나의 사회적인 현상을 드러내며 그 문제들을 해결해나가는 하나의 방법이라고 할 수 있는 내용이 소설안에 녹아들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홀드 타이트'가 무엇을 의미하고 있는지 모르면서도 무작정 책을 읽기 시작했다.
일이 밀리고 피곤할때여서 그랬는지 저녁에 집에서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솔직히 단숨에 몰입하여 읽기는 힘들었다. 이야기의 시작 자체가 술집에서 혼자 술을 마시던 여성이 누군가에 의해 납치되어 잔인하게 맞아 죽는 장면인데 피곤에 찌든 상태에서 읽기에 그리 썩 유쾌한 이야기는 아닌 것이다. 집중력마저 떨어져 등장인물들의 이름이 나오기 시작하면 다시 앞으로 돌아가 그 인물의 관계도를 정리해보고 일어나가는 것을 되풀이하곤 했는데, 어느 순간부터인지 모르겠다. 손에서 책을 놓을수가 없게 된 것이다. 사실 초저녁에 너무 피곤해 일찍 잠들어서인지 새벽 이른 시간에 잠이 깨어버려 삼십여분 책을 읽다보면 다시 잠들고 일곱시쯤 일어나 출근준비를 서두르면 되겠구나, 라는 생각에 머리맡에 있던 이 책을 집어 들었는데 내리 세시간을 책을 읽어버리고 말았다. 이야기속에 끌려들어가다보면 나도 모르게 뒷 이야기가 궁금해지는 것이다.
이야기의 시작은 한 여인의 알 수 없는 죽음이지만 이야기를 끌어가는 것은 아이을 지키기 위한 부모의 노력이다. 가장 친했던 친구의 죽음으로 아들이 이상행동을 하는 듯 하여 고민끝에 애덤의 아버지 마이크와 티아는 애덤의 컴퓨터에 스파이앱을 설치하여 아들의 일상을 감시하기 시작한다. 그런데 애덤이 갑자기 사라져버리고 아들을 찾기 위해 휴대폰 위치추적을 하며 쫓아가던 마이크는 뭔가 이상한 것을 느끼기 시작하는데...
이야기의 줄거리는 뭐라 요약 정리하기가 쉽지 않다. 마이크와 티아의 가족에 대한 이야기뿐만 아니라 아들인 애덤의 절친 스펜서와 그의가족, 의문의 죽임을 당한 매리엔의 가족, 이웃과 직장 동료의 가족에 대한 이야기까지 많은 인물들이 여러 형태의 가족에 대한 고민을 담고 미스터리한 사건들을 전개해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서로 연관이 되지 않는 인물들이 사건이 전개되어가면서 조금씩 그 관계가 드러나게 되고, 그 관계 속에서 더 강하게 드러나는 것은 '가족'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긴박하게 흘러가는 이야기 전개 속에서도 순간순간 되새겨볼 필요가 있는 문장이 많이 나오는데 좀 과잉반응이다 싶은 야스민에 대한 이야기는 '선생이라는 작자가 단 10초동안 이성을 잃었을 뿐인데 한 소녀의 인생이 몽땅 변해버렸다'라는 말로 당사자에게는 얼마나 큰 문제가 될 수 있는지를 표현하고 있으며 그러한 것들이 할런 코벤의 소설을 읽는데 단순한 미스터리 소설의 재미뿐만 아니라 좀 더 깊이 있는 책읽기를 하게 한다.
해피엔딩을 좋아하는 미국식 소설답게 이야기의 결말은 조금 예상되는 그런 빤한 흐름으로 전개되지만 뻔히 알고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극적인 장면 연출을 하는 할런 코벤의 이야기 솜씨에 후반으로 갈수록 단숨에 읽어버릴 수 있었다.
"마음이라는 건 정말 다치기 쉽고 우린 우리의 인생이 얼마나 쉽게 산산조각날 수 있는지에 관해 생각하는 것 자체를 거부한다.그들은 현실이 얼마나 가느다란 줄 위에서 간신히 균형을 잡고 있는지 알아버린 사람들이기 때문에 더는 손을 쓸 수 없는 것이고, 그건 그들이 진실을 받아들일 수 없어서가 아니라 진실을 차단할 수 없어서 생긴 일"(189)이다. 이 말에 대해 다시 생각해본다면 '홀드 타이트'가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 또 다른 느낌을 갖게 된다. 모든 것이 산산조각나기 전에 가족을 신뢰하고 그들을 힘껏 끌어 안으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