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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마야 기다려 - 네가 기다려준, 내가 기다려온 우리가 함께한 시간
방은진 지음 / 북하우스 / 2015년 2월
평점 :
동물을 가까이 해 본적이 없는데다가 어릴 때 무서워서 도망치던 나를 향해 달려오던 개의 무서운 질주에 대한 기억과 더불어 낯선 사람이 나타나자 물지는 않는데 더 이상 집으로 가까이 다가서지 못하게 내 다리에 바싹 붙어 저지를 하면서 끊임없이 으르렁 대던 커다란 개에 대한 기억때문에, 묶여있지 않거나 주인없이 방황하는 개를 보면 무서움이 앞선다. 지금은 강아지나 고양이를 멀리서 보는 건 좋지만 가까이 하는 것은 여전히 무서워하기 때문에 내가 반려동물을 키운다는 것은 생각도 해보지 못한다. 그래서인지 반려동물과 함께 한 시간에 대한 이야기가 궁금했다. '라마야 기다려'는 그래서 읽어보고 싶었다. 물론 방은진이라는 사람이 궁금하기도 해서였지만.
하지만 그리 큰 기대없이, 이 책은 어쩌면 그저 단순하게 반려견인 라마와의 생활에 대한 추억여행같은 이야기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었는데, 라마와 함께 지낸 십사년이라는 시간을 통해 라마와 저자의 긴밀한 유대감뿐만 아니라 저자 자신의 성장배경을 떠올리며 지금의 자신을 있게 한 시간들의 성찰을 그려내고 있었다. 그렇게 저자는 라마와 함께 한 시간속에서 솔직담백하게 자기자신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이 글을 통해 나의 지난 세월을 돌이켜보게 되었다. 유독 '기다림'이라는 말에 끌렸던 이유는 어쩌면 나의 어린 시절 역시 내가 인식하고 있든 그러지 못하든 기다림의 시간들이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면서, 책을 읽는 동안 내가 지나 온 시간들을 떠올리게 된 것이다.
별다른 어려움 없이 승승장구 성공적인 삶만 살아가고 있는 사람이 있을까? 연기자로서의 최고 정점을 이루던 배우가 연출을 거쳐 감독으로서도 성공하였다,라는 것이 내가 아는 방은진이라는 사람의 삶이었다면 이 책을 읽은 후 내가 아는 방은진이라는 사람은 결코 평범하지 않은 삶을 살아왔고 또 그렇게 살아가게 될지도 모르겠지만 끊임없이 인내하며 기다리고 꿈을 간직하고 포기하지 않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기다림의 시간이라는 것은 어쩌면 자신의 삶을 받아들이고 긍정하면서 끊임없이 앞으로 나아간다는 것, 그것을 의미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반려견 라마에 대한 이야기, 라마와 함께 한 시간들, 어린시절의 기억부터 감독으로서 성공하게 되기까지의 이야기가 그저 무덤덤하게 펼쳐지고 있지만 결코 녹록치만은 않았을 그 시간들의 이야기를 통해 나도 나 자신의 시간들을 돌이켜보고 앞으로의 시간들을 생각해본다.
"산다는 건 기다림의 긴긴 지속이나 다름없다. 다만 매 순간 무언가를 기다리며 살고 있는 나와 당신에게 '고도'는 분명 존재한다. 내가 없는 시간 내내 언젠가 저 문을 열고 내가 들어올 것을 믿고 기다리는 라마와 마루에게, 나라는 고도가 있는 것처럼 말이다"